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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an 07. 2022

차박 레이, 내 여행 MBTI는?

다락엔 감성

솔직함과 무례함의 경계.

솔직함을 핑계로 남의 흠을 거침없이 지적한다면 무례함이겠지만, 

나의 흠까지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게, 리얼 '솔직함'이지 싶다. 


나는 이런 사람이라, 이런 말에, 이런 행동에, 이런 경우에

상처를 받는다. 화가 난다. 속상해한다. 슬퍼진다. 

그러니, 배려해 달라는 말은. 


결국 나뿐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게 상처를 줄수도 있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일이자, 

사람과 사람의 사이의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 감정 소모를 줄이고, 

필요한 인간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 솔직하잖아.'라는 흉기로, 

대방을 난도질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아, 

이야기가 옆으로 셌는데.

 

이번 포스팅의 주제는 

나는 어떤 사람.... 아니, 나는 "어떤 여행 스타일의 여행자"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의 여행 스타일을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나는 어떤 스타일의 여행을 즐기는가?


일단, "여행 스타일"을 나누자면, 솔직히 끝이 없다.

 

지역으로 나눠도, 

국내여행, 해외여행이 있고, 

산, 바다, 강, 도시, 시골, 유적지, 관광지, 시장, 핫스폿.... 계속 나눌 수 있다.

 

백팩의 종류로도 여행 스타일은 나눌 수 있다. 

내가 선호하는 백팩이 배낭이냐, 돌돌이(슈트케이스)냐, 그것도 아니면 작은 가방 하나냐.


더 세분화해서 배낭만으로도 여행 스타일을 나눌 수 있다. 

적당한 크기의 40L를 뒤로 메고, 20L 이하의 앞 가방을 메느냐. 

아니면 다 쑤셔 넣는 80L 이상의 큰 배낭 하나로 끝내느냐.


서비스로도 자신의 여행 스타일을 나눌 수 있다. 

비행기와 호텔 정도는 패키지를 이용하느냐.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스스로 해치우느냐.

그렇다면 현지에서도 걸음 하나까지 내가 다 알아서 하느냐. 

적당히 어느 정도는 현지 가이드의 도움을 받느냐. 


여행 스타일의 세분화는,  

여행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러니까 여행에 대한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세밀하게 나눌 수 있고, 

그렇게 세밀하게 나눌 수 있을 만큼 

'나의 여행 스타일'도 더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있다. 


나의 여행 스타일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확하게 알면 알수록, 한정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하는 여행이 

더욱 알차고 깊어지고 뜻깊고 짙어지니까 말이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 중에서, 

자신의 여행 스타일을 정의 내릴 정도로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만약에 "여행 MBTI"라는 게 있다면, 

정말 꼼꼼하게 테스트해보면서 

나의 여행 스타일을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여행 MBTI는,

"호기심 많은 탐험가형"이 확실하다. 


나의 여행 스타일에 대해 리스트업을 해보자면. 


1. 남들이 개척해 놓은 여행지(관광지)에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는다. (아예 안 간다는 건 아니고)

2. 정말 볼 것 없는 (그래서 여행지로 개발되지 않았겠지만) 곳이라도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만족해한다. 

3.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이동하는 걸 좋아한다.

4. 하루라도 씻지 않으면 꽤나 찝찝해한다. 

5. 숙박에 돈을 쓰는 걸 상당히 아까워한다. 

6. 먹는 건, 이동을 위한 에너지 축적일 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etc....


이런 나에게 차박이라는 여행 스타일도, 분명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 

아니, 어쩌면 크게 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에 정답이 어디있겠는가. 

다를 뿐이지, 틀린 건 아니니까. 


차박이라고 해서 (나에게는) 꼭 하루 잠을 자고 와야 하는 건 아니다.

물론 3박 4일 또는 일주일간 연이어 전국을 일주하는 차박이라면, 

당연히 야외취침, 차에서 자는 게 필요하겠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금요일~토요일' 일정으로 차박 떠났다가 돌아오는 거라면. 

꼭 금요일 저녁에 떠나서 하루 차박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게 내 생각이다. 


물론, 나도 처음 차박을 시작할 땐,

당연하다는 듯, 금요일 퇴근하는 길에 떠났다. 


하지만....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저녁이 되면 우리나라는 꽤나 깜깜하다.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와는 정말 다른 세계다.


아무리 달려도,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도로만 보일 뿐,  

주위의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심지어 해안도로를 달리는데도 바다가 안 보인다. 

그러니까, 드라이브의 맛이 없다. 

(야간 질주를 즐긴다면 또 모르지만.... 난 밤에 운전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하루 밖에 있는 탓에 제대로 씻지를 못한다. 

숙소를 잡으면 또 모르겠지만, 

차가 있고 차에서 잘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숙소를 구하는 건 돈이 아깝다. 


그러니까. 

잠도 좀 편하게 자고, 

씻는 것도 개운하게 씻고,

드라이브하면서 주위 풍경도 좀 즐기려면,  

금요일 저녁이 아니라, 

토요일 새벽에 떠나면 된다. 

 

밤에 캠프 파이어도 하고, 

그 불에 고기도 꿔먹고 하는 게, 

차박의 멋이고 낙이라고 생각한다면

토요일 새벽에 떠나는 나의 여행 스타일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겠다. 

 

하지만 난, 불을 피우는 여행을 하지 않는다. 

(따뜻한 커피나 컵라면 정도를 위해 버너에 불은 피운다)


아무튼 그래서, 

난 금요일 퇴근을 하면 일단 일찍 집에 돌아와 푹 잔다. 

(나만의 불금은 이렇게 사라진다. ㅜ..ㅜ) 

그리고 토요일 새벽(대략 3시 정도. 거리에 따라 더 일찍 일어나기도 한다)에 출발을 한다.


잠도 편안하게 잤고, 개운하게 샤워도 해서, 운전하는 내내 상쾌하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 즈음이면, 슬슬 어둠이 걷혀서, 

창 밖으로 보이는 새벽 풍경을 감상하며 드라이브를 즐긴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상쾌한 아침 공기를 즐기며, 

샌드위치와 커피. 또는 김밥과 컵라면을 먹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어쩌면 이것은 

먹는 건 이동을 위한 에너지 축적일 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나의 여행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여행 스타일은, 

엄청난 여행 장비를 줄이게 한다. 

화로라던지, 화로랑 연결되는 연통이라던지, 화로를 치우는 청소 장비라던지.... 이런 게 없다. 


그래서, 차박을 하는데도, 난 짐이 많지가 않다. 

짐이 많지 않기에, 짐을 밖으로 빼지 않아도, 

2열만 눕혀도 적당히 누워서 뒹굴거릴 공간이 나온다. 


아무튼, 

이른 조식을 해결하면, 

슬슬 근처 장소로 이동한다.

(걸어서가 아니라, 차를 끌고서 이동한다.)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 나의 여행 스타일. 


이때부터는 내비게이션도 끈다. 

직접 눈으로 주변을 살피면서, 

"어 저긴 뭐지?" 싶은 곳으로 차를 몰고 간다.


그렇게 찾아간 노지는. 

내비게이션에 주소도 잘 나오지 않는다. 

말 그대로 길바닥이다. 

그곳에 차를 대고, 또다시 풍경을 즐긴다. 


그렇게 아침 내내, 

무작정 여러 스팟들을 돌아다니고. 

슬슬 배가 고파지면 

그제서야 다시 내비세이션을 켜고 "주변 맛집"을 검색해서 간다.


그러니까, 집에서부터 맛집을 검색해서 

그 맛집을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때로는 마침 주변에 마땅한 식당이 없을 때도 있고, 

그냥 그 동네의 허름한 식당일 때도 있다.  

식당이 아예 없는 경우에는 근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먹을 때도 있다.  


그러다가 해가 저물기 전에 집으로 돌아온다. 

해가 저물면 할 게 없기 때문이다. 

(불을 안 피우니) 


누구는. 

이런 나의 여행 스타일을 보면, 

재미없다. 

하고 싶지 않다. 

그게 무슨 의미냐. 

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나의 여행 스타일을 재미없어하는 사람의 여행 스타일이라면, 

나 역시도 분명 재미없어할 거라는 거다. 


물론 나도 가끔은 

불멍을 때리는 여행에 따라가기도 하고, 

그때만큼은 그 불멍을 실컷 즐기면서 논다. 

 

하지만 아주 가끔. 

몇 년에 한 번 정도다. 


매주 토요일마다 떠나는 나의 차박은,

아니, 차박이라고 할 수 없는, 

나의 차크닉(카크닉)은 미니멀하다. 


나의 이 미니멀한 여행에서 

무슨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바로 풍경이다. 

운전을 하면서 바라보는 풍경. 

목적지에 도착해서 바라보는 낯선 풍경. 

그 풍경을 바라보면서 마시는 커피 한 잔도 너무 맛있다.  


그렇다고 순간을 길게 즐기는 것도 아니다.  

대충, 커피를 마시는 30분 정도.

길어야 1시간 남짓. 


그 짧은 "순간"을 위해서. 

몇 시간을 운전해가며 차박을 떠난다. 


그만큼 나에게는 그 "순간"이 너무도 즐겁다. 


그래서, 

앞으로 올릴 다락(레이)과의 여행 이야기에는.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가야 할 명소"도 없고,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먹야할 맛집"도 없을 예정이다. 

 

어디였다고 장소를 알려주기에도, 

나 조차도 제대로 주소를 모르는 길바닥일 경우가 많다. 

그냥 차를 끌고 국도를 따라 쭉 달리다가 

확 와닿는 장소에 차를 세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느끼는 이런 행복에도, 

공감하는 분들이 있지는 않을까? 


내가 매번 불멍을 하러 다니지 않는 것처럼. 

그래도 한 번은 나처럼 여행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할.

그 정도의 공감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나의 여행 스타일이고, 

그것이 나의 여행 MBTI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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