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게임에서도 계급과 차별은 존재한다

by 하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고바위 길을 걸어 올라가야 입구가 있었다. 6년 동안 적응이 안 됐다.


입구에 다다르자 엄마는 잡고 있던 내 손을 확 떼고서는 냉정하게 돌아섰다. 그때는 그게 어찌나 서럽고 무서웠는지 모른다. 나는 앞서 가고 있는 아이들을 따라 교실로 향했다.


교실 문에 들어서자 먼저 와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순간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나처럼 떨고 있는 아이들과 기대감으로 가득 찬 아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교실의 온도가 형성되었다.


아이들이 다 모이고 시간이 되자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소설 동물농장 중에서)






“오늘부터 여러분은 더 이상 유치원생이 아니다. 이제 초등학생이지. 그렇다는 얘기는 유치원에서 했던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거야. 떼를 쓰는 건 물론이고 툭하면 질질 짜는 거 선생님은 제일 싫어한다.”


말하는 중간중간에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나오면 얼굴표정도 바뀌어 말하셨기에 더 입체감 있게 전달받았다. 교실 온도는 급하락 했다.


선생님의 경고는 정확했고 또 그대로 행하셨다. 우리가 유치원생이나 할 만한 행동을 다 고치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나올 때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혼을 내셨고 수치감과 부끄러움을 늘 느끼게 하셨다.


체벌 또한 손바닥에 매를 맞거나 볼 꼬집기, 무릎 꿇고 손들기 등등 다양하게 주셨다. 우리는 매일매일 공포에 떨며 학교에 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일종의 ‘보이지 않는 계급' 같은 것이었다.


일단 첫 번째로는 유독 선생님에게 덜 혼나거나 이쁨을 많이 받는 녀석이 있었다. 처음에는 공부를 잘하니까 그렇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녀석의 엄마는 학교 선생님이셨다. 그것도 우리 초등학교 선생님.


그 녀석은 부모님이 커다란 방패막이 돼주신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이 녀석처럼 되려면 공부밖에 없겠구나 하며 단념했었다.


또 한 녀석은 후에 싸움으로 전교 1등이 될 녀석이었다.


나는 전형적인 ‘우물 안 개구리‘였다. 그저 나를 건드리면 다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이 자신만만, 의기양양이었지만 얼마 안 가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왜냐면 싸움 1등을 할 녀석이 하필이면 같은 반이었으니까.


우리 반 예비 싸움 1등은 본인이 나서지 않아도 주위에 알고 지내던 녀석들이 자연스럽게 녀석의 소문을 내고 다녔다.


‘우리가 살던 곳에서 한 번도 싸움에 진 적이 없다.’


‘형들이랑 싸워서도 이긴 적이 있다.’


‘뒤에서 싸움 잘하는 형들이 봐주고 있다.‘


이런 무수한 소문이 녀석의 존재감을 한껏 키워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말할 녀석은 이 두 녀석과는 전혀 다른 방향과 결을 가진 녀석이다.


일단 우리보다 한 살 어린 빠른 연생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어렸을 때는 한 살 차이도 크다. 우리가 수업을 받는데 잘 따라오지 못했을뿐더러 집중력은커녕 늘 산만하기 일쑤였다.


거기에 유치원이나 학원을 전혀 다니지 않았다. 집에서도 어느 정도 교육을 받지 않고 학교에 입학했다.


수업을 전혀 따라올 수 없었던 이 녀석은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공부도 못하면서 수업에 방해만 주는 아이'로 낙인이 찍혀버렸다.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1. 담인 선생님 기준으로 ‘나쁜 아이‘로 낙인되면 안 된다.


2. 친구들 사이에서 그것도 계급이 어느 정도 있는 무리에서는 공통점이 거의 없거나 다수의 길이 아닌 소수의 길을 걷지 않는다.


우리는 서바이벌 속 안에서도 보이지 않지만 어느 정도 체감할 수 있는 ‘계급'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계급이 서바이벌 게임에 큰 영향이 끼쳤다. 계급이 높을수록 뒤처지거나 탈락할 확률이 낮았다. (여기서 탈락은 6년 동안의 학교생활이 힘들다는 걸 의미한다.)


내 계급은 아마 하위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약간의 거짓말과 ‘가면'으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어쩌면 그래서 지옥은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다음 이야기는 내가 담임선생님과 저 특출 난 녀석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남았고 어떠한 가면을 쓰게 되었는지 얘기해보려 한다.



https://youtu.be/aADHXQeeZYM?si=I5gR63d0K5I94B6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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