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다이어리: 0 day

by 감성현

자가격리 다이어리: 0 day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요?


백신 3차 접종 완료.

9시 이후는 물론, 그 전에도 식당 출입 없음.

심지어 회사 출근도 없이, 자택(이하, 작업실)에서 일함.

작업실에 놀러 오는 사람 없음.

따로 만나는 사람 없음.

동네 마트, 복권방, 다이소, 삼성 AS센터 외 따로 간 곳 없음.

밖에서 따로 운동 안 함.


그런데,

난 어디서 감염된 거니?


2년 넘게.... 정말 힘겹게 다 지켜왔는데.

결국, 난 코로나에 걸렸다.


2022.02.23

아침. 일어나는데 몸이 춥다.

오한이다.

감기가 오려나.

이럴 땐 어서 빨리 약 먹고 초기에 잡아야 한다.

병은 키울 필요가 전혀 없다.


뉴스에서는 봄이 오기 전 마지막 추위라고 한다.

밤새 기온이 뚝 떨어진 탓일까, 전기장판의 온도를 높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 감기다.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혹시 몰라, 검색을 해본다.


'감기와 코로나 증상 차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닐 텐데,

블로그마다 죄다 비슷한 내용이다.

정부에서 알바라도 쓴 건가?


아무튼, 다 비슷비슷한 블로그의 내용들을 정리하자면,

코로나는 발열 → 기침, 두통, 인후염 순서라고 하고,

감기는 인후염 → 기침 → 두통 순서라고 한다.

그래서 어딜 가나 체온을 재는 게 아니겠느냐!

코로나가 의심되면, 발열이 있는지 없는지를 보면 되겠구나!

(결과적으로 내 경우에는 맞지 않으니 저 정보는 지워두겠다)


포인트는 고열.

이마에 손을 대본다.

뜨겁기는커녕, 차갑다.

열은 없다.


발열이기는커녕,

난 오한이다. 춥다.


하긴, 내가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침, 점심, 저녁 식다를 모두 다 집에서 해 먹고,

밤에 누굴 만나러 나가지도 않고,

특히, 밤 9시 이후에 식당에 머문 적도 없는데,

코로나 일리가 없다.


게다가 난, 1차, 2차, 3차 모두 화이자를 맞았다.

(1차: 21.08.13 / 2차: 21.09.17 / 3차:21.12.16)

코로나 일리가 없다.


밥을 챙겨먹고, 기운을 차린 뒤,

약국에 들려 감기약을 샀다.

약국에서 바로 먹으려고 했는데, 쓰레기통 옆에 경고문이 붙어있다.

코로나로 인해 약국 내에서 약 섭취를 금한다고 한다.


시키는대로 집에 와서 약을 먹었다.



2022.02.24

감기약을 비타민 먹듯이 먹어댔다.

오한이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는다.

낮에는 좀 괜찮아 지나 싶다가도,

새벽이 되면 으슬으슬 춥다.



2022.02.25

확실하게 오한은 떨어진 것 같다.

그런데 기침이 나온다.

감기처럼 기침이 멈추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한 시간에 1번 정도?

기침 말고는 또 다른 증상은 없다.

콧물, 두통, 코막힘.... 다 괜찮다.

그런데,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목이 따끔하다.

갑자기 침 삼키기가 어려워졌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가 갑자기. 갑자기 목이 칼칼해졌다.

침대 머리맡을 손가락으로 쓱 닦아본다.

먼지가 묻어 나온다.

그동안 청소를 너무 안 했나.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대청소를 해봐야겠다.

미세먼지를 확인해 본다.

이런.... 최악이란다.

창문은 못 열겠는데.

아, 혹시 창틈으로 미세먼지가 들어와서 그런가?

목이 칼칼한 이유는?



2022.02.26

결국 새벽부터 잠을 설쳤다.

목이 너무 아프다.

아침이 되자마자 병원부터 가야지.


동네 병원에 들렸다.

진료를 받기 위해, 코로나 검사를 하자고 한다.

음성이 나오면 마스크를 내리고 목 안을 봐준다고.


면봉(?)이 콧구멍 안으로 들어온다.

이리저리 휘젓는다.

아, 지금까지 받아왔던 PCR 검사보다 더 힘들다.


잠시 후.

의사가 진료실로 들어오라고 한다.

진료가 시작되는 걸 보면, 음성이구나.... 싶었는데.

아니다.


의사는 무덤덤하게,

양성이고, 이대로 선별 진료소로 가서 PCR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PCR 검사 결과는 하루가 걸린다.

그러니까, 내일 PCR 검사에서도 양성이 나오면,

난 7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의사 말로는,

PCR 검사에서도 거의 100% 양성이 나올 거라고 했다.


오늘부터 격리를 하라는 거야?

내일부터 격리를 하라는 거야?


무엇보다,

코로나 양성인데,

선별 진료소까지는 어떻게 가라는 거지?

일단 대중교통은 안될 거고,

내 차로?

아니면 동네니까 걸어서?

걸어서 가는 동안 마주치는 사람이 없을까?

아니, 병원에 오는 길에 마주치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을 텐데.

아니, 지금 이 병원 안에서 나랑 같이 대기하는 사람들은?


정말 마스크 한 장이,

나로부터 이 많은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걸까?


그럼 난.

누구한테 걸린 거니?!?!


결국,

걸어서 선별 진료소로 가기로 했다.

최대한 사람들과 붙지 않으면서 조심조심 갔다.


그런데, 그러면 뭐해.

선별 진료소에 노인부터 애기들까지 다닥다닥 붙어서 줄을 선다.

2m 간격? 지켜지지 않는다.


코로나 양성자입니다.

나로부터 2m씩 떨어져 주세요!

라고 해야 하나....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서 있는 줄이니,

지금 시기엔 다 진단키트에서 양성으로 판명된 사람들인가?


아니다.

내 뒤에 줄을 선 여자분은,

딸 대신 줄을 서 있다.

딸은 근처 차에서 아빠와 대기 중.


내가 할 수 있는 건,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절대로 말을 하지 않고,

최대한 숨을 쉬지 않는 것.


제발....

나에게서 옮지 말라고요!


PCR 검사를 마치고,

작업실로 돌아왔다.


내일 아침에 문자가 오겠지.

양성이라는 문자와 함께 7일 격리가 시작되겠지.


그런데....

솔직히....


이미 전파할 대로 한 게 아닌가 싶다.

이런 격리가.... 맞나.... 싶지만,

일단 내일 문자를 기다려 본다.


[정리]

1. 코로나에 걸렸지만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서 코로나인 줄 모른다.

2. 감기에 걸렸어도 코로나 검사를 해볼 수 있게, 검사 키트를 무상으로 지급했어야 싶다.

3. 막상 코로나에 걸렸을 때, 제대로 된 코로나 증상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코로나인줄 모르기 때문에 외출을 했다.

따라서 내가 검사를 받지 않아 확진 판정을 받지 않으면, 얼마든지 전파 가능하다.

4. 어렵긴 해도 일반 감기약으로 증상이 잡힌다.

따라서, 먹는 '코로나 약'이 꼭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건 아닌 듯하다.

5. 밤 9시까지 영업 제한. 의미가 있나 싶다.

6. 코로나 백신 3차 접종, 덕분에 덜 아픈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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