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관한 소설을 쓰고 싶은데 아는 게 거의 없다. 일단 영화를 찾아서 보자. 여러 가지의 스토리가 인풋이 되면 믹스되어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겠지 하며 넷플릭스와 왓챠를 뒤져보았다. 넷플릭스에서 처음보는 영화나 다큐멘터리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를 픽 해서 클릭했다. 제목은 ‘스프린터’다.
개개인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끝에 가서는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위해 달리는 세 명의 남자가 있다. 먼저 은퇴할 나이를 앞두고 마지막 도전을 하는 현수. 왕년에 그는 단거리에서 알아주는 선수였지만 지금은 그저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있는 공설운동장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 노장의 선수다.
고등학교 단거리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던 준서는 1학년 때 최고기록을 세운 후 그 뒤로는 이렇다 할 기록을 세운적이 없어 그저 그렇게 지낸다. 하지만 어쩐일인지 육상부 해체의 위기가 오자 ‘육상 밖’에 없다고 느낀 준서는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훈련을 한다.
이미 정상에 서 있던 정호. 그러나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고 본인은 제자리거나 뒤로 쳐지는 상황들이 일어나자 어떻게든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옳지 못한 선택, 바로 약물복용을 투여해서 자리를 지켜낸다.
그리고 이들이 마지막으로 한 자리에 모여서 1차전, 2차전을 뛴다. 그동안의 미련과 욕망과 희망이 모여 트랙위에서 그들과 같이 달린다.
나무가 홀로 자랄 수 없듯이 그들에겐 조력자가 있다
노장 현수에겐 든든한 지원자 아내가 있다. 아내는 홀로 피트니스 강사로 돈을 벌며 남편 현수를 응원한다. 단호하게 포기하라는 말 대신 남편이 미련없이 떠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뛸 수 있도록 옆에서 현수의 자세를 디테일하게 코치 해준다. 현수는 아내 덕분에 최후에 최후까지 도전할 수 있었다.
준서에게는 육상부 코치가 있었다. 그러나 코치는 정규직의 자리와 육상부 코치로서의 자리에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준서는 그런 코치를 뒤로 하고 혼자서 어떻게든 아등바등 훈련을 한다. 그렇게 열심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약해진 코치는 결국 준서를 도와준다. 지금 당장은 몰라도 앞으로를 봤을 때 자기와 똑같은 절차를 밟을까봐 말리기도 하고 안타까워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저 준서를 도와줄 수밖에.
정호는 코치에게 약물투여를 하고 달린 걸 결국 들키고 만다. 하지만 단념하지 않고 오히려 뻔뻔하게 코치에게 자신있다며 한 번도 들킨 적 없다며 코치를 부탁한다. 1등 코치로 만들어주겠다는 달콤한 말까지. 코치는 욕을 하며 화를 내다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결국에는 정호를 도와준다. 정호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여러 가지 의미와 비유가 있는 이 이야기는 어쩌면 스포츠가 아니라 라이프를 말하는 건 아닐까
세 명의 운동선수는 단 ‘10초’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즉 인생이 달려있는 문제다. 이 10초의 결과가 자신의 인생에 성장 혹은 변화를 나타낸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달려가는 세 명의 선수의 태도는 각각 다르다. 인생을 향해 달려가는 동력이 누군가는 미련, 누군가는 희망, 그리고 욕망과 욕심인 것이다.
그들의 나이와 위치도 다르다. 준서는 10대이면서 위로 올라가려는 사람, 정호는 20대이면서 최고 절정에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 현수는 30대이면서 애를 쓰지만 결국 내려오는 사람이다. 나이와 위치에 따라서 사람은 또 달라진다. 그리고 그게 인생이다. 사람이 쉽게 안 변한다고 하지만 생각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그리고 체력, 건강으로 인해 또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는 상황도 일어난다.
인생을 비유함에 있어 단거리 보다는 장거리, 장거리 보다는 마라톤에 비유를 한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단거리는 인생에 있어서 한 달? 일주일? 어쩌면 하루하루의 인생이 단거리와 비슷하다고. 세 명의 단거리 선수들은 방법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다는 것 만큼은 똑같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스프린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