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이다. 새해라고 극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었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과 소소하게 다른 상황들만이 계속 되고 있을 뿐이다. 작년 12월 30일을 끝으로 초등학교 배식알바는 끝이 났다. 병원에서 일을 마치고 아팀에 퇴근을 하면 집에서 온전히 시간을 보냈다. 잠을 맘껏 자기도 하고 밖에 나가서 걷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조금 이상했다. 약간의 공허함? 외로움? 심심함? 뭔지 모를 이 허전함이 나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했다.
'또 잡생각과 쓸데없는 감정낭비를 하는 타이밍인가?'
알바몬에서 스크랩한 알바 중에 괜찮은 곳에 지원을 했다. 1시간 뒤에 내 이력서를 열람하고는 내게 면접 제안을 해왔다. 나는 면접을 수락하고 다음 날 무인 프린트 카페에서 이력서를 인쇄하고서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을 보기로 한 곳은 작은 레스토랑이었다. 그곳의 담당자와 테이블에 앉아 이런저런 질문과 대답을 했다. 내가 하는 역할은 주방보조인데 하는 일은 칼질과 피자와 샐러드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내 이력서에는 주방보조로 일한 경력이라 적혀 있지만 칼질은 많이 해보지도 않았고, 조리는 더더군다나 해본 적도 없어서 살짝 걱정이 되기는 했다. 면접을 보는 직원은 대학생 초보도 하는 일이라며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말이 나는 위안 보다는 더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더더욱 잘해야된다는 말이네.'
할 얘기가 거의 끝나자 다음 주 금요일날 아침에 일해보기로 했다. 내가 솔직하게 얘기했다. 한 번 해보고 나서야 일을 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러자 담당자님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래요. 맞는 말이네요..."
라며 웃으며 다음 주에 보자고 인사를 했다. 아직까지 새로운 도전이 두근거리고 설레이기보다는 걱정과 불안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러나 이것도 습관이 되고 생활이 되다보면 새로움과 설레임이 더 커지겠지. (이러고 다음 날 오후 타임만 구한다고 미안하다고 문자가 왔다.)
전 직장 상사와 소소하게 신년회를 가졌다. 부산 양정에 있는 '을지로 칼국수'에 한우문어 수육이 유명하다고 해서 여기로 1차를 갔다. 어쩌다보니 병원에서 처음 함께 일했던 이야기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새삼 오래된 일처럼 느껴졌다.
그안에서 우리는 깨달았던 것, 그 당시에는 보지 못 했던 것들, 그동안의 경험으로 인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중간중간에 얘기했다.
그렇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 잡힐 때는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니 생각의 전환, 다양하게 바라보기가 내 인생의 모토로 삼자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실장님의 얘기를 들으면서 배우고 싶었던 것은 '뒤를 생각하고, 길게 바라보자'이다. 이 사고방식이 특히나 지금의 나에겐 꼭 필요한 생각이다.
왜냐하면 지금 내 상황이 바로 결과가 나는 상황도 아닐 뿐더러 길고 긴 싸움이 될 것이라 예상되기에 아무런 결과나 피드백이 없더라도 꾸준히 해나가는 게 내가 할 일이다. 그러니 나에게는 필요한 사고방식이 아니겠는가.
미래를 향해 준비하는 이 순간이 그냥 지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도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날이라 느끼며 보내고 싶어서 이렇게 브런치와 일기에 기록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