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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ul 16. 2021

졸리비 졸리 맛있어

낯선 설렘: 필리핀

#동남아 #아세안 #필리핀 #마닐라 #졸리비 #스타시티 #인첸티드킹덤




그동안 말없이 따라다닌 보답으로 엘리사가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자며 어디가 좋을지 물었을 때, 

나는 놀이공원을 떠올렸다. 

마닐라에서 갈 수 있는 놀이동산은 크게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마닐라 베이에 있는 ‘스타시티’. 

나머지 하나는 마닐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일명 마법의 성으로 통하는 ‘인첸티드 킹덤’이다. 


두 곳 다 날을 잡아서 각각 다녀왔는데, 꽤나 흥미로웠다.

스타시티가 실내 놀이동산인 롯데월드 같다면, 

인첸티드 킹덤은 야외 놀이동산인 자연농원.... 아니, 에버랜드 같았다. ㅡ..ㅡ;;;  


아무튼, 

놀이동산이란 게 가기 전엔 유치해서 싫다고 하다가도 막상 가면 

어린아이 마냥 신나서 뛰어다니게 만드는 곳이다. 


그래서 더 짜릿하게, 더 무섭게, 더 환상적으로 변해가는 놀이동산은 

어린아이보다는 어른들을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스타시티에는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롤러코스터가 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스릴을 뛰어넘어,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까지 생긴다. 

바로 안전성 때문이다. 


우선 좌석에 있는 안전바가 헐렁하다. 

롤러코스터가 거침없이 레일 위를 미끄러져가면 좌우로 꺾일 때마다 

한쪽 바퀴가 살짝 뜨는 느낌을 받는데, 내려서 보면 실제로 그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가 땅에 박혀 있는 레일의 지지대까지 들썩이는데 

모르면 몰라도 알면 쉽게 탈 수 없는 게 스타시티의 롤러코스터다.

ㅡ..ㅡ


인첸티드 킹덤에는 보트를 타고 동굴처럼 꾸며진 곳을 빠른 물살에 흘러가며 즐기는 놀이기구가 있는데,

이 동굴 속엔 사자, 악어, 표범 등 각종 무서운 맹수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기계가 아니었다. 

사람이 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직접 탈을 쓴 사람이 동굴 속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더욱 생생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사람이 탈을 쓸 수 없는 토끼나 너구리 같은 작은 모형 동물은 

검은 타이즈를 입은 사람들이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앞이 잘 안 보이는지 수시로 넘어질 뻔하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우스꽝스럽다. 

이 모든 게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인건비 하니까, ‘졸리비’가 떠오른다. 


데스크 안에 불필요하게 직원이 많다. 

캐셔 한 명과 헬퍼 두세 명 정도면 충분한 공간에 

캐셔 한 명, 헬퍼가 무려 열 명 정도가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비단 졸리비뿐만 아니다. 

필리핀의 많은 곳에서 이런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었다.

 

졸리비에선 특이한 경험이 하나 더 있다. 

내가 먹은 걸 치우고 나오는데 홀에 있는 직원이 화를 낸 것이다. 

할 일을 덜어줘서 고마워해도 모자랄 판에 화를 내서 어이없었는데, 

자신이 할 일이 없어지면 혹시나 일자리를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고 하니, 

뭐라고 할 수도 없이, 오히려 몰라서 죄송하다고 해야만 했다. 

 

놀이공원에 밤이 찾아오자 가족끼리 왔던 사람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다정한 연인들만이 남았다. 

비록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도 달랐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똑같았다. 

나란히 손을 잡고 한 손엔 솜사탕이나 풍선을 들고 다니며 

호시탐탐 입 맞출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회를 노리는 행복한 연인들. 


다를 게 하나도 없는 똑같은 모습이었다. 

그래,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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