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설렘: 일본
#일본 #도쿄 #동경 #서울 #동경서울
女_과거: 서울, 김포공항
알아요.
아파하고 있다는 거.
내게 그댄 든든한 사람이었는데,
그대에게 난 아프기만 한 사람이었네요.
아프고 아파서
더 이상 아플 수 없을 만큼 무뎌지면,
우리 그때, 다시 웃으면서 만나요.
그때, 돌아갈게요.
늘 그랬듯이 두 팔 벌리고 달려와
날 반겨줘야 해요.
알아요.
나, 참 나쁜 여자죠.
女_과거: 서울, 김포공항
목이 따끔거리네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어요.
몰랐는데 사람이란,
하루 동안 꽤 많은 침을 삼키나 봐요.
겁이나 고여만 가는 침을 차마 넘길 수 없네요.
그래요, 벌 받나 봐요.
당신에게 준 상처에 비하면 별것도 아닌데
참 유별나게 아파하네요.
반지와 함께 건네주던
꼭 돌아오라고 했던 당부가,
'편도선'이 되어 이제는 돌아가지 않네요.
꼭 아파하라던 마지막 바람이 이렇게 이뤄지네요.
알아요.
그래도 또다시 달려와
아픈 날 가슴에 안고 낫게 해 주겠죠.
그래도 이젠 그러지 말아요.
나 이제,
날 챙겨주는 다른 사람이 생겼어요.
안녕.
나의 너.
男_현재: 동경, 니시후나바시
익숙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이정표.
자세히 보니 거꾸로 가고 있었다.
다음 정거장에 내려 다시 반대편 전철을 타면 그만인데,
그렇다고 해도, 당신에게만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그만,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버렸다.
어떻게든 멀어지려 하면서도,
이렇게 멀어지는 기분은 참...... 싫다.
男_현재: 동경, 니시후나바시
나만 바라보겠다던 당신의
하하하! 유쾌한 거짓말.
결혼, 축하해.
男_현재: 동경, 니시후나바시
동경에 오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정말 이해하고 싶었어.
이해하지 못하면 미쳐버릴 것 같았거든.
그래, 동경이라는 장소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거야.
뒤죽박죽 엉켜있는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지.
동경의 수많은 거리를 걷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어.
‘그랬겠구나’ 겨우 알 수 있게 됐어.
그렇다고 당신을 이해를 할 수 있게 된 건 아니야.
‘그래도 이렇게 했어야 했어야지’라는 생각이 뒤따라 오고 마니까.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그때와 똑같이 화가 나고 눈물이 나고 서운하기 해.
이해해 보겠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했는지도 몰라.
그래도 한 가지는 알겠더라.
당신도 나만큼 아픈 사랑을 하고 있었겠구나 싶은.
당신도 나만큼 많이 참아주고 견뎌 줬구나 싶은.
다행이야.
나만 아픈 게 아니라서.
흉터는 남겠지만,
그래도 그 흉터가 생긴 이유는 점점 희미해져 가겠지.
그렇게 당신과의 모든 시간들을 잊어 가볼게.
이제 끝내야겠지.
당신만을 간직하며 살 순 없잖아.
나도 당신처럼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또다시 사랑에 빠져봐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우리의 사랑이 그 정도뿐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린 이젠 어른이 되었으니까.
사랑에 너무 가슴 뛰지 않고,
이별에 너무 아파하지 않는.
그런 어른이 말이야.
자아.
마지막 인사를,
정식으로 할게.
만나서, 미안해요.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