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쓰고 광대가 되어야 하는 이유

by 하짜



가면. 내가 처음부터 가면을 쓴 것은 아니었다. 그저 엄마가 내 앞에서 ‘웃음‘을 보인다는 게 너무나 행복하고 기뻤으니까. 그래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남을 웃긴다는 것 말이다.


내게 가면이란 ‘항상 웃고 있는 모습’, ’항상 밝고 즐거운 모습‘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날 비난하거나 무시했다.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나 혼자만 지내게 될까 봐,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될까 봐 불안했다. 가면은 어찌 보면 내 불안을 잠재워줄 유일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된 가운데 보이지 않는 계급까지 존재했다. 두 분류가 있었는데 하나는 성적이요, 하나는 바로 싸움이었다.


성적은 선생님으로부터 이쁨과 보호를 받을 수 있었고 싸움은 다른 사내 녀석들로부터 괴롭힘과 무시를 받지 않게 해주는 방패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 어디에도 낄 수가 없었다. 일단 초등학교에서는 여러 과목 중에서도 ‘수학‘이 성적의 판결 기준이었는데 나는 하필이면 ’ 수학‘만 제일 못했다.


그렇다면 싸움은? 초등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몇 번 싸웠다가 엄마에게 호되게 혼이 난 적이 있기에 싸움자체를 피해야만 했다.


이건 예외적으로 엄마한테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공부도 싸움도 영 아니었던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바로 내 유일한 장점이자 갈고닦아온 무기, ‘웃음‘이었다.


일단 담임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무슨 말만 하시면 내가 크게 리액션을 했고 어떨 때는 호들갑스럽게 오버를 떨었다. 그러면 선생님은 ‘요 녀석 봐라?’ 하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시고는 살짝 옅은 미소를 보이시면서 그냥 넘어가주셨다.


하지만 정도를 몰랐던 나는 10에 한두 번 정도는 너무 과해서 선생님에게 몇 번 크게 혼이 나기도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티브이에서 본 재밌는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면서 성대모사나 유행어를 따라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웃기도 하고 따라도 하며 떠들어댔다. 완전히 나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분위기를 처음 튼 건 나인 게 확실했다.


왜냐면 그때 싸움 전교 1등의 새싹과 한 번 위험한 결투가 나기 일보직전이었거든. 그런데 자존심은 있어서 바로 기어들어가는 모습은 보이기 싫었다.


그래서 ‘나 재미있고 인기 있는 녀석이야!‘라고 뽐을 내야 했다. 그래야 쉽게 건드리거나 때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새싹도 나를 보며 웃기다고 치켜세우고는 나처럼 친구들과 재미있는 얘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그들에게 광대가 되어주고 나면 내 안에 ‘나’는 불안해서 덜덜 떨거나 터져 나오는 울음을 꾸욱 참고 있었다.


내 속에 나는 하나도 재밌지 않았다.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화려한 광대가 아닌 그저 평온함을 느끼며 단란한 가정을 부러워하는 8살 꼬맹이였다.




https://youtu.be/ib-o3OZfqy4?si=AW17lPPH852paNC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