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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Sep 01. 2021

결혼해,라는 말에 넌 슬퍼할까

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멍청한 질문

女_과거: 서울, 구반포



그 말은 차라리 하지 않았어야 했어.

이제 너를 어떻게 대하라고.


“사랑할수록 가슴이 아프다”는

그 말을 차라리 듣지 말았어야 했어.


사랑하라고 말할 수도,

아프지 말라고 말할 수도 없는데.






누구나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짜증

男_현재: 동경, 케이세이타사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산다는 것과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것.

그 모호한 경계를 당신을 알지 못했다.

매일같이 하고 싶은 것들을 늘어놓고 하지 못해 칭얼거리는 당신에게

하고 싶으면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쉽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니까 하는 소리잖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뭔데?”

“가령, 여행.”

“가면 되잖아.”

“지금 하는 일은?”

“일이 더 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여행이야?”

“여행.”

“그럼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해.”

“여행을 다녀와선? 손가락 빨까?”

“여행을 다녀와서 계속 살아 있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해?”

“에? 그게 무슨 소리야?”

“하고 싶으면 하라는 소리야.”

“아니, 잠깐. 그러니까 내가 죽기라고 한다는 거야? 그게 할 소리야?”

“생각을 그렇게 하라는 거지. 죽는 순간, 아! 내가 여행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일만 하다 죽는구나. 하면서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없다면 하고 싶은 일은 미루지 말고 하라는 거야. 시간이란 생각보다 그렇게 길지 않거든.”


결국, 당신은 내 마음과는 달리 불같이 화를 냈다.

왜 화를 내는지 모르는 난 오히려 황당해했고,

그 황당해하는 모습에 당신은 또 더 화를 냈다.

왜 더 화를 내는지 모르는 난 더더 황당해하고,

더더 황당해하는 당신은 더욱 더더더 화를 냈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되잖아.”

묵묵히 듣고 있다 내뱉은 한마디.

그 말이 그렇게 짜증스러웠던 걸까?

정말 할 수 없다면 모르겠지만,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을 두고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던 당신의 모습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해?”

당신은 한발 물러서며 겨우 화를 수그렸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내 말에 당신은 또다시 어이없어했다.


“하지 못하는 것들에 미련을 갖지 말고.”

이어진 내 말에 당신은 계속 어이없어하면서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웃는 내 모습에 기가 차는지 당신은 다시 한번 웃고,

그 웃음에 나도 다시 한번 웃었다.


“언젠가 알게 될 거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것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그때가 되면 지금의 나랑 똑같은 말을 할 걸. 아니, 오히려 나 보다 더 할걸.”

“글쎄, 그럴까? 그럼 그때가 언젠데?”

“....... 당신이 더 이상 날 사랑해선 안될 때.”


그 말을 하고 나서 웃은 당신의 얼굴을 기억난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웃음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드는.


무척이나 무표정한 웃음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거닐다 들은 노래

男_현재: 동경, 케이세이타사고



사랑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변할 뿐입니다.

지금, 거리를 걷다 문득 들려온 노랫소리에 발걸음이 멈춰지는 건.

그때의 내 사랑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변하지 않아서입니다. 

이 노래를 함께 들었던 그 사랑이,

여전히 날 힘들게 하고 있지만,


뭐, 이젠 괜찮습니다.





갑자기

男_현재: 동경, 케이세이타사고



나......결혼해. 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슬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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