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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ul 17. 2022

노지의 위험

다락엔 감성: 경상북도 상주시 낙동면 물량리

얼마 전 그런 사진을 봤다. 

바닷길이 열리고 닫히고 하는 서해의 어느 곳에서, 

뻘에 빠져서 오도 가도 못하는 차들의 모습이었다. 


누군가는 낄낄거리며 웃고, 

누군가는 혀를 차면서 한 소리 하지만,

난 그 상황을 대충 이해는 했다. 


나 역시도, 

차가 흙길에 빠져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있었다. 


노지에서 차박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공감하겠지만, 

길이 잘 닦여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길이 잘 닦여 있지 않다는 것은, 

사람이 드물어 한적하고, 가능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일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두어 시간 차분하게 쉬다 오기엔, 그보다 좋은 곳이 없다. 


나 역시도, 

그런 장소를 찾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그러다 딱 좋은 장소를 발견했다. 


그래서, 차를 몰고 점점 안으로 들어가는데, 

앗! 분명 길이긴 길이었는데, 

바닷가도 아니면서 바닥이 모래였다. 

그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차 앞바퀴가 모래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간 후였다. 


땅을 파보기도 하고, 

천과 판때기를 받혀보기도 하고, 

바퀴를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고, 

밀어도 보고, 당겨도 봤지만, 결국 차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나중에는 허탈함에 웃음만 나왔다. 


그러다 든 생각은,

이렇게 멈춰 쉬나, 저렇게 멈춰 쉬나, 

결국은 쉬러 왔으면 마음 풀고 쉬자는 생각이었다. 


레커를 부르고, 

위치가 명확하지 않고, 도시가 아니라 차도 많이 없고, 휴일이기도 해서 

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니, 


차가 빠진 그 자리에서, 

의자를 꺼내 앉아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뭐 어떤가?

차박의 묘미는 차에서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거니까. 


햇볕이 뜨거우면 차 안에 들어가면 되고, 

갑자기 소나기라도 내리면 차 안에 들어가면 되고, 

근처에 식당이 없어도, 싸온 도시락을 먹으면 되고, 

해가 떨어질 때까지 레커가 오지 않으면 차 안에서 자면 된다. 


생각이 정리되자, 

여유가 찾아왔고, 

여유가 찾아오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 

뭐 어떤가.

내가 지금 멈춘 이곳이, 

가장 좋은 휴식지다. 


그게....

강제로....

차바퀴가 빠져서 그렇다고 해도.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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