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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ul 23. 2021

기억과 기록은 다르다

낯선 설렘: 필리핀

#동남아 #아세안 #필리핀 #마닐라




<낯선 설렘: 필리핀> 편을 마무리하며.


기억은 기록과 다르다. 

시간이 흐른 뒤 나의 기억이 다른 누군가와의 기억과 다른 건, 

기억은 기록과 다르기 때문이다. 


<낯선 설렘: 필리핀> 편은 기록이 아닌, 

나만의 아련한 기억이다.


마닐라에 머문 기억을 정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희미해지는 매 순간을 어떻게든 떠올려내야 했음이다. 


이런 나의 미흡한 기억으로 인해 올바르지 못한 기록이 있다면 너그러운 이해를 구하며, 

인물의 이름은 조금씩 바꾸었으니 혹시라도 자신을 잊었다며 서운해하는 누군가가 없기를 바란다.


바닐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 변해간다. 

<낯선 설렘: 필리핀> 편 속, 

마닐라 베이를 감미롭게 만들던 노천 바와 

보라카이를 오가던 낭만적인 크루저, 

그리고 내가 다녔던 어학원은 이제 사라지고, 

지금은 흔치 않던 고층 빌딩과 더 많은 쇼핑몰이 생겨났다고 한다.

 

기억 속 그대로 있어주길 바라는 바람과는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필리핀의 변화는 자연스럽다.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많다. 


동생들과 집 한 채를 랜트해서 지냈던 에피소드.

저녁마다 필리핀 친구들과 농구코트에서 농구하던 에피소드. 

밤새도록 술 마시고 꽐라가 된 에피소드.

아무도 없는 새벽, 폭우 속을 알몸으로 내달렸던 에피소드. 

필리핀으로 잠시 쉬러 온 연예인을 만나서 같이 어울렸던 에피소드.

죽이 잘 맞는 티처들과 가까운 섬으로 함께 여행을 갔던 에피소드. 

<뜬다 아세안>에 수록된 루손섬 여행 에피소드. 

그리고 차마, 브런치에는 올리지 못한 19금 에피소드까지....


그래서,

<낯선 설렘: 필리핀> 편을 

어디서 어떻게 끝내야 할지 고민스러웠지만, 

갑작스럽게 시작된 처음처럼, 그 끝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끝내려 한다.

 

모든 것은 이렇게 끝나버렸다.

라고.


다소 불친절하게.

다소 더 궁금하게. 


적어도,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면서 나눌.

에피소드는 남겨놔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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