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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Aug 19. 2021

당신의 입술은 달큼한 향이 났다

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헤어진 연인에게 묻다

女_과거: 서울, 이태원



하고 싶어? 

하고 나면 뭐가 남는데?


뼛속까지 밀려드는 피곤함. 

가슴속까지 시려오는 공허함.


알잖아. 

그런데도 하고 싶어?


좋아, 그럼 대답 잘해. 


지금 앞에서 모두 벗을 수도 있고, 

두 번 다시 널 보지 않을 수도 있으니깐.


나라서 하고 싶은 거야? 

하고 싶어 날 찾은 거야?





네 멋대로

女_과거: 서울, 이태원



그 남자가 첫사랑은 아니었어. 

별 볼 일 없는 남자였기에 숨길 이유도 없었지. 


너를 만나는 동안,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것도 아니고, 

너를 만나기 전, 다른 누군가를 사랑했었다는 사실이,

너를 그토록 화나게 할 줄은 몰랐어. 


화로 인해 붉어진 얼굴을 애써 감추며 

여유 넘치다는 표정으로 비꼬듯 말했지.


너도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고, 

그것도 첫 경험을 한 여자라고 말이야.


그런데, 모르겠더라. 

나도 그 남자처럼 화를 냈어야 했던 걸까?

왜 화를 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데도.


“응, 그렇구나.”

그게 나의 대답이었어. 

상관없었거든. 

내가 너의 첫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 따윈.


너는 당황했어. 

한 동안 멍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못 했지. 

그러다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멋대로 단정 지어버렸어. 


그렇게 끝.


지금도 이해할 수 없지만, 

그 후론 나의 과거는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아. 


차라리, 거짓말을 하라는 남자에게 말해주고 싶어.

그냥, 아무것도 묻지 말아.


차라리.






아프리카 하늘

男_현재: 동경, 롯폰기



그거 알아? 

하늘도 나라마다 다 다르다는 걸. 

특히, 아프리카 하늘은 전혀 다르데. 

어떻게 설명하긴 힘들지만, 

설명하지 않아도 직접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데. 


그래서, 

가 보려고. 

아프리카. 


동경의 하늘을 보면서, 

언젠가 내게 했던 당신의 말이 떠올랐다. 


신은 지금, 

넓은 아프리카의 초원을 자유롭게 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아프리카의 하늘을 마음껏 만끽하며.


그래, 이제 당신은 자유니까. 





당신의 입술은 달큼한 향이 났다

男_현재: 동경, 롯폰기



당신은 매 순간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하늘을 좋아했다. 

어쩌면 당신은 하늘을 닮아있었다. 

아니, 하늘이 당신을 닮아있었는지도 모른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서 일을 벌이는 당신을 난 좋아했다.

 

언젠가 비가 내리던 날에 

작업실에 놓여있던 유리로 된 테이블을 밖으로 끌고 나가 

그 아래에 머리만 넣은 채 누운 당신은

내게 손짓하며 옆에 누우라 했다.  


함께 누워서 유리에 떨어지는 비 사이로 바라본 하늘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하늘이었다.

비 오는 날에 하늘을 바라본 적은 없었으니까.

 

이마에 떨어질 듯한 짜릿함과 그러는 사이, 

내게 떨어지는 당신의 입술에서는 

달큼한 향이 났다.


당신을 잊으려 이 여행을 택한 건 아니다. 

어떻게 해도 이렇게 문득문득 튀어나오는 당신의 기억에서 어떻게든 무뎌지고 싶을 뿐. 


하지만 그러기엔, 

당신의 향은 잔인할 정도로 짙다.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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