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원에서 친해진 친구의 집에서 이 말을 듣고 가슴이 덜컥했지만 곧이어 안 그런 척 말했다.
“어, 회사 다녀. 크으~~ 은 회사!”
나는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다. 아버지는 회사에 다니지 않았으며, 나와 같이 살지 않았다.
정신없이 놀다 보니 친구네 엄마가 왔다. 그리고 좀 더 놀다 보니 아버지가 왔다. 나는 친구네 부모님께 황급히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왔다. 부엌에서 친구의 엄마가 친구에게 나를 얼른 보내라고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속으로 고민했었다. 불편하니까 이 자리를 피할까? 아니면 모른척하고 다른 가족들의 저녁식탁은 어떤지 구경을 할까? 하지만 그런 고민은 결국 아무 짝에 쓸모도 없어지고 말았다.
미술학원에서 곧 있으면 학예회가 있을 거라고 했다. 그때는 부모님과 가족들이 오실 테니 정말 잘해야 한다고 선생님이 강조를 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실수를 할 때마다 이 얘기를 꺼내면서 우리를 혼내고, 아이들이 있는 앞에서 대놓고 모욕감을 주는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했던 것뿐. 혹은 자기가 욕을 먹지 않고 무난히 넘어가기 위한 것이라는 걸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한참을 학예회 준비에 빠져 있다가 쉬는 시간이면 종종 이런저런 대화를 했는데 누군가 내 앞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야, 근데 00이는 한 번도 아빠 얘기를 안 했네? 니 아빠 없는 거 아니가?”
나는 그 아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엉덩이가 뿔에 찔린 송아지처럼 놀라 아니라며 극구 손사래 쳤다.
그러자 녀석은 얄궂게 이런 말을 했다.
“그러면 이번 학예회 때 너네 아빠 오라고 해. 안 오면 니는 아빠 없는 거다?”
나는 돌덩이처럼 무거워진 머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학예회까지 내 머릿속은 어떻게 해야 하나 온종일 생각에 빠져 지냈다. 어떻게 거짓말을 해서 이걸 잘 넘길까로 방향을 잡고 될 대로 되라며 자포자기 심정으로 학예회날을 준비했다.
학예회 날. 우리는 준비된 단체복을 입고 각자 맡은 악기를 연주했다. 연주가 어느 정도 무르익어 갈 때였다. 나에게 짓궂은 말을 했던 녀석이 타이밍에 맞춰 큰 북을 쳐야 할 때 박자를 놓치고 말았다. 얼굴이 까맣던 그 녀석은 백설기 마냥 하얗게 변해 있었다. 끝이 나자 두 얼굴의 선생님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소곤거렸다.
“그렇게 많이 연습했는데 당일 날 또 실수를 하고…으휴! 아 몰라! 너네들 탓이다. 그리고 큰 북 00이. 너는 연습 때는 그렇게 잘해놓고 오늘을 실수하니? 연습할 때 잘하면 뭐 하냐고! 아 몰라! 어휴 짜증 나! “
분위기는 싸해졌고 그 녀석은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무사히(?) 사건은 넘어갔지만 내 호구조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대놓고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설문지까지.
나는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https://youtu.be/uMxUpvrg1ik?si=tzgKIehoFJPULX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