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설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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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_과거: 서울, 이대입구
바보라서 속는 게 아니라,
단지 '의심하는 내 모습'이 싫어서
속아 주는 거야.
女_과거: 서울, 이대입구
이.따.가.
그 말은 내가 생각할 땐.
아무리 양보해도 하루는 아닌 거 같은데?
조.만.간.
그 말은 내가 생각할 땐.
아무리 양보해도 한 달은 아닌 거 같은데?
언.제.한.번.
그 말은 내가 생각할 땐.
아무리 양보해도 일 년은 아닌 거 같은데?
그냥.
아무런 약속도 하지 마.
차라리.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만 해.
男_현재: 동경, 우에노
“아파, 나 지금 너무 아파.”
- 당신은.
“미안. 갑자기 당신이 떠올랐어.”
- 왜 나에게 연락을 했니?
“나, 이러면 안 되는 거지?”
- 이미 해 놓고는.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줘. 미안. 끊을게.”
-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데?
나도 아파.
계속 아프고 있었는데
당신은
끝까지 날 아프게 만든다.
男_현재: 동경, 우에노
오래 끌고 싶지 않아.
당신을 만나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
아프다고 칭얼대는 것도 지겹고,
더 이상 사랑 따윈 하지 않는다는 거짓말도 지긋지긋해.
내 몸엔 벌써 땀에 찌든 쉰내가 풍기는데,
아, 끝을 낼 수가 없어.
이대로 걷다가 돌아가는 길을 잃고 낯선 거리에 지쳐 쓰러질 것만 같아.
왜 시작했는지도 잊고,
뭘 잊으려 했는지도 모르고 초점 없는 눈으로 주변을 살피겠지.
그러니 오래 끌고 싶지 않아.
이제 그만 꺼져줄래.
男_현재: 동경, 우에노
당신이다.
중심을 잃은 척 딱 한 걸음만 내디디면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있는데
바닥에 붙어 버린 발은 얼어붙어 좀처럼 움직일 줄 모른다.
출발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뒤늦게 달려온 사람들이 날 밀치고 열린 문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자
고막을 괴롭히는 익숙한 소음과 함께 문이 닫힌다.
내가 서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전차가 움직이고 당신과 눈이 마주칠 찰나,
겨우 굳어있던 몸을 움직여 고개를 돌린다.
잠시지만 당신이 날 알아본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
살짝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창문에 바싹 매달려 있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아직은 당신을 만나긴 싫다.
멀어지기 위해 애쓰고 있는 나에게 실패를 안겨주고 싶지 않다.
쓴 약을 계속 먹다 보면 더 이상 쓰지 않게 된다.
레몬은 계속 먹다 보면 더 이상 신 맛을 느끼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달리기를 계속하다 보면 괴로움은 어느덧 묘한 쾌감으로 밀려온다.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을 기억하는 건
당신을 잊기 않기 위함이 아닌,
당신에게서 무뎌지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