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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Sep 01. 2021

한잠 할래?

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그 노래

女_과거: 서울, 샛강



그 노래는 바람을 따라 들려왔어. 

자석에 붙어버린 클립처럼 그 자리에 멈춰 섰지.

그 사람의 SNS에서 끝없이 반복되며 들려오던,

그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된 것만으로 심장이 멈춰버렸어.


네가 불러주었던.

그, 노래. 





텅 빈 심장 한 자리

女_과거: 서울, 샛강



당신이 아니라도 상관없어요. 

밀려오는 허전함을 감당하기엔, 이젠 많이 지쳤나 봐요. 


깊은 잠에 빠져들고 싶어요.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잠들기를 꿈꿔요. 


당신은 내게 아니라고 한다면,

당신이 아니라도 나, 이젠 상관없네요. 







당신도 아팠나요?

男_현재: 동경, 나리타



칫솔에 치약을 묻힙니다. 

‘우리 둘의 칫솔이 이렇게 나란히 있으니까 보기 좋다. 그렇지?”


머리를 감습니다. 

‘다들 이래서 연애를 하나 봐? 머리 감겨 주니까 참 편하다.’


미뤄뒀던 청소를 합니다.

‘바닥만 닦으면 어떻게 해? 위에도 닦아야지. 내가 못 산다.’


지하철을 기다립니다. 

‘벌써 끊긴 건가? 아무래도 오늘도 신세 져야 할 것 같은데?’


담배를 하나 꺼나 뭅니다. 

‘끊어. 자기를 담배 냄새로 기억하고 싶진 않아.’


꽃집 앞에 멍하니 서서 거리까지 나와있는 꽃들을 바라봅니다.

‘꽃 사려고?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동네 구멍가게에 들려 라면을 먹습니다. 

‘혼자 있더라도 라면 먹지 말고 밥 먹어. 나 속상해.”


이제는,

혼자 밥을 먹으면서도, 

혼자 산책을 하면서도, 

혼자 잠이 들면서도, 

내내 그녀의 잔상이 떠오르는 탓에 

그녀는 언제나 나와 함께입니다. 

여전히 매 순간마다 내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벌겋게 될 정도로 아무리 몸을 닦아도 

그녀는 내게서 떨어져 나가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떨쳐내지 못하고 

아직도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 감정이 밉습니다.

 

어쩌면 난 슬픈 게 아니라, 

이 슬픔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과의 기억을 일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아픈데도 곱씹고 있는 나를 돼보면 맞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젠, 

이렇게라도 살아가는 걸 즐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믿고 있습니다. 

당신도 나처럼. 

아파하고 있을 거라고.





낮잠

男_현재: 동경, 나리타



모처럼, 늘어지게 개운한 낮잠을 잡니다. 

밤낮으로 잠들지 못해 괴로워하던 시간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잠에서 깨도 모든 건 여전히 그대로일 테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모처럼, 늘어지게 개운한 낮잠을 잘 수 있으니까요.

당신과 함께 거닐어 왔던 이 길의 낡은 벤치에 누워서.


잠깐이라도.

같이.


한잠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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