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화장실은 일주일만 지나도 물때, 거품 때가 낀다는 걸.
한 달 동안 내버려 두면 누굴 집으로 데려오기도 민망해질 만큼 더러워진다는 걸.
그동안은 엄마가 끝없이 청소를 했다는 걸.
심지어 그 청소하는 모습을 매번 보면서도 단 한 번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다는 걸.
자취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배달 음식에 냉동 음식만 먹다 보면, 몸이 축난다는 걸.
맨날 풀때기냐며 투정을 해도,
왜 이렇게 짜냐고 구시렁거려도,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면서 함께 살던 수십 년간 몸이 축난 적은 없었다는 걸.
자취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술친구도 찾아오고, 애인도 찾아오고,
누구 눈치 하나 볼 것 없이 내 맘대로 산다고 생각했지만,
성인이 된 다음부터는 크게 눈치 받은 적도 없었다는 걸.
진심으로 날 걱정해주는 엄마의 잔소리가 그리워진다는 걸.
자취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일주일만 하지 않아도 집안인지 집 밖인지 구분이 되지 않게 된다는 걸.
설거지, 빨래, 걸레질 만으로도 따로 PT를 끊지 않아도 충분히 운동이 된다는 걸.
매일 밤 팔다리 아프다며 끙끙 거리는 엄마의 신음 소리가 단지 늙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자취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가 간섭이 아니라 관심이라는 걸.
하루에 한 번의 통화도 반갑게 받지 않고 퉁명스러운 말투였기에,
그 하루에 한 번의 통화가 망설이고 망설이다 한 번 전화를 했을 엄마의 고민이었다는 걸.
직접 안 하고 매번 형을 통해 나에게 전화 좀 해보라고 했던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자취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내가 엄마에게 먼저 전화를 해야 한다는 걸.
- 엄마.
- 왜 아들.
- 나 없으니까 편해?
- 뭘 편해, 똑같지.
- 빨래도 줄고, 밥 차리는 것도 줄고, 편하지 않아?
- 아, 그건 편하지. 밥도 대충 밥에 물 말아서 김치랑 먹으면 되고.
- 왜 그렇게 먹어? 더 잘 차려먹어야지.
- 뭘 차려. 먹을 사람도 없는데.
- 왜 없어.... 엄마가 먹잖아....
- .... 너 술 마셨냐?
- 아침부터 술은 무슨 술.
- 술 마시지 마. 건강이 최고야.
- 안 마셔....
- 왜 전화했어?
- 무슨 일이 있어야 전화 하나....
- .... 엄마, 빨래 꺼내야 해.
- 알았어.... 엄마?
- 왜?
- ....
- ....
- .... 밥은.... 잘 챙겨 먹어.
- 나 걱정 말고, 너나 잘 챙겨 먹어.... 언제 오냐?
- .... 곧 갈게.
- 올 때 미리 전화 해.
- 왜? 엄마 바빠? 어디 가?
- 아니, 장 좀 미리 봐놓게. 너 좋아하는 걸로.
자취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집밥이.
얼마나 감사하고 맛있는지.
자취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아프지 않기를.
엄마가 행복하게 하루라도 더 오래오래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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