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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an 07. 2022

차박 레이, 지도 검색이 먼저

다락엔 감성 / 강원도 홍천군 내면 방내리

내 경우에는 잠도 자지 않고 돌아오는데, 

"차박"이라는 단어는 분명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이미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차박"을 대신할 맛있는 단어도 없거니와, 

"차박"에 차에서 먹고 자는(낮잠) 여행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으니까.

계속해서 "차박"이라는 단어를 쓰려고 한다. ^^;;


드디어. 

다락을 끌고 첫 차박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어디를 가야 하나?


일단 1. 카카오맵을 열었다. 

그리고 2. 스카이뷰를 설정한다. 


정말 그렇게 검색을 하는 거냐고 믿지 않겠지만, 

실제로 손가락 두 개를 이용해서 지도를 키웠다 줄였다 하면서, 

차를 세울 수 있는 만한 장소를 찾는다. 


난 주로 강을 따라가면서 살펴본다. 

일단, 차를 세울 수 있더라도, 

마트 주차장에서 차박을 할 수는 없으니까. 

풍경이 좋은 곳을 찾아보는데, 

난 물가를 좋아해서 우선 강을 따라 살펴본다. 


저수지도 눈에 들어고,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호수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그 와중에 관광지는 제외하고, 노지 위주로 찾아보는데....


의외로. 

길가에 차를 세울 만한 공간이 없다. 


아무튼,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하면,

3. 로드뷰를 통해 주변을 살펴본다.  

실시간 업데이트는 아니긴 하지만,

그럭저럭 컨디션을 미리 파악해 볼 수 있다. 


그렇게 처음으로 내가 선택한 장소는.

강원 홍천군 내면 방내리의 방내천 옆의 조그만 공터였다.


차는 세울 수 있었지만, 

캠핑을 하거나 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너무도 아늑해 보였다. 


직장 동료에게 주말에 홍천에 간다고 하니까, 

리프팅하러 가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홍천에 명소나 맛집을 묻지도 않는데 알려준다. 


아.... 아니.... 난.... 그냥 홍천.... 길바닥에 가는 건데.


내 말을 들은 직장 동료는 의아해한다.


뭐하러?


그.... 그러게 말이다. 

하지만.... 뭐, 일단 가보면.... 뭐할 건지 떠오르겠지.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첫 차박을 떠났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서울과 경기도를 벗어나자 눈에 들어오는 푸른 산.

그 풍경이 왜 그렇게 눈물겹게 반갑던지.


도시에서만 살면서 참 각박한 풍경에 길들여져 있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드라이브만 으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이었는데, 

왜 매주 금요일 밤마다 술에 취해서, 토요일 내내 잠만 잤는지 모르겠다. 


무작정 산길을 따라가다가, 

잔가지에 다락이는 다 긁히고 ㅜ..ㅜ

이름 모를 들꽃을 왜 찍는지도 모르지만 예쁘니까 일단 찍고서, 

카카오톡 프로필로 꾸미고 (아, 아저씨들 감성이 이해가 되는.... ㅜ..ㅜ)

근처 식당에 들려 저녁을 포장해서 

해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봐줬던 주차할 곳으로 갔다.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뭐하는 놈인가 싶어서 오랫동안 다락이를 살펴보기는 했지만, 

특별히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저녁을 먹으니, 곧바로 해가 떨어졌다. 

산 옆이라 더 빨리 해가 저무는 것 같다. 


그런데.... 밤이 되니까....

그리고 내가 있는 곳이 관광지도 아니고.... 유원지도 아니니까....

이상하게 무섭더라. 


귀신은 괜찮은데. 

이상한 사람이 나타날까 봐. 

그래서 내 차문을 열려고 할까 봐. 

그런 생각이 들자 두려움이 밀려왔다. 


아, 어쩌지.

이대로 잘까?

아니면 이대로 집으로 갈까?


고민을 하기 위해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는데.


아....

너무도 밝은 달이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 달이 저렇게 밝은 행성이었다니. (물론 태양빛이 반사되는 걸 테지만)


그 달빛이 나와 다락이를 안전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그래.... 이 정도라면.... 


그렇게 처음으로 차에서 이불을 덮고 잠을 청했다.

물론, 2시간 정도 잤을까? 

해가 뜨기 전에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내 생애 첫 차박이었다. 



지도로 검색을 하다보면. 

이렇게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하게 된다. 

캠핑장이 아닌 노지라 당연히 취사는 안되지만, 

차를 세워두고 잠시 여유를 즐기고 오기에는 딱이다. 
(참고로, 아래 캡쳐화면은 충청북도 충주시 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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