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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Aug 19. 2021

아파하는 내 모습이 멋져 보이는 나르시시즘 때문입니다

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불편함마저 추억이 되는

女_과거: 서울, 한강진



눈앞에 보이지 않았다면 

절대로 걷자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거야. 


눈앞에 등대처럼 빤히 보이기에 

걷다 보면 도착하겠지 싶었거든.


잘 포장된 길이긴 했지만, 

오랜만에 산에 오르니 가쁜 숨을 몰아 쉬었지만, 

상쾌하더라. 


다람쥐도 만나고, 

바람과 인사도 하고, 

구름을 한 움큼 따먹다 보니, 

어느덧, 하늘을 찌를 듯 내 앞에 우뚝 서 있더라. 


약간의 불편함마저 추억을 만드는.

여행이란 그런 게 아닐까?





막연한 믿음

女_과거: 서울, 한강진



우리의 이름을 적은 자물쇠들을 

얽히게 채워놓고 저 멀리 힘껏 열쇠를 던져 버렸어.

 

열쇠를 찾아서 풀지 않는다면, 

우리의 인연은 연인이 되어 영원할 거라 믿으면서. 


하지만, 기쁨도 잠시.


내 옆, 교복 입은 학생이 

채워진 자물쇠들을 만지작거리다 울음을 터뜨리더라. 


그래, 알고 있어. 

자물쇠 따위가 사랑을 영원히 지켜주지 못한다는 건. 


그래도 지금은 조금만 행복해하면 안 될까?


적어도, 

이별이 무서워 시작조차 하지 않는 건 싫으니까. 






원치 않은 떠올림

男_현재: 동경, 아자부주반



다 잊었다고 믿었는데, 

영화 <동경타워>를 보다가 문득 당신이 했던, 

‘나 저기 올라가 봤는데.’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당신의 기억을 담은 바람은 

동경타워 아래 멈춰 선 발아래로 휘감아 돈다.

 

다 잊었다고 믿었는데. 

내 심장 한 구석에 보이지도 않던 당신의 불씨가 

끈질기게 살아있다가 뜨겁게 다시 타 오른다. 





나르시시즘

男_현재: 동경, 아자부주반



헤어진 사람을 놓지 못하고 붙잡아 두려는 건, 

끊어져 버린 인연의 끈이 다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아닙니다.

 

미처 정리당하지 못한 마음의 장난질입니다.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아픔보다는 기록에 집착하게 되고, 

아직도 힘들어하고 있다는 말이라도 우연히 당신이 듣게 되길 바라는 편협한 마음이 커집니다. 


오늘도 수없이 스쳐가는 사람들을 돌아보지 못하는 건 

파하는 내 모습이 멋져 보이는 나르시시즘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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