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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Oct 07. 2021

여행 중 빨래는 어떻게 하세요?

낯선 설렘: 중국

#중국 #상해 #상하이 #빨래 #여행




겨울에 여행을 떠난 나에게 가장 큰 숙제는 빨래였다. 

속옷이나 양말은 잠들기 전 쓱쓱 빨아서 방 한 구석에 놓아두면 금방 마르지만, 

신발이나 두꺼운 옷 같은 건 쉽게 빨 수도 없다. 

일단 빨면 마를 때까지 발이 묶이기 때문이다. 

금방 말려지지도 않는다. 


특히 겨울 여행에는 어쩔 수 없이 입게 되는 패딩 점퍼가 큰 골칫거리다. 

그 하나만으로도 큰 부피를 차지하기 때문에 여벌의 다른 패딩 점퍼를 가져오기도 뭐하다.


그래도 여행을 좀 많이 한 지금은, 접으면 휴대하기 좋은 사이즈가 되는 여행용 패딩이 있는 것도 알고, 

얇은 패딩을 여러 벌 껴입어서 더욱 높은 보온 효과를 얻기도 하는 노하우가 생겼지만,

중국을 여행할 당시엔 정말 평소에 입고 생활하던 두꺼운 패딩 점퍼 하나만 챙겨 갔었다. ㅡ..ㅡ 


그 덕에 여행 내내 혹시라도 단벌 패딩 점퍼에 뭐라도 쏟을까 봐 늘 신경을 써야 했고, 

어쩔 수 없이 베이는 담배 냄새나 땀 냄새 때문에 여행 중반부터는 향수를 쏟아부었다. 

아무리 더러워도 여행 중에는 계속되는 이동때문에, 쉽사리 패딩 점퍼를 빨 수도 없었다. 


게다가 내가 중국까지 입고 온 패딩 점퍼는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는 제품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는 제품을 입었다는 건, 

긴 배낭여행을 조금 해본 사람이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웃픈 일일 것이다. 

나는 정말 외계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해 숙소를 정하면 

가장 먼저 얼마나 머물지를 가늠해 본 다음에, 

기간에 맞춰 그동안 배낭 속에 쌓아뒀던 옷들을 꺼내 빨래를 한다. 

때로는 빨래를 하기 위해 (정확하게는 옷을 다 말리기 위해) 하루 정도 더 머물기도 한다. 


검은 땟물이 빠져나가는 빨래를 보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개운함을 느낀다. 

그렇게 모든 빨래를 끝내면, 땀과 비눗물로 범벅이 된 몸을 깨끗하게 씻고 

미리 사둔 차가운 맥주를 신성한 의식처럼 마셨다. 


그렇게 마시는 맥주의 맛이란.


대략 숙소를 정하면 짧게는 2일, 길게는 4일 정도 머물렀기 때문에, 

다음 여행지로 떠날 즈음 빨았던 옷들은 거의 다 뽀송뽀송하게 말랐다. 

그렇게 마른 옷들을 다음 여행지에서 입게 되는 옷들이 되고, 

그전까지 입고 다녔던 옷들은 다시 배낭에 넣어서 다음 여행지에서 빨게 된다. 


물론, 너무 피곤한 날에는 빨래가 마냥 귀찮기도 하다. 

그런 날이면 ‘그냥 버리고 새로 하나 사자’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한 푼이 아쉬운 배낭 여행자에게 그건 분명 필요치 않은 지출이고 사치다. 


차라리 빨래가 주는 즐거움을 상기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법이다.


차가운 맥주. 

그래, 그거 하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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