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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an 14. 2022

차박 레이, 자연이 주는 힐링

다락엔 감성 : 충청북도 충주시 가금면 장천리

솔직히. 

나도 차박에 이렇게 빠져들지 몰랐다. 


누구랑 함께 떠나는 친목 여행도 아니고,

남자 혼자서 차를 몰고 어딘지도 모르는 낯선 곳에 도착한 뒤, 

도시락과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일찌감치 돌아오는. 

그 단조로운 일탈에 

이렇게 훅하고 빠져드는 이유가 무얼까?


음.... 생각해보면.


1. 드라이브를 좋아한다. 

2. 혼자 노는 것쯤은 익숙하다.

3. 낯선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 

4. 도시에서만 살다 보니 보도블록 틈에 핀 잡초만 봐도 힐링이 된다. 


이런 이유가 아닐까. 




충주에 있는 목계솔밭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경이었다. 

불금에 퇴근하자마자 초저녁부터 잤더니, 자정이 지나면서 눈이 떠졌다. 

해가 뜰 때까지 기다릴까도 했지만, 

이미 들썩거리는 마음을 누를 수 없어서 차를 몰고 미리 정해둔 목적지로 출발했다. 


충주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무엇보다 새벽이라 도로는 뻥뻥 뚫렸다. 

새벽에 이동하는 스케줄은 이래서 좋다. 


도착한 목계솔밭에는 

이미 금요일 저녁부터 캠핑을 즐긴 수많은 차들이 빼곡히 서있었다. 

텐트도 곳곳에 쳐있었기에, 

헤드라이트를 켜고 그 사이를 지나가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엔진 소리는 또 왜 그렇게 큰지. 


서둘러 장소를 정하려고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불빛 하나 없는 곳이라, 어디가 어딘지 알 길이 없어서,

최대한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웠다. 


내비게이션을 보니, 

목계솔밭 옆 공터라고 한다. 

시동을 끄고, 헤드라이트를 끄자. 

우앗! 이렇게 깜깜할 수가. 

갑자기 귀신이라도 튀어나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두웠다. 

주변에 인기척이라도 있으면 심적으로 안심이 되겠는데, 

차 하나 없는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운 탓에 주변을 둘러봐도 나뿐이었다. 


'사람들 좀 있는 곳으로 다시 이동할까...?'

싶다가도, 그 자체만으로도 잠들어 있을 사람들에게 민폐가 될 것 같아서,

그냥 말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더욱더 금요일 저녁에 올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차도 막히고, 도착해봤자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고, 

씻지도 못해서 찝찝하고, 

긴 밤 잠도 편하게 못 자고(침대에 비하면 아무래도 불편한 건 사실이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2열 시트는 눕히고, 매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누워서 눈을 감았다.

창 밖으로 (도시에 비하면) 많은 별들이 보였다.

가져온 태블릿 어플로 음악을 들으면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니, 그날 새벽.... 그러니까 해가 뜬 새벽. 이른 아침.... 암튼. 

잠깐 눈을 붙였더니, 온몸이 개운하다.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이슬이 내려앉아 있다. 

그리고 밀려들어오는 풀냄새. 

아.... 좋다. 


화장실도 갈 겸, 주변 산책에 나섰다. 

조금 걷자 남한강이 보였다. 

와.... 물안개. 


사진으로만 봤지, 

실제로 본 건 처음이지 싶었다. 


그곳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지난밤부터 쭉 머물고 있는 듯, 펼쳐놓은 살림(?)이 꽤나 많았다. 


산책을 마치고, 

캠핑 의자를 꺼내 앉았다. 

점점 밝아오는 하늘.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 

그리고 아침부터 달려드는 모기. ㅡ..ㅡ


미리 준비해둔 커피를 샌드위치와 함께 마셨다. 

(모기는 좀 짜증 났지만) 자연 속으로 한껏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점점 사람의 손이 덜 탄. 

그러니까 정말 오지로 들어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간절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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