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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Oct 07. 2021

사진은 왜 찍어요?

낯선 설렘: 중국

#중국 #상해 #상하이 #사진 #연애




난, 시간과 돈만 생기면 강박관념에 휩싸여 어디로든 떠나야 하는 여행족은 아니다. 

오히려 통장에 쌓여가는 잔고를 보며 흐뭇해하는 전형적인 직장인이다. 

게다가 지독한 귀차니즘이 발동하면 누가 불러낼까 전화도 받지 않고 

집안에서 꿈쩍도 않고 며칠씩 버티는 게으름쟁이이자 지독한 집돌이다. 


그런 내가, 사진이란 취미가 생기면서부터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여행은 여럿이 떠나면 여럿이 떠나서 재밌지만, 

혼자 떠나면 혼자 떠나는 맛이 있다. 

죽어도 혼자서는 여행을 못 가겠다는 사람도 있는데, 

내 경우에는 그럭저럭 혼자 거니는 그 시간을 나름 즐겨서 다행이다. 

(어차피 같이 여행 갈 여행친구가 없다. ㅜ..ㅜ)


나는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속도도 내 맘대로 조절하고,

때론 미리 정해놓은 루트가 아니더라도 호기심에 옆길로 샐 수도 있고,  

몇 시간이라도 원하는 사진을 위해서는 그 자리에서 멈출 수 있는, 

그러니까 내 멋대로의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어차피 같이 여행을 가도, 여행친구가 상당히 스트레스 받겠구나? @..@)


혼자 떠나는 여행은 자유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이 자유의 상징일 텐데, 

그 여행에서도 혼자 떠나는 여행은 더더욱 자유로우니, 

얼마나 자유롭겠는가. 


물론, 몇 가지 불편한 사항이 있는데, 

그중 가장 불편했던 것(?), 아쉬웠던 것(?) 암튼,

이 멋진 풍경을 만나게 되더라도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이 풍경에 인물이 들어가면 '죽이겠는데!' 싶어도, 모델이 되어줄 사람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모델까지 하기도 뻘쭘하다. 

(물론, 가끔, 정말 정말 아까운 배경 앞에서는 셀카를 찍기도 한다.)


가끔 타이머를 이용해서 찍기도 하는데, 

누군가가 내 카메라를 들고 도망가진 않을까 싶은 불안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표정이 엉망이다. 

원래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 더욱 표정이 엉망인데 말이다. 


도둑을 맞더라도, 카메라는 다시 사면 그만이긴 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사진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어느 도둑이 친절하게 그 사진들을 웹하드에 올려놓고 다운로드하게 해 주겠는가?

카메라를 훔치는 도둑이, 그 와중에 메모리 카드만 빼놓고 도망가진 않을 테고. 


그렇다면, 난 사진을 왜 찍는 걸까?

눈으로 담으면 퇴색되기 때문에?

아니다. 

난 오히려 지워지는 기억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지금처럼 박제되는 삶이 불편하다. 


그런데, 난 왜 사진을 찍을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수만 장을 찍어놓고도 아직도 알지 못하는 그 이유.


분명한 것은. 

사진이 좋다는 것이다. 

내 심장이 울렁거리는 풍경을 마주했을 때, 

그 모습을 사진에 담는 행위를 난 좋아한다. 

이유도 모르고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 그건 연애와 닮았다. 

왜 좋은지도 모르고 좋아하는.

그래서 "넌 내가 왜 좋아?"라는 물음에, 

뭐라고 답을 할지 몰라서, "그냥 좋아."라고 대답하는 풋풋한 연애 말이다.  


난 어쩌면.

사진과 연애를 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수십 년을 함께 했고, 

이젠 동영상이라는 업그레이드된 (연속)사진이 보편화되었는데도, 


난 여전히 사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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