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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Aug 31. 2021

사랑한다고 너만 만날 순 없잖아

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사랑한다고 너만 만날 순 없잖아

女_과거: 서울, 여의도



사적으로도 만나고 싶은 사람과

공적으로만 만나고 싶은 사람과

술 마실 때 부르고 싶은 사람과

운동할 때 부르고 싶은 사람과

영화 볼 때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사랑할 때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다 같은

한 사람 일 순 없어.





서울동경

女_과거: 서울, 여의도



동경에서 왔다고?

나 동경 좋아해.


왜?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 차가운 개인주의와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 매정한 자유로움.

그럼 느낌이라서?

 

……

그렇지만, 서울도 그런 걸.






자전거

男_현재: 동경, 니혼바시



당신은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고 했다. 

동경에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자전거를 탄 적이 없다고 했다. 


동경에 사는 사람 중에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은 자기 혼자일 거라며 

지금이라도 좋으니 배우고 싶어 했다. 


차라리 스쿠터를 배우지 다 늦게 무슨 자전거냐면서도 

다음날 친구에게 자전거를 빌려와 안장을 당신에게 맞도록 낮춰놨다.

 

집 앞 공터에서 비명을 질러대는 당신을 안다시피 하며 

몇 시간 동안 땀에 젖은 줄도 모르고 자전거를 타도록 도와줬다. 


가 떨어지면 돌아가기로 약속을 했지만 

밤을 새워서라도 반드시 자전거를 타고야 말겠다는 당신의 눈빛이 좋았다. 


결국, 가로등이 켜지고 저녁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산책을 나온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당신은 넘어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지쳐 나가떨어진 건 나였다. 

그런 나에게 미안하지도 않냐며 삐쭉 입술을 내밀었더니 

정말 미안한 건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새벽이 되어서야 당신은 혼자서 십여 미터를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불안했다. 

러다 넘어지지 하는 찰나 우당탕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대로 공터 구석에 처박히고 말았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달려가니, 


당신은 울고 있었다. 

아니 웃고 있었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런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는지 황급히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당신은 

땀에 젖어 축축한 내 옷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팔을 깊숙이 넣어 내 허리를 꼭 감싸 안았다. 


내 가슴엔 땀과는 다른 

무언가로 다시금 젖어왔다.





마법의 장소

男_현재: 동경, 니혼바시



당신이 마음이 아플 때마다 찾아가는 곳. 

아마도 그곳은 여기라고 생각한다. 


그곳에 가면 거짓말처럼 말끔히 치유된다던 마법의 장소. 


그렇다면 나에게도 효과가 있는 건지, 

아니면 여기까지 오는 동안 걸린 시간이 모르는 사이 상처를 치유했는지, 

그것은 솔직히 모르겠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다 못해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묘한 느낌이 주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내 안에 날카로웠던 상처들이 무뎌져 있는 걸 깨달았다.

 

당신도 그랬을 테지. 


전혀 특별하지 않는 이곳을 내가 특별하다고 여기는 순간, 마법의 장소가 되어버린 것처럼. 

이젠 그 특별함을 당신에게서 이곳으로 옮겨와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시간이 필요하다. 


내 안에 남은 당신의 흔적을 모두 지우기 위해선. 

그리고 담담히 당신과의 추억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진 


아직은 좀 더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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