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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Aug 09. 2021

마지막 연애

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스치듯 안녕

女_과거: 서울,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내가 가려는 길에서 

돌아오는 누군가와 마주치면 당혹스러워.

 

왜?

왜 돌아오는 걸까?


믿고 있는 신념을 흔들어 버리는 시험이잖아. 


붙잡고 묻고 싶은데 

그 사람은 아무것도 대답해 주지 않을 것 같은 무표정으로 

내 곁을 날카롭게 스쳐가 버려. 


더 이상 메아리로도 돌아오지 않는

무심한 발자국 소리.

 

그런데

뒤돌아 보면 그럴 줄 알았다는 싸늘한 미소로 

날 바라보고 멈춰 서 있어.

 

무슨 말이라도 해줄 듯 멈칫멈칫하면서도 

끝내 굳게 다문 입술은 열리지 않잖아. 


사랑은. 

이별은. 


늘 그렇게 우리 곁을 스쳐가고 있나 봐.





청춘 표류

女_과거: 서울,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가난이 부끄럽지 않은 건,

청춘이기 때문일까?


나이 든 내가 


가난이 부끄러워지는 건,

청춘의 신념은 틀렸기 때문일까?






길을 건너다

男_현재: 동경, 시부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서 마주 본다. 

입가엔 감출 수 없는 미소를 머금은 채 살짝 손을 들고 조심스럽게 흔든다. 

안경을 쓰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든 거리임에도 벙긋거리는 입 모양을 읽고 수줍게 ‘나도’라고 대답한다.


안녕.


신호가 풀리면 때론 당신이 걸어오고, 때론 내가 달려간다. 

이제, 서로의 손을 꼭 쥐고 있는 가까운 거리임에도 여전히 당신은 벙긋거리는 입 모양으로 말한다. 

그러면 붉어진 눈시울로 ‘나도’라고 대답한다.


안녕.


지금.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내가 서있다. 


하지만 지금.

그 건너편엔 당신이... 없다.





마지막 연애

男_현재: 동경, 시부야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안 한다고 싫어지는 것도 아닌, 

연애라는 건 애써 잠잠히 덮어두려는 마음이 아닐까? 


다들 알고 있으면서 애써 모르는 척,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겠다는 거짓 약속을 한다.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야 한다면, 


사랑 따위를 왜 해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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