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현 Aug 17. 2021

빨간 구두

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사랑 오류

女_과거: 서울, 합정



그냥.

함께 있으면 편하고 즐겁고 기분 좋은 거.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어.


그랬기에.

우리가 함께 하지 않았던 시간이 견딜 수 없었어.

함께 하지 않는다면 사랑이 아니니까. 


왜.

네가 숨 막혀한다는 걸 이해 못 했을까?

그런 게 사랑이 아니었는데.


천천히 해도 됐는데.






당신에겐 벽이 느껴진다

男_현재: 동경, 에비스



특별히 싸운 것도 아니면서 당신에겐 편하게 연락을 못한다. 

즐거운 일이 있으면 자랑하기도 싶고, 

속상한 일이 있으면 투덜거리고도 싶은데, 

당신에게만은 그조차 어렵다. 


‘가끔 어떻게 사는지 연락은 주고받을까?’라는 당신의 얘기에 

‘무뎌지면.’라고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당신과의 벽은 높고 두꺼워져만 간다. 

비단 시간 때문에 생긴 벽은 아니다. 

당신은 나에게 고작 그 정도의 존재다. 

벽이 느껴져도 그걸 넘어야겠다는 생각보단, 

어떻게 되던 상관없다는 생각이 드는.


헤어지자고 말하진 않았지만, 차라리 헤어지자고 말해주길 바랬다. 

자가 헤어지자고 하는 건, 붙잡아 달라는 말이라고 어디선가 들었으니까. 

그러지 않으면 차라리 심하게 싸워 다시는 볼 수 없기를 더 원했다. 


하지만, 당신의 이별통보는 잔인할 정도로 아름답고 빈틈이 없었다. 

담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 정도로.


‘친구로 돌아갈 수 있을까?’하는 당신의 혼잣말에 

‘우린, 친구부터 시작하지 않았는데, 돌아갈 곳이 없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웃었다.

여전히, 당신에겐 벽이 느껴진다.





빨간 구두

男_현재: 동경, 에비스



빨간 구두를 갖고 싶어 한 당신에게 다른 선물은 다 사줘도 그것만은 사줄 수 없다고 했다. 

신발을 선물로 주면 헤어진다는 얘기를 믿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가장 미련이 남는 일은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빨간 구두를 사주지 않았던 거다. 

차라리 화창한 오후, 

빨간 구두를 신고 거닐 때마다 내가 떠오르도록 선물해 줘 버릴 걸 그랬다.

 

떠날 사람은 뭘 해도 떠나는 건데.




매거진의 이전글 가슴 아파도 배는 고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