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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Oct 04. 2021

다치지 마요

낯선 설렘: 일본

여행을 할 때, 

아주 작더라도 다치면 일단 여행에 차질이 생긴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면 더욱 자신의 몸을 돌아보고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방구석에 가만히 있다 하더라도, 

화장실 가다가 문지방에 발가락을 부닥치는 사고(?)가 나기도 하니까, 

여행 중에 다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래서 난, 

특히 더욱 신경을 많이 쓰는데, 

도쿄의 초가을 햇볕에 이마가 홀라당 타버리고 말았다.

동남아의 숨 막히는 더위처럼 오감으로 확 느껴지는 건 아닌데, 

은근히 강렬한 태양에 내 이마가 홀라당 타버린 것이다. 

머리가 길어서 뒤로 묶고 다녔던 탓에, 내 이마는 조금의 방어막도 없이 노릇노릇 구워져 버렸다.  

눈썹을 치켜세우며 억지로 이마에 주름을 잡으면 따갑다. 

덕분에 며칠이 지나서는 이마의 허물이 벗겨져서, 꾀나 고생했다. 


발도 고생이 심하다. 

내 여행 스타일이 한 곳에 머물지를 못하고, 

계속 이동하는 스타일이라, 

여행을 할 때마다 내 발에게 무한 고마움을 느낀다. 


나와 걷는 것은 떨어놓을 수 없을 만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군대를 제대하고, 

학비를 벌기 위해 딜리버리(배달)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여의도에 있는 회계법인 회사, 총무부 소속이 되어서, 

매일매일 나오는 서류들을 다른 회사에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그날그날 배달해야 하는 서류들의 목적지를 확인하고 루트를 짜는 게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짠 루트대로 지하철을 타기도 하고 버스를 타기도 했지만,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다.


정거장 세네 개는 걸었다. 

정거장까지 걸어가는 거리도 있어서, 

그 거리라면 그냥 골목골목을 누비며 배달할 회사까지 직접 걷는 게 나았다. 


그때의 경험이 몸에 밴 걸까?

도쿄에서도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토초마에서 롯폰기까지만 전철을 이용하고,

롯폰기에서 아자부주반, 시오도메, 긴자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하루 평균 10시간씩 걷은 것 같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타면 놓치고 마는,

골목골목 숨겨진 소소한 것들과 마주하게 되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었다.  

거닐다 보면 발견하는 소소한 풍경들. 

그것을 카메라에 담았을 때 뿌듯함.


그래, 까짓 거 걷는 거다.


이렇게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 

저녁에 숙소에 돌아와 보면 발은 이미 퉁퉁 부어있기 일쑤다. 

그제야 제대로 신발도 벗고 바람을 쐐어주는데, 시원함과 욱신거리는 열기가 동시에 밀려온다.


잘 버텨주고 있는 발이 한없이 고맙다.

제발, 물집 생기지 않고 이번 여행 끝까지 잘 버텨다오.

여행이 끝나면 특별히 발마사지를 선물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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