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by 하짜



어느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학교는 작은 사회다.-


하늘이 회색 구름으로 가득 찬 날. 나와 동갑내기들은 지금 작은 사회에 들어가기 위해 입학식에 왔다.


나와 마찬가지로 이 친구들도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 보였다. 가기 싫다고 떼쓰는 녀석부터 벌써부터 울음바다로 만드는 녀석까지 별의별 아이들이 다 있었으니까.


아이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온 어른들도 보게 되었는데 나처럼 부모님이 한 분만 온 친구부터 해서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함께 온 친구도 있었다. (간혹 한복을 입고 오신 할머니가 계셨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이상하게 외롭지 않았고 뭔가 알 수 없는 위안 같은 걸 받았던 것 같다.


“아! 아! 마이크 잘 들려요? 아, 오케이! 여러분 반갑습니다. 00 초등학교 교장 000입니다. 오늘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교장 선생님이 인사를 하든 말든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은 마치 개미떼처럼 단체로 줄지어 이동했다. 교내 선생님의 지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질서 정연하게 줄지어 서자 교장선생님은 목에 힘을 주고 더 크게 말씀하셨다.


마이크로 울려 퍼지는 메아리가 정신을 못 차리게 했다. 아직 어렸던 우리는 집중력이 짧았다. 교장선생님의 길고 긴 인사말이 우리의 긴장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집중력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쯤 절묘하게 인사가 끝이 나고 입학생들의 반 배정이 시작되었다. 막상 반 배정이 시작되니 떨렸다. 제발 착한 친구들과 착한 선생님이 걸리기를!


내가 배정받은 반은 1학년 5반.


그 당시 담인 선생님과 인상 깊은 몇몇의 친구들이 있었기에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다.


반 배정이 끝나고 완전히 끝인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커다란 스피커에서는 배정된 반으로 모여서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인사하는 자리를 갖는다 했다. 부모님들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재빨리 뒤돌아 교실로 향했다.


엄마 손을 꼭 잡고 반으로 들어가자 엄마 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한 여자가 교탁 앞에 서 있었다. 50대 후반에서 60 초반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은 숏컷에 무테안경을 쓰고 부드러운 웃음을 지은 채 모두가 모일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반에 아이들이 다 모였는지 확인되자 선생님은 공손히 인사했다. 그러고는 앞으로 어떻게 수업을 하게 될지 설명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마치 아나운서 준비생처럼 말과 표정을 지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순수했던 우리와 부모님들은 보기 좋게 담임선생에게 속아 넘어갔다. 왜 속아 넘어갔냐고? 그야 선생님이 말한 방향으로는 전혀 가지 않고 아예 다른 길로 우리가 가게 되었으니까. 모든 순서가 끝이 나자 담임 선생님은 아나운서 그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모두에게 인사했다.


"다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는 저 000을 믿고 맡겨 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학교는 ‘작은 사회’라고 했던 게 기억나는가? 내게 있어서 사회란 그리고 사회생활이란 곧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벌 그 자체였다.(지금도!) 한창 글로벌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 게임‘처럼.


우리들만의 서바이벌 게임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게임에 참가하시겠습니까?



https://youtu.be/asQNnQmOVCE?si=mdy5hVQz5ULeTB2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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