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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Oct 04. 2021

멋진 여행 사진을 얻었을 때

낯선 설렘: 일본

가장 좋은 카메라는 

지금 이 순간 내 손에 들려있는 카메라라는 말이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더욱 와닿는 말이다. 


플래시가 없어도, 

화소가 낮아도,

필름 카메라던, 디지털카메라던.

내 가슴이 몽글몽글, 뭉클뭉클했을 때, 

그 순간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즉, 그 순간 내 손에 들려있는 카메라)가 좋은 카메라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가지고 다니는데 부담이 없어야 한다. 

한때 DSLR에서 똑딱이 카메라로 옮긴 이유이기도 했다. 

지금은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제법 나쁘지 않아서, (아니, 웬만한 카메라보다 좋아서)

여행 사진으로도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아무튼, 

이렇게 찍게 되는 여행 사진이 좋은 이유는 날 것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소의 보정과 필터는 사용하겠지만 그 역시 본판이 어느 정도 괜찮아야지 되기 때문에, 

난 그 정도는 날 것이라고 여긴다. 


여행사진은 사진을 찍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개입하기가 어렵다. 

저물어가는 태양에게 "잠깐만! 조명 좀 설치하게 30분만 있다가 갈게." 할 수가 없다. 

쏟아지는 폭우를 찍겠다고 맑은 하늘에 대고 '비 좀 뿌려줘!' 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미리 준비하고 기다렸다가 찍는 경우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아무런 정보 없이 무작정 거닐다가, 

우연한 곳에서, 

우연한 시간에, 

우연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유명한 명소가 아니라, 

늘 곁에 있어서 있는 줄도 몰랐던 주변 풍경 속에서 그런 장면들을 찍으면, 

약간의 희열도 느낀다. 


그래서 여행 사진을 좋아한다. 

스튜디오에서 작가가 이래저래 요구해서 얻어내는 사진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엄연히 다른 그 무엇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행 사진들이 오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낯선 뒷골목이나 장소.

그곳에 가서 "이런 사진을 찍었고, 이런 일이 있었고, 이런 감성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너무 쉽게 믿어버리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행 작가들은, 

그 어떤 장소에 떨어뜨려놔도 

멋진 사진을 찍고, 

멋진 일을 만들어 내며, 

멋진 감성에 빠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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