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女_과거: 서울, 홍대입구
비가 좋아 우산장수가 되었는데.
되고 나니 깨달은 건,
비 오는 날 보다 비 개인 날이 더 많다는 거야.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지 말라는 이유가 아닐까.
女_과거: 서울, 홍대입구
우리 자주 가던 동네 입구에 있던 작은 선술집.
늘 거기서 간단하게,
때론 거하게 저녁을 해결하곤 했는데.
언젠가는 술에 취해 웃어대며
그 가게는 우리를 먹여 살리고,
우리는 그 가게를 먹여 살린다고 할 만큼 자주 갔었는데.
말해줘.
아직도 그 작은 선술집은 잘 있니?
그리고
잘 있니, 너도.
男_현재: 동경, 칸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따로 있어요.
사랑 이야기인데.
아아! 벌써부터 그렇게 식상해하는 표정 짓지 말아요.
들어보지도 않고 그러면 실례죠.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요.
자아,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훔칠 수 있는 남자가 있어요.
그리고 그 남자가 자신을 쫓는 낯선 무언가로부터 도망치죠.
네?
왜 도망가냐고요? 쫓아오니까 도망가야죠.
왜 쫓아오냐고요? 거참, 당연한 걸 묻네요.
생각해봐요.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훔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뭘 할까요?
그래요.
맞아요.
무슨 짓을 해도 내 실체가 드러나지 않으니,
말 그대로 다른 누군가의 모습으로 보일 테니,
뭘 할지는 뻔하죠.
온갖 범죄란 범죄는 다 저지르고 다닐 걸요.
그래서 쫓는 거예요.
아무튼,
이 남자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던 거죠.
도망치면서도 그 여자만은 보호하려고 하죠.
내가 말했잖아요.
이건 사랑이야기라고.
그런데, 뻔하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약점이 되죠.
그래서, 그 여자를 미끼로
남자가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찾아오게 만들어 버리는 거예요.
왜요? 왜 웃어요?
아아! 사랑 이야기 맞다니까요.
아니 왜요? 뭐가 황당해요?
조각 같은 외모의 완벽한 능력을 갖춘 뱀파이어는 괜찮고요?
그런 이야기가 더 황당하잖아요.
지금,
당신 같은 사람이 내 앞에 있는 것도 현실 같지 않은데,
당신 같은 사람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것도 현실 같지 않은데,
봐요,
지금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잖아요.
당신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고요?
음, 뭐랄까?
사람이라고 하기보다는 여신이라고 해야 할까요?
왜 진짜.
왜 자꾸 웃어요?
아아! 꼬시긴 누가 누굴 꼬셔요?
그냥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뿐이에요.
참나,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면 좀 믿어봐요.
그런데요,
내가 지금 꼬시고 있는 거,
그렇게 티나요?
<수혼인 살해사> 출간 관련
https://brunch.co.kr/@ghamsung/56
男_현재: 동경, 칸다
당신들도 못했던 걸 강요하면 안 되는 거거든.
게다가 뭐가 그렇게 하지 말라는 건 많은지.
그런데 정작 하고 싶어 하는 걸 말하면 그건 또 하지 못하게 하잖아.
그런데 참 우습지.
지금 내가 그러고 있거든.
난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꼭 악기 하나는 배우게 할 거라면서 말이야.
그 아이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그런데 말이야.
음악이란 게 그렇거든.
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렬한 소통을 할 수 있잖아.
있잖아. 이런 상황.
수많은 청중이 앞에 있는데,
오직 단 한 사람만을 위해서 연주를 하는 거야.
그걸 알고 있는 그 사람은 얼마나 심장이 두근댈까?
그래서 음악 하는 사람들이 부러워.
정말 영화처럼 사랑을 하니까.
운동선수?
비슷하지 않을까?
사랑을 위해 골을 넣는 다던지,
메달을 따서 목에 걸어줄 수 있으니까.
그래, 화가도 좋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림이 단 한 사람을 위해 그린 거라면,
죽어서도 아름답잖아.
따지고 보면 우리 같은 직장인들이 가장 불쌍하지.
매일 밤을 새우면서 아등바등 일하는 게,
다 그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인데도 말이야.
그래,
전혀 로맨틱하지 않잖아.
전혀 티가 안 나.
그런데도,
일이 좋아? 아니면 내가 좋아? 라는.
참 어처구니없는 핀잔만 돌아오고 말이야.
그 일을 왜 하는 줄도 모르고.
그래,
억울하지,
정말 억울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