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현 May 15. 2022

혹시 내가 유원지 빌런은 아니런지요

다락엔 감성: 강원 원주시 호저면 산현리

* BGM: 가까이하고 싶은 그대 by 나미



차박에서 차크닉으로 나의 여행 스타일을 바꾼 이유는 명확하다. 

웬만한 우리나라의 여행지는, (섬이 아닌 이상) 당일치기가 가능하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한 곳에 진득하니 오래 머무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곳에 오래 머물러야,

텐트도 치고 (집도 짓고), 요리도 해 먹고, 술도 한잔 하고,

늦었기도 하고, 술도 깰 겸 1박을 할 텐데, 


한 곳에서 2시간 이상 머물면 좀이 쑤셔서, 

매번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다 보니, 

텐트도 안치고, 요리를 하려고 판을 벌리지도 않고, 운전을 해야 하니 술은 당연히 안 마시고.

그러다 보면, 슬슬 집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동을 하게 되고, 결국 해 떨어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온다. 

(물론, 집에 들어오기 싫은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장소를 옮기는 데 목적을 두는 편도 아니다.

목적지를 정해두고 이동을 하긴 하지만, 목적지보다는 이동하는 그 자체를 즐기는 편이다.

그러니까, 내가 여행기를 내 입맛에 맞게 쓴다면, 

목적지에 도착해서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보다는,  

이동하는 수단과 과정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구성하고 쓰고 싶다.


여하튼, 

새벽부터 간단한 도시락을 싸들고, 

원주로 향했다. 


지인에게서 추천받은, 

뮤지엄'산'으로 목적지는 정했다. 


경기도를 벗어나자, 

지천에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다. 

창문을 열고 달리니, 희미하지만 은은하게 꽃 향기가 바람결에 차 안으로 들어온다. 


워낙 새벽에 이동하는 터라. 

저주지 근처를 지나면 물안개가 도로까지 꽉 채웠다. 

마치 구름 속을 운전하는 기분. 

맞은편에서 오는 차가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으면,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오는 탓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도착한 뮤지엄산. 

도착한 시간은 6시경. ㅡ..ㅡ

오픈은 11시. 

그냥 공개된 장소인 줄 알았는데....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만 구경할 수 있는,

일종의 테마파크 같은 분위기였다. 


결국, 깃발 꽂기만 하고, 

근처에 차크닉할만한 장소를 물색했다. 

섬강을 따라 강가까지 차가 들어갈 장소가 꽤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들어가는 입구에 철문이 단단하게 채워져 있었다.


아마도, 차박의 열기에 너도나도 들어온 탓에, 

이렇게 막아 놓은 게 아닌가 싶으면서도, 

자연을 사랑하고 깨끗하게 이용하는 선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게 아닌가 싶어서 화도 난다. 


요즘은 정말, 

차를 세울만한 공간이 거의 안 보인다. 


그러니까, 집에서 차를 끌고 나가면, 

계속 길 위를 방황해야 하는 방랑의 운명이랄까? 

그나마 차를 세워도 좋겠다 싶은 장소가 나오면, 

거의 다 못 들어가게 바리케이드를 쳐놨거나. 

돈을 받고 들어가야 하거나....


그래도, 아쉽지만, 

원주 칠봉 유원지라는 곳을 발견했다. 

무료 주차장이고, 

차가 물가까지는 들어갈 수는 없지만, 

텐트를 가져와서 집을 짓는 사람도 많았다. 


텐트는 잠깐 쉬려고 들어가는 게 아닌 듯, 

거의 집 하나 크기다. 

안에 화장실, 침실, 부엌까지 있는 모양인데, 


덕분에 1~2인용 텐트 치고 쉬려고 하는 일행 여럿이 

발길을 돌리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 


캠핑장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일정 크기에 공간을 받는 곳이 아닌, 

이런 무료 유원지 같은 곳에서는 텐트 크기는 매너로 좀 규제할 수 없나?


아무튼, 

한편에 차를 세우고, 

스텔스 차박을 시작했다. 

창문을 열어 놓으니, 바람이 솔솔 들어와서 어찌나 시원한지.

나중에는 추워서 이불을 꺼내 덮을 정도였다. 


도시락을 까먹고, 

오래간만에 드론도 띄우고, 

낮잠도 자고.....


실컷 놀았는데도 정오가 안된다. ㅡ..ㅡ

게다가 정오가 되어가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데, 


아....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낮술 파티를 벌이더니, 

남자가 어떻고, 여자가 어떻고,

말씨름을 시작하는데 목청이 어찌나 큰지.


결국, 대충 짐을 정리하고, 

차를 출발시켜서 집으로 향했다. 


다음에는 더 한적한 곳을 찾아서, 

조용히 하루 쉬다 오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어디 조용하고 풍경 이쁜 곳에, 

차 한 대 들어갈만한 땅 2평 정도 사서,


매주 차크닉을 하러 가면 어떨까.... 싶다. 



http://kko.to/WDypBprx0





매거진의 이전글 결국 집돌이의 결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