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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an 13. 2022

차박 레이, 경차 혜택 좋은데?!

다락엔 감성: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리 (아야진 해수욕장)

나의 첫차는 현대의 엑센트(중고)였다. 

형광 녹색으로 당시 만나던 여자 친구와의 출퇴근 데이트를 위해서, 과감하게 투자를 했다. 

여자 친구는 형광 녹색을 무척이나 부담스러워했는데, 

'그래도 안에서는 안보이니까.'라면서 멘탈을 다스렸던 게 기억난다.

아무튼, 여자 친구와 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처분했던 차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200만 원에 사서 60만 원에 팔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의 두 번째 차도 현대의 엑센트(중고)였다. 

흰색이고 3 도어에 수동이었다. 

꽤나 오랫동안 탔었고, 잔고장 없이 편안하게 탔다. 

회사 앞에 원룸을 구하면서, 탈 일이 없어서 처분했다. 


나의 세 번째 차는 오랫동안 너무도 갖고 싶어 했던, 미니(중고)였다.

미니를 선택한 건, 평소 내가 갖고 싶어 했던 차였고, 

오랫동안 차 없이 잘 살다가 차를 다시 산 건, 

역시, 당시에 호감을 얻으려고 노력했던 여자분에게 점수를 따려고 샀다. 

쉬는 날에 가까운 교외로도 데이트를 갈 수 있고,  

매일은 아니더라도, 야근을 한 날이면 편안한 퇴근을 시켜주고 싶어서였다.  


비록, 그 여자분과는 몇 달 지나지 않아서, 

서로의 마음(거절)을 확인하고 연락을 안 하고 지내기로 했지만, 

미니는 그 후로 몇 년 정도 나의 발이 되어서 드라이브의 맛을 만끽하게 해 줬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로 세팅하고 달릴 때의 맛은, 참 야무졌다. 


중고로 샀던 미니는, 잔고장이 좀 있었다. 
수리를 하는데 생각보다 비쌌고, 타이어도 한 짝에 20만 원 정도라서
당시의 벌이로 어려운 금액은 아니었지만, 
짠돌이였던 난, 타볼만큼 타봤기도 해서 처분하기로 마음먹었다. 


다락(기아 레이)은 나의 네 번째 차다. 
처음으로 새 차로 구입했다. 
당시 다니던 회사의 팀장이었던 나의 벌이는, 
같은 팀장들이 BMW, 링컨, 그랜저 등을 타고 다니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레이를 살 때, '경찬데, 내가 이 정도 사치도 못해?'라면서 새 차로 샀다. 
친한 팀장은 세컨드카도 아닌데 레이를 왜 사려고 하냐고 물었지만, 
이미 차박을 너무너무 하고 싶어 하던 난, 레이를 사는 게 당연했다. 


레이는 신세계였다. 
타이어값이 내 운동화보다 쌌다. 
하이패스는 반값. 기름값도 지원해줬다. 

무엇보다 재산세를 계산할 때 자산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경차라서기보다는 CC가 적어서라고 알고 있다) 


물론, 3~4배 비싼 미니를 탈 때의 승차감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아무리 밟아도 내가 원하는 속도가 나오지 않거나 

(희한하게 134km 이상 올라가질 않는다. 내리막길에 뒤에서 바람이 불어주면 172km까지는 밟아봤다)

피를 토할 것 같은 RPM 소리에 이러다가 차가 터지는 거 아니야? 싶기도 하지만, 


금세 익숙해졌고, 

나름, 가성비가 참 좋은 차였다. 
속도? 

도심에서 100km 이상 밟을 일도 없고, 

고속도로에서도 음악 들으면서 차분하게 달리는 운전 습관을 들이면, 꽤나 막힘없이 잘 나간다. 


가끔, 질주 본능이 일어날 때도 있어서, 

그때는 답답함이 밀려오기도 하지만. 

나의 다락이는.

피를 토하더라도 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달려줬다. (172km까지는 ^^)


아야진 해수욕장도, 

레이를 사고 길을 들이기 위함이기도 했고.  

거침없이 드라이브를 해보고 싶어서 정했던 장소다. 

(이날 처음으로 레이가 134km 이상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을 알았다.) 


새벽. 

차가 별로 없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동쪽으로 뻗은 고속도로는 터널이 참 많았다. 

터널을 지날 때마다 숨을 참아가며 소원빌기 놀이도 하고. 

(물론.... 너무 길어서 끝까지 참지는 못했다.)

휴게소에 들러서 가락국수, 알감자 등도 사 먹었다. 


그러다, 
어느새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

아, 이 바다를 보기 위해 난 그렇게 미친 듯이 달려왔구나!

다락이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생애 처음 보는 바다를 만끽했(겠지?)다.


도착한 아야진 해수욕장은, 

전날 밤부터 온 캠핑족들도 마땅히 차를 세울 곳이 없었다. 

다행히 도로 끝(해변 끝)에 자리 하나가 나서 겨우 차를 세웠다. 

새벽인데도 차가 많다니, 조금 놀라웠다. 


차를 세우고, 

휴게소에서 사 온 도시락을 먹고, 

운전하느라 긴장한 몸을 2열에 놓은 매트 위에 뉘었다. 


아! 이 편안함.

잠이 솔솔 왔다. 


얼마나 잤을까? 

어느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정동진 같은 곳에서 보는 멋진 일출은 아니었지만, 

동해는 동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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