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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Oct 07. 2021

먹기 전 인증샷부터

낯선 설렘: 중국

#중국 #상해 #상하이 #예원 #합석




예원에 있는 남상만두점은 그 인기를 말해주듯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두를 사서는 길에 앉아서 먹곤 했는데,  

오랜 시간 걸었던 탓에 어디든 편하게 앉고 싶었다. 


이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C는 근처에 있는 다른 만두가게로 가자고 한다. 

그곳은 안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는데, 실내는 생각보다 넓었다. 


하지만,

그렇게나 넓고 자리가 많은데도 쉽사리 자리가 나지 않았다. 

결국, 그 안에서도 한참을 더 기다린 끝에서야  

겨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합석하면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식당에서 합석은 익숙하지 않다.


그들도 낯선 외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지, 나처럼 갑작스러운 합석을 어색해했다. 

그렇지 않아도 합석이 어색한 나인데, 

날 어색해하는 그들의 어색함 때문에 나는 더욱 어색해졌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는 식당의 합석 문화.

중국에서는 손님보다 식당의 주인을 생각해주는 마음이 커서일까?

아니면, 낯선 사람과 식사하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 일까?

지금 내 앞에 있는 어색 열매를 열개는 먹은 듯한 표정의 학생들을 보니, 후자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주뼛거리던 그들도 자신들이 주문한 만두가 나오자 살며시 환호성을 지르며,

주섬주섬 자신들의 주머니와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조금 전까지의 수줍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만두를 맛있어 보이게 찍겠다는 결의찬 눈동자를 하고, 

인증샷 남기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래.

인증샷.

인증샷은 꼭 남겨야지. 

여기는 그냥 식당이 아니라, 

예원이라는 관광지 안에 있는 식당이잖아. 


인증샷을 찍어대는 그들의 모습이 어찌나 밝고 재밌던지, 

나 역시 카메라를 꺼내 들고 인증샷을 찍는 그들의 그런 모습을 인증샷으로 남겼다. 


그런 내 행동을 말없이 보고 있던 일행 중 한 명이 조용히 

보다 멋있게 찍어보라는 듯이 자기 앞에 있던 만두를 슬며시 내 앞으로 밀어줬다.  

그러고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으면서 손으로 사진 찍는 모양을 만든다.


그 마음 씀씀이가 이뻐서 사진을 다 찍고 난 뒤에 

몇 살이냐고 물으면서 대화를 시도했는데, 아쉽게도 영어를 못 한단다. 

몇 번이나 내가 하는 영어 질문에 귀를 기울이며 이해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손을 내저으며 ‘Sorry Sorry’ 하고 말았다. 


내 눈에는 그 모습도 마냥 귀여웠지만. 


물론, 현지인인 C가 통역을 해줄 수도 있었지만, 

또래의 남자들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는지, 

C는 이미 합석을 하는 동시에 오직 영어만 썼다.


아마도, 우릴 둘 다 외국인으로 알겠지.  


그들은 동양인이면서, 왜 영어로 대화를 나누냐고 묻기는 했다. 

한국어나 일본어를 기대한 모양이었다.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어느 나라 말인지는 알 테니까. 


하지만, 

중국인인 C와 한국인인 내가, 

영어 말고는 소통이 될 리가 없다. ㅎㅎ.


대답 대신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기만 했다.

적어도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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