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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Sep 01. 2021

만나서, 미안해요

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사랑을 버리고 떠나다

女_과거: 서울, 김포공항



알아요. 

아파하고 있다는 거. 

내게 그댄 든든한 사람이었는데, 

그대에게 난 아프기만 한 사람이었네요. 

아프고 아파서 

더 이상 아플 수 없을 만큼 무뎌지면,

우리 그때, 다시 웃으면서 만나요. 

그때, 돌아갈게요. 

늘 그랬듯이 두 팔 벌리고 달려와 

날 반겨줘야 해요. 


알아요. 

나, 참 나쁜 여자죠. 





편도선

女_과거: 서울, 김포공항



목이 따끔거리네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어요. 

몰랐는데 사람이란, 

하루 동안 꽤 많은 침을 삼키나 봐요. 

겁이나 고여만 가는 침을 차마 넘길 수 없네요. 


그래요, 벌 받나 봐요.

당신에게 준 상처에 비하면 별것도 아닌데

참 유별나게 아파하네요. 

반지와 함께 건네주던 

꼭 돌아오라고 했던 당부가, 

'편도선'이 되어 이제는 돌아가지 않네요. 

꼭 아파하라던 마지막 바람이 이렇게 이뤄지네요. 


알아요. 

그래도 또다시 달려와 

아픈 날 가슴에 안고 낫게 해 주겠죠.


그래도 이젠 그러지 말아요.

나 이제, 

날 챙겨주는 다른 사람이 생겼어요.


안녕. 

나의 너.






유턴 금지

男_현재: 동경, 니시후나바시



익숙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이정표. 

자세히 보니 거꾸로 가고 있었다. 

다음 정거장에 내려 다시 반대편 전철을 타면 그만인데, 

그렇다고 해도, 당신에게만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그만,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버렸다. 


어떻게든 멀어지려 하면서도, 

이렇게 멀어지는 기분은 참...... 싫다.





축하해

男_현재: 동경, 니시후나바시



나만 바라보겠다던 당신의 

하하하! 유쾌한 거짓말. 


결혼, 축하해.





만나서, 미안해요

男_현재: 동경, 니시후나바시



동경에 오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정말 이해하고 싶었어. 

이해하지 못하면 미쳐버릴 것 같았거든. 


그래, 동경이라는 장소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거야. 

뒤죽박죽 엉켜있는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지.


동경의 수많은 거리를 걷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어. 

 

‘그랬겠구나’ 겨우 알 수 있게 됐어. 

그렇다고 당신을 이해를 할 수 있게 된 건 아니야. 

‘그래도 이렇게 했어야 했어야지’라는 생각이 뒤따라 오고 마니까.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때와 똑같이 화가 나고 눈물이 나고 서운하기 해. 


이해해 보겠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했는지도 몰라. 

그래도 한 가지는 알겠더라. 

당신도 나만큼 아픈 사랑을 하고 있었겠구나 싶은. 

당신도 나만큼 많이 참아주고 견뎌 줬구나 싶은. 


다행이야. 

나만 아픈 게 아니라서. 


흉터는 남겠지만,

그래도 그 흉터가 생긴 이유는 점점 희미해져 가겠지.

그렇게 당신과의 모든 시간들을 잊어 가볼게. 


이제 끝내야겠지. 

당신만을 간직하며 살 순 없잖아. 

나도 당신처럼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또다시 사랑에 빠져봐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우리의 사랑이 그 정도뿐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린 이젠 어른이 되었으니까. 


사랑에 너무 가슴 뛰지 않고, 

이별에 너무 아파하지 않는.

그런 어른이 말이야.


자아. 

마지막 인사를, 

정식으로 할게.


만나서, 미안해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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