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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색손잡이 Oct 12. 2023

시간을 흘려보낸다는 것

판단의 판단

  가을이 찾아와 버렸다. 어째서도 이리 금방 날이 식어가는 것인가. 내가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것도 벌써 몇 개월이나 지나버린 일이다. 엄청난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리라 믿었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중학생이라는 이름을 달고 살던 것만큼 한가롭지 않다. 정말 숨 막힐 정도로 바빠졌다. 그리고 그만큼 시간들도 빨리 흐른다. 많이 방황하고 혼란스러웠던, 그런 중학교 3년을 지나왔다. 결코 매끄럽지 아니하고, 다시 꺼내보기에도 껄끄러운 나의 3년. 3년 동안 나는 매 시간들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내가 이만큼 성장했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특성화고에 진학해서 필요로 하는 자격증을 취득했고, 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아왔다. 전부 운이 좋았다.

   나는 정말 바빠졌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나는 자격증도 취득하고, 대회도 다녀오고, 주말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항상 끊임없는 공부를 하고 있다. 친구들을 만날 틈도 없다. 내 여가를 즐길 시간 또한 많이 모자라다. 나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가끔은 게을러질 때도 분명 있다. 그래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이런 생활이 싫지는 않다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내가 하는 만큼 나오는 꽤나 좋은 성적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활이 싫지 않다. 내가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성장 과정 중에 하나라고 여기며 또한 내가 그것에 분명한 흥미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누군가가 보기에는 힘들고 숨 돌릴 틈이 없는 생활이라 느낄 수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순간에 찾아오는 성취감들에게서 또 한숨 돌린다.


  이렇게 생각하면 앞서 말했던 나의 껄끄러운 3년 또한 헛된 시간은 아니다. 껄끄러운 것은 맞다, 흘려보낸 것도 맞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시절은 나에게 단단한 밑바닥이 되었고 많은 깨달음 또한 얻는 시간이 되었다. 그럼에도 흘려보냈다고 내가 이야기하는 까닭은, 아무런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을 위해 그 시절을 보내지 않았다. 그때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때를 보내왔다. 그랬기에 나는 나의 3년을 흘려보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한 번쯤 시간을 흘려보낸다. 하지만 스스로가 그것이 흘려보낸 시간이라는 사실을 깨닫지는 못한다. 지금에서야 돌려볼 수 있는 과거이기에, 그래서 우리가 그것들을 흘려보낸 시간이라고 알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그때 깨닫지 못했던 이유가 있다. 우리는 모두 그때 최선을 다했다. 우리는 무언가에서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하여 행동하게 된다.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그것을 판단하지만 우리는 모두 하나의 이유로 판단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그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면 꼭 한 번쯤은 조금 더 나은 판단을 하지 못한 스스로를 후회하고는 한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크게 후회할 필요가 없다. 당신은 그러한 선택으로 새로운 경험을 했다. 분명 거기서 얻는 것이 생겼을 것이다.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고, 그 상황에서 최선인 판단을 내려보고, 스스로의 판단에 따르는 결과들을 경험한다. 우리는 그것에서 또한 성장한다. 또한 배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돌아봤을 때, 우리는 이미 다른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은 판단을 하며 성장했기 때문에, 더 과거에 보냈던 나의 판단이 후회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미 없는 경험은 없다. 스스로가 과거에 대해 돌아본다면 의미 없는 과거도 순간 의미 있어진다. 우리는 과거를 후회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그랬기에 우리는 우리의 판단을 섣불리 판단하지 못한다. 그것이 나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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