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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Aug 27. 2021

소중한 여자라는 걸 모두가 알 수 있도록

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우린 다르다

女_과거: 서울, 신촌



나를 사랑하게 되면서 

우리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너였어. 


하지만 네가 날 사랑할수록 나는, 

 우리가 다르다는 것이 힘들기만 하네.





내 손 잡아 주세요

女_과거: 서울, 신촌



나와 함께하는 시간에.

다른 누군가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런 말없이 내 손 잡아주세요.


함께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소중한 여자라는 걸 모두가 알 수 있도록.






미안해하세요

男_현재: 동경, 아키하바라



덜컹거리는 전철 안에서 누군가의 발을 밟은 순간, 

너무나 당황해서 한국어로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넌 “괜찮아요”라고 대답했다. 


그 짧은 순간, 

“아!”하면서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그래, 한국어였으니까. 


그래, 한국인이 한국에서만 사는 건 아니니깐. 

한국인이 한국에서 살지 않는다고 한국말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니깐.


그렇게 우린 처음 만났는데, 

이젠.


만약, 누군가가 나의 발을 밟는다면, 그 발이 꼭 당신의 발이면 좋겠다. 

당신은 “미안해요”라고 말할 테고, 

그러면 난 “미안해하세요”라고 대답해주고 싶으니깐.

 

꼭, 그렇게 말해주고 싶으니까.





사랑 게임

男_현재: 동경, 아키하바라



당신은 늘 점수를 매기고 싶어 한다. 

저번 건 몇 점. 이번 건 몇 점이라면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해야 한다며 애쓴다. 

당신은 거듭할수록 좀 더 강한 자극을 원한다. 

익숙해지면 그 익숙함을 견딜 수 없이 시시해한다. 

하는 수 없이 더 강한 상황을 만들려 하고 

그때마다 빠르게 눈동자를 돌리며 좋아라 한다. 


그리고 


당신은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작은 실수로 끝나더라도 동전 따위를 다시 넣으면 

언제든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에게 사랑은 게임이다.





내가 당신을 아는데

男_현재: 동경, 아키하바라



이야길 듣고 있던 당신은, 

내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말문을 막는다. 

를 내는 건 아니다. 

표정엔 진심 어린 걱정이 어려있고, 

말투는 다정하기만 하다.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성격 탓에 여전히 차분한 말투였지만 

당신이 말머리에 늘 붙이는 습관은 날 불편하게 만든다.

 

“당신은 이렇게 생각했겠지만.”

“내가 아는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아.”

“거짓말하지 마. 난 당신을 알아.”


솔직히 그 말투는 짜증스럽다. 

아니라고 말해도 믿지 않고 다 안다고 한다. 

그러니까 더 이상 거짓말하지 말라고 한다. 

진실을 말하고 있는데도 거짓말을 강요하고 있다는 걸 당신만 모른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읽을 수 있는 능력 따위는 없다. 

당신이 원하는 쪽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병적인 억지만 있는데 그걸 또 인정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난, 조금의 포장도 하지 않았다.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며 거짓말이라고 외쳐대는 그 거짓말을 한 적도 없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당신 스스로가 만든 환상 속에 나를 집어넣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당신의 ‘난 당신을 안다’는 말은 ‘내 환상을 깨려고 하지 마!’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신을 사랑하기에 원하는 대답을 매번 해주면서도 서서히 지쳐가는 건 어쩔 수 없다. 


- 도대체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 그 머릿속에 있는 남자를 위해 얼마나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해?

- 어떻게 날 그토록 잘 안다고 확신할 수 있어?


하지만 당신을 위해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당신은 놀란 토끼 눈으로 바들바들 떨어댈 것을 알고 있다. 

분명 밤새 전화기를 붙잡고 내가 변했다는 하소연을 친구에게 할 것이다. 

보고 싶은 부분만 봤고, 듣고 싶은 부분만 들었고, 믿고 싶은 부분만 믿었다는 사실은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도 

그런 당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데, 

당신은 그런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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