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설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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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_과거: 서울, 한강진
눈앞에 보이지 않았다면
절대로 걷자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거야.
눈앞에 등대처럼 빤히 보이기에
걷다 보면 도착하겠지 싶었거든.
잘 포장된 길이긴 했지만,
오랜만에 산에 오르니 가쁜 숨을 몰아 쉬었지만,
상쾌하더라.
다람쥐도 만나고,
바람과 인사도 하고,
구름을 한 움큼 따먹다 보니,
어느덧, 하늘을 찌를 듯 내 앞에 우뚝 서 있더라.
약간의 불편함마저 추억을 만드는.
여행이란 그런 게 아닐까?
女_과거: 서울, 한강진
우리의 이름을 적은 자물쇠들을
얽히게 채워놓고 저 멀리 힘껏 열쇠를 던져 버렸어.
열쇠를 찾아서 풀지 않는다면,
우리의 인연은 연인이 되어 영원할 거라 믿으면서.
하지만, 기쁨도 잠시.
내 옆, 교복 입은 학생이
채워진 자물쇠들을 만지작거리다 울음을 터뜨리더라.
그래, 알고 있어.
자물쇠 따위가 사랑을 영원히 지켜주지 못한다는 건.
그래도 지금은 조금만 행복해하면 안 될까?
적어도,
이별이 무서워 시작조차 하지 않는 건 싫으니까.
男_현재: 동경, 아자부주반
다 잊었다고 믿었는데,
영화 <동경타워>를 보다가 문득 당신이 했던,
‘나 저기 올라가 봤는데.’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당신의 기억을 담은 바람은
동경타워 아래 멈춰 선 발아래로 휘감아 돈다.
다 잊었다고 믿었는데.
내 심장 한 구석에 보이지도 않던 당신의 불씨가
끈질기게 살아있다가 뜨겁게 다시 타 오른다.
男_현재: 동경, 아자부주반
헤어진 사람을 놓지 못하고 붙잡아 두려는 건,
끊어져 버린 인연의 끈이 다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아닙니다.
미처 정리당하지 못한 마음의 장난질입니다.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아픔보다는 기록에 집착하게 되고,
아직도 힘들어하고 있다는 말이라도 우연히 당신이 듣게 되길 바라는 편협한 마음이 커집니다.
오늘도 수없이 스쳐가는 사람들을 돌아보지 못하는 건
아파하는 내 모습이 멋져 보이는 나르시시즘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