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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Aug 26. 2021

악기 하나쯤은 배워둘 걸 그랬어

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우산장수

女_과거: 서울, 홍대입구



비가 좋아 우산장수가 되었는데. 

되고 나니 깨달은 건,

비 오는 날 보다 비 개인 날이 더 많다는 거야.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지 말라는 이유가 아닐까.





문득 그리워지는 날

女_과거: 서울, 홍대입구



우리 자주 가던 동네 입구에 있던 작은 선술집. 

늘 거기서 간단하게, 

때론 거하게 저녁을 해결하곤 했는데. 


언젠가는 술에 취해 웃어대며 

그 가게는 우리를 먹여 살리고,

우리는 그 가게를 먹여 살린다고 할 만큼 자주 갔었는데.


말해줘. 

아직도 그 작은 선술집은 잘 있니?


그리고

잘 있니, 너도.






수혼인 살해사

男_현재: 동경, 칸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따로 있어요. 

사랑 이야기인데. 

아아! 벌써부터 그렇게 식상해하는 표정 짓지 말아요. 

들어보지도 않고 그러면 실례죠.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요. 


자아,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훔칠 수 있는 남자가 있어요. 

그리고 그 남자가 자신을 쫓는 낯선 무언가로부터 도망치죠. 


네? 

왜 도망가냐고요? 쫓아오니까 도망가야죠. 

왜 쫓아오냐고요? 거참, 당연한 걸 묻네요. 


생각해봐요.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훔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뭘 할까요? 


그래요. 

맞아요.


무슨 짓을 해도 내 실체가 드러나지 않으니, 

말 그대로 다른 누군가의 모습으로 보일 테니,

뭘 할지는 뻔하죠. 


온갖 범죄란 범죄는 다 저지르고 다닐 걸요. 

그래서 쫓는 거예요. 


아무튼, 

이 남자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던 거죠. 

도망치면서도 그 여자만은 보호하려고 하죠. 


내가 말했잖아요. 

이건 사랑이야기라고.


그런데, 뻔하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약점이 되죠. 


그래서, 그 여자를 미끼로 

남자가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찾아오게 만들어 버리는 거예요.  


왜요? 왜 웃어요? 

아아! 사랑 이야기 맞다니까요. 


아니 왜요? 뭐가 황당해요? 

조각 같은 외모의 완벽한 능력을 갖춘 뱀파이어는 괜찮고요? 

그런 이야기가 더 황당하잖아요. 


지금, 

당신 같은 사람이 내 앞에 있는 것도 현실 같지 않은데,

당신 같은 사람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것도 현실 같지 않은데, 


봐요, 

지금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잖아요. 


당신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고요? 

음, 뭐랄까? 

사람이라고 하기보다는 여신이라고 해야 할까요? 


왜 진짜. 

왜 자꾸 웃어요? 


아아! 꼬시긴 누가 누굴 꼬셔요? 

그냥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뿐이에요. 


참나,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면 좀 믿어봐요. 


그런데요, 

내가 지금 꼬시고 있는 거, 


그렇게 티나요? 



<수혼인 살해사> 출간 관련

https://brunch.co.kr/@ghamsung/56





악기 하나쯤은 배워둘 걸 그랬어

男_현재: 동경, 칸다



당신들도 못했던 걸 강요하면 안 되는 거거든. 

게다가 뭐가 그렇게 하지 말라는 건 많은지. 

그런데 정작 하고 싶어 하는 걸 말하면 그건 또 하지 못하게 하잖아. 


그런데 참 우습지. 

지금 내가 그러고 있거든. 

난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꼭 악기 하나는 배우게 할 거라면서 말이야.

그 아이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그런데 말이야.

음악이란 게 그렇거든. 

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렬한 소통을 할 수 있잖아. 


있잖아. 이런 상황.

수많은 청중이 앞에 있는데, 

오직 단 한 사람만을 위해서 연주를 하는 거야. 

그걸 알고 있는 그 사람은 얼마나 심장이 두근댈까? 


그래서 음악 하는 사람들이 부러워. 

정말 영화처럼 사랑을 하니까. 


운동선수? 

비슷하지 않을까? 

사랑을 위해 골을 넣는 다던지, 

메달을 따서 목에 걸어줄 수 있으니까. 


그래, 화가도 좋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림이 단 한 사람을 위해 그린 거라면, 

죽어서도 아름답잖아. 


따지고 보면 우리 같은 직장인들이 가장 불쌍하지. 

매일 밤을 새우면서 아등바등 일하는 게, 

다 그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인데도 말이야. 


그래,

전혀 로맨틱하지 않잖아. 

전혀 티가 안 나.


그런데도,

일이 좋아? 아니면 내가 좋아? 라는. 

참 어처구니없는 핀잔만 돌아오고 말이야.

그 일을 왜 하는 줄도 모르고.


그래, 

억울하지, 

정말 억울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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