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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May 04. 2022

장투하라고요? 국내주식으로?

한때, 

최대 수익률 98%.

플러스 3천9백만 원에 이르렀지만, 


마치 신기루처럼

눈앞에서 모든 게 사라졌다. 


"주식에서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현금화하지 않는 이상, 그건 숫자에 불과하니까."

늘 내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게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난 왜 98% 일 때,

현금화를 하지 않았나. 


불과 몇 달 사이에 대략 4천만 원을 손에 쥐었다가,

하루아침에 4천만 원을 날려버린,  

그 이유를 되짚어본다.  




1. 

카카오를 눈여겨보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핫한 종목이니까. 

하지만 그중에서 내가 관심을 둔 건 카카오게임즈였다. 


단타가 아닌,

10년 정도를 내다보고 길게 투자할 종목을 찾던 중이었다. 

그 무렵 TV에서는 존 리가 자주 나와서 

주식은 회사와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고, 

수년을 내다보면서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그건 미국 주식에서나 먹히는 소리고.

국내 주식판에서 그게 가능할까.... 싶다. 


아무튼, 

1주에 4~5만 원을 하는 주식에 투자하는 건 나에게 꽤 모험이었다. 

왜냐하면, 그만큼 큰 시드머니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차근차근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카카오게임즈를 사 모았다. 


술 약속이 생기면 그 약속을 취소하고, 

술값을 아꼈다고 여기며 카카오게임즈를 샀다. 

5일 점심값과 커피값을 아끼고, 

그 돈으로 카카오게임즈를 샀다. 


물론, 

목돈이 들어오거나 생기면, 

또 과감하게 투자를 했고, 


500주가량을 모았을 때,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2. 

갑자기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3%.... 정도만 됐는데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투자금이 커서, 3% 정도였지만 십만 원 단위로 수익이 났다. 


보통이라면, 

당장에 현금화하고, 

이렇게 생긴 공돈(?)으로 

평소에 사고 싶었던 것들도 사고, 

자주 먹지 못했던 것도 먹고, 

친구들에게 한턱도 낼만도 했는데, 


꾹 참았다. 

존 리가 말했다. 

주식은 장기투자가 기본이라고.


플러스 3%였던 주가가, 

다시 마이너스 3%가 되어 제자리로 돌아왔을 땐, 

헛헛한 기분에 하루 종일 멍했다. 


원금을 잃은 것도 아닌데, 

내 돈을 날린 것처럼 허무했다. 

하지만, 감정이 휘둘러져서는 안 된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차트를 읽어야 한다. 


다행히 긍정적인 뉴스는 계속 나왔다. 

특히, 카카오게임즈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오딘'이란 게임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또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며칠에 걸쳐 80% 이상까지 올라갔다. 


몇 십만 원 수익에도 기분이 좋았는데.

몇 천만 원의 수익이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친한 친구가, 

축하해주며 어서 팔라고 했다. 


하지만, 난 팔지 않았다. 

이게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수익률 80%?

내가 그리고 있는 수익률은 최소 500%였다. 

내가 투자한 금액에 5배.


물론, 단기간에 그렇게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난 10년을 내다보고 있다. 


존리가 그랬으니까. 


3. 

80%였던 수익률이 점점 떨어졌다. 

50%.... 이때 정리를 했어도 천만 원 이상의 수익금을 챙길 수 있었다.

계속해서 뚝뚝 떨어지는 수익률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데도,

난 청산을 하지 못했다.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는 호가창을 보면서,

이러다 다시 오르겠지 오르겠지만을 반복했다. 


오히려, 

떨어지는 순간마다,

불타기를 했다. 


덩치가 워낙 큰 탓에,

몇십 주를 사더라도, 

매입가가 그렇게 많이 올라가진 않았다. 


떨어지면 떨어지는 족족,

더욱 기회라고 생각하고 불타기를 거듭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750주를 모았고, 

믿기지 않겠지만 수익률은 한자리 숫자대로 떨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워낙 덩치가 큰 탓에, 

수익률 한자리라고 해도, 수익금은 몇백만 원이었고, 

지금이라도 찾아도, 직장인 한 달치 월급 하고도 보너스까지 받는 수준이었지만. 

난 버티기로 했다. 


어차피 마이너스는 아니고, 

난 10년을 내다보고 있었으니까. 


큰돈이 묶여버린 탓에, 

내 생활을 극도로 궁핍해졌다. 

식사는 라면으로 때우기 일쑤였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다. 


돈이 들어갈 모든 것을 차단하고, 아꼈다. 

그럼에도 돈은 물 새듯이 나갔다. 

숨만 쉬는데도 돈이 드는 삶이다. 


4. 

역시, 믿고 있었다. 

다시 한번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치고 올랐다. 

지난번보다 투자금이 더 커져서, 

같은 수익률이라도 수익금은 더 컸다. 


수익률 98%.

내가 주식을 하면서, 최고로 높게 수익을 낸 수치다. 

수익금은 3천9백만 원


퇴사하기 전, 

내 열 달치 월급 정도다.


시간으로 계산이 먼저 됐다. 


월급쟁이였을 때랑 비교하면 

10개월을 나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대략 4천만 원이라는 돈이 갑자기 생겼다고 내가

테슬라로 차를 바꿀 것도 아니고, 

루이뷔통 명품 가방을 여러 개 살 것도 아니라서, 


매달 내야 하는 대출금과 보험료로 빼놓고, 생활비로 빼놓고,

이렇게 따지고 보면, 대충 1년은 돈 걱정 없이 


글에만 집중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이때도, 친한 친구는 얼른 현금화하라고 했다. 

난 웃으며 말했다. 


주식은 장기 투자야. 

존 리가 그랬잖아. 


5. 

다시 주가가 떨어졌다. 

90%, 80%.... 하지만 난 연연하지 않았다. 

이미 한 번 겪어봤다. 

그것도 불과 몇 달 사이에 말이다. 

저렇게 떨어지다가도 다시 오르겠지 싶었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다른 생각도 들었다. 


예를 들어, 

3천9백만 원을 봤었는데, 

2천9백만 원이 되었을 때, 


지금 현금화하면 바보지 싶었다. 

1천만 원이 그냥 사라진다는 생각이었다. 

2천9백만 원을 버는 게 아니라, 

1천만 원을 놓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계속됐다. 


1천9백만 원이 됐을 때도, 

경차 한대 값은 충분히 뽑고도 남는데도, 


내 머릿속에는, 

3천9백만 원에서 

2천만 원을 날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더 청산하지 못했다. 


아니, 

할 생각도 안 했다. 

원래 주식은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거니까. 


게다가 난 10년을 내다보고 가니까. 


6.

장이 많이 안 좋았다. 

우크라니아와 러시아가 전쟁을 하고, 

미국 금리는 오르고,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카카오게임즈의 핵심이었던 오딘의 개발사가 

따로 상장을 한다고 하고, 

물론, 이건 오래전에 나왔던 뉴스고, 

카카오게임즈는 개발사가 아니라 배급사인데.


공매도는 미친 듯이 달라붙었다. 


순식간에 하락해버린 카카오게임즈의 주가. 


수익률은 다시 한 자리가 되었고, 

수익금은 몇백만 원으로 돌아가 있었다. 


물론, 이미 한 번 겪어봤던 일이라, 

그냥 놔두려고 했는데.... 갑자기 울컥하고 억울했다.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대략 4천만 원이라는 돈. 

현금화하지 않았기에, 숫자에 불과했다는 걸 알지만, 

맨탈이 깨지기엔 충분했다. 


그 사이. 

돈이 그렇게 묶여 있는 사이. 

내가 금전적으로 놓쳤던 것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거지처럼 버텼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 4천만 원, 

진작에 현금화로 바꿔서, 


테슬라를 사든, 

루이뷔통을 사든, 

대출금을 일시불로 갚든 할걸.....


어느새, 

존 리도.... 더 이상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 


장기 투자는 개뿔....


7. 

수익률이 zero를 향해가고 있었다.  

갑자기 망치에 머리를 맞은 것처럼,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200만 원 정도만 놔두고, 

카카오게임즈에 투자했던 모든 투자금을 회수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투자금을 회수한 다음, 다음날.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찍었다. 


괜히.... 

존 리를 욕해본다. 


장기투자는 개뿔....

국내 주식장에서 장기투자가.... 가능할까 싶다. 


8. 

대충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오르락내리락하던 수익률은 원점이 되었다. 

그 1년간 묶여있던 큰돈으로, 내가 잃은 건 너무도 많았다.


수익률 98%였을 때, 현금화했다면, 

충분한 보상이 되었을 텐데, 난 그러지 못했다. 


그 이유는. 

98%의 수익을 내 돈으로 봤기 때문이다. 

88%가 됐을 때, 플러스 88%로 보지 못하고, 마이너스 10%로 봤다. 

58%가 됐을 때도 플러스 58%로 보지 못하고, 마이너스 40%로 봤다. 


신기루처럼 사라진,

그래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는데도, 

내 가슴에는 마이너스 98%라고 여겨진다. 


마이너스 98%.

3천9백만 원을 날린 것 같다. 


어차피 내 돈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내 돈은 원금 그대로 잘 지켰는데도, 


난 수천만 원을 날렸다. 


지금도, 

침대에 누우면. 

아까운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돌아보게 된다. 

난 왜 98% 일 때, 청산을 하지 못했는가.

무엇에 홀려서 그랬나. 


9.

그래서, 

주식을 안 하겠냐고?


아니다. 

난 가능성을 충분히 봤다. 


앞으로, 

98%가 또 된다면, 

그때는 정말 잘할 자신이 있다. 


3천9백만 원의 수업료를 내고, 

내 뺄 수는 없다. 


오늘 밤도, 

내일 아침 9시가 몹시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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