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설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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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_과거: 서울,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내가 가려는 길에서
돌아오는 누군가와 마주치면 당혹스러워.
왜?
왜 돌아오는 걸까?
믿고 있는 신념을 흔들어 버리는 시험이잖아.
붙잡고 묻고 싶은데
그 사람은 아무것도 대답해 주지 않을 것 같은 무표정으로
내 곁을 날카롭게 스쳐가 버려.
더 이상 메아리로도 돌아오지 않는
무심한 발자국 소리.
그런데
뒤돌아 보면 그럴 줄 알았다는 싸늘한 미소로
날 바라보고 멈춰 서 있어.
무슨 말이라도 해줄 듯 멈칫멈칫하면서도
끝내 굳게 다문 입술은 열리지 않잖아.
사랑은.
이별은.
늘 그렇게 우리 곁을 스쳐가고 있나 봐.
女_과거: 서울,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가난이 부끄럽지 않은 건,
청춘이기 때문일까?
나이 든 내가
가난이 부끄러워지는 건,
청춘의 신념은 틀렸기 때문일까?
男_현재: 동경, 시부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서 마주 본다.
입가엔 감출 수 없는 미소를 머금은 채 살짝 손을 들고 조심스럽게 흔든다.
안경을 쓰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든 거리임에도 벙긋거리는 입 모양을 읽고 수줍게 ‘나도’라고 대답한다.
안녕.
신호가 풀리면 때론 당신이 걸어오고, 때론 내가 달려간다.
이제, 서로의 손을 꼭 쥐고 있는 가까운 거리임에도 여전히 당신은 벙긋거리는 입 모양으로 말한다.
그러면 붉어진 눈시울로 ‘나도’라고 대답한다.
안녕.
지금.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내가 서있다.
하지만 지금.
그 건너편엔 당신이... 없다.
男_현재: 동경, 시부야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안 한다고 싫어지는 것도 아닌,
연애라는 건 애써 잠잠히 덮어두려는 마음이 아닐까?
다들 알고 있으면서 애써 모르는 척,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겠다는 거짓 약속을 한다.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야 한다면,
사랑 따위를 왜 해야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