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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ul 16. 2021

명품을 사봤어야 알지요

낯선 설렘: 필리핀

#동남아 #아세안 #필리핀 #마닐라 #그린힐즈 #짝퉁




‘그린힐즈’는 한국의 동대문 시장과 비슷한 분위기인데 ‘짝퉁’으로 유명한 곳이다. 

원래 주력 상품은 진주로, 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엘리사와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린힐즈에 온 이유는 오직 짝퉁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짝퉁에도 등급이 있어서, 클래스 C, B, A 그리고 S등급으로 나눠진다고 했다. 

S등급은 정식 루트를 통해서 유통이 되지 않을 뿐 원단까지 진품과 동일하다고 했다. 

가격은 다른 등급에 비해 몇 배는 비싸다. 

물론 진품에 비해서는 몇 십배, 아니 몇 백배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정확한 등급을 알 순 없었지만, 내가 고른 루이비통(?) 지갑이 고작 200페소였다. 

1년에 한 번씩 그냥 쓰다 버려도 될, 그렇게 평생 쓸 물량을 왕창 사도 전혀 부담이 없는 가격이었다.

 

“진짜 그렇게 많이 사려고요?”

엘리사가 내 손에 잔뜩 들린 짝퉁 지갑들을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나도 쓰고, 한국 가면 친구들도 주고...."

한 두 개라면 기념품(?)으로 살 수 있어도, 그렇게 많이 사면 틀림없이 세관에서 걸린다고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벌금도 내야 할걸요?”

"진짜?"

"짝퉁이잖아요. 불법이라고."

"맞네...."

"그리고 누가 짝퉁을 선물해요? ㅋㅋ"

"그것도 맞네...."

결국, 눈요기 밖에 할 수 없었다. 


짝퉁인 걸 알면서도 포기하고 돌아섰을 땐 왜 그렇게 아쉽던지. 

진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평소에 명품 하나 들고 다니지도 않으면서 욕심은.”

명품은 사치라고 생각하니까, 그동안은 쳐다도 보지 않았지만. 

저 정도 가격이라면 왠지 하나쯤은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결국 엘리사 몰래 짝퉁 프라다 구두를 하나 샀다.

“구두는 왜! 이그, 저기 봐봐요. 똑같은 거 아니야?”

엘리사가 가리킨 곳엔 내가 산 구두와 똑같은 모양의 구두가 있었다. 

하지만 브랜드는.... 루이비통이었다. 


허탈한 웃음 밖엔 안 나왔다. 

프라다와 루이비통이 언제부터 똑같은 모양의 구두를 만들었던가!


생각해보니 난 프라다나 루이비통에서 구두를 만드는지도 몰랐다. 

둘 다 가방 만드는 회사 아닌가?

게다가 모양이 어떤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짝퉁이라고 해도 얼마나 진품과 비슷하게 만들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진정한 명품을 들고 다니는 누군가가 봤다면, 

얼마나 내가 한심해 보였을까? 




명품을 써봤어야 알지.

명품 있잖아요.

나 명품 없는데?

당신이 명품이잖아.

나?

그래,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사람.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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