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아가는 데 당장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앞으로 잘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내 안에 있는 걸림돌?
일이든 운동이든 무언가를 할 때 내 주위 환경이 조금이라도 바뀌거나, 생각도 못한 사건들이 일어나면 반사적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아휴, 그래 내가 이걸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
‘내 옆에 아무도 없는데, 나 혼자 있는데 잘 하든 못 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
이러한 문제를 나는 그동안 그럴 수 있다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만 생각하고 방치해 두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게 문제는 아니다. 누구나 살면서 이런 생각들을 한 번씩은 하지 않는가? 다만 이걸 대하는 ‘태도’가 문제인거지.
내려갈 수도 있다 다만 얼마나 빨리 올라가는가에 문제지
예전보다는 훨씬 빨리 올라오는 편이지만 거기에서 만족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의식하고 좀 더 빨리 올라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가 찾은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로는 몸을 쓰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몸을 써라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몸에 집중하면 어느새 그 매몰된 감정이 사라져 있다.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순간이다. 운동은 몸에 좋은 것도 있지만 마음에도 좋은 것이다. 몸을 쓰자. 몸을 써서 마음을 정돈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다시 일상에 돌아가자.
두 번째로는 이런 상황과 나를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는 것이다. 일명 파도를 타는 서퍼가 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역경’, ‘고난’이라는 파도 혹은 흐름을 서퍼처럼 타는 것이다. 얼마 전 이수근의 개그를 분석해서 설명해 주는 유튜브를 봤다. 거기에선 이렇게 설명했다. 개그를 할 때 억지스러움을 버리고 사람, 분위기, 상황이라는 흐름을 활용해서 개그, 드립을 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이수근은 항상 ‘약자’의 포지션을 가지고 서핑보드를 탄다. 약하지만 절대 ‘부서지지 않는’ 보드 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를 올려주고 본인은 지탄을 받지 않는다.
그 부서지지 않는 보드를 타고 파도의 흐름을 타서 상대가 제시한 키워드를 ‘확장’, ‘발전’ 시키고 더 나아가 묘기도 부리고 예측불가능한 모습도 보여준다. ‘규칙 속의 자유로움’이다. 재능 있는 수많은 개그맨들도 이런 파도를 잘 탄다고 한다. 그러나 이수근은 그들과 다른 점이 더 있다. 그건 바로 ‘내려올 줄 아는 것’이다. 흐름을 타고 내가 잘났다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내려와 상대방을 리액션으로 살려준다. 이게 그가 다른 개그맨들과 다른 점이다.
이수근도 처음부터 이렇게 웃기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의 이름을 제대로 알리기 시작한 예능프로그램 1박 2일 초창기에는 일명 ‘노잼 시기’를 보냈다. 흐름을 타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고 처음이라 모든 것들이 낯설고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시간을 잘 버텨냈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슬프고 힘든 어린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속인이었던 어머니가 힘들게 사는 걸 보고 외면하고 싶었던 이수근은 나중에는 그런 어머니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존중하기로 한다. 인생의 역경, 고난이 어떠한 흐름도 탈 수 있는 ‘서퍼’ 이수근으로 만든 것이다.
내 상황과 못난 모습도 인정하자. 그러나 그 파도에 빠져 침몰되지는 말자. 빠지더라도 서퍼들처럼 다시 헤엄쳐 나와 보드를 타자. 그리고 몰려오는 파도를 타자.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