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21b5_7k5VPU?si=pgma9teQQbJ77cim
우리가 초등학생인 시절에 가수 ‘유승준‘이라고 최고 인기 솔로 가수가 있었다.
그 인기는 어마어마해서 모든 젊은 사람들이 일명 ’가위 춤’을 추고 앞 머리에는 브릿지를 달아서 그를 따라 하는 남자들이 수두룩 했다.
우리 반에도 가수 유승준을 닮은 남자아이가 있었다. 나는 그 녀석을 보고 ‘그래 너로 정했다!’ 속으로 되뇌며 얼쩡거렸다. 어떻게 극적으로 이 녀석에게 장난을 쳐야 내가 재밌는 아이가 될까 하며 말이다.
그렇게 벼르고 있다가 때가 왔다. 안 그래도 얼굴이 판박이였던 녀석이 헤어스타일까지 똑같이 하고 온 것이었다. 나는 달려가서 말했다.
“어이! 유승준. 가위춤춰 봐. 나나나 춤춰 봐!”
녀석을 최대한 자극하며 춤은 내가 더 열심히 춰댔다. 가위춤을 최대한 크게 움직이면서 주위에 있는 것은 모조리 다 잘라버리겠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러자 나와 녀석은 한순간에 이목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엔 녀석이 자기를 놀리는 게 싫었는지 얼굴에 항상 인상을 찌푸리며 나에게 화를 냈고 싸움도 걸려고 했다.
내 의도는 이게 아니었는데… 이제 그만 놀려야 하나 하고 마음을 접으려 놀리기를 조금씩 줄여갔다. 그러나 이게 웬 걸?
아이들이 녀석에게 관심을 보이며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이 몰려와 녀석을 둘러쌓다. 아이들의 관심과 인기가 싫지 않았던지 어느새 녀석은 그걸 즐기고 있었다.
내가 더 이상 놀리지 않자 오히려 나아게 찾아와 계속 말을 걸었다. 나에게 점점 잘해주기도 했다. 새싹싸움 1등도 이 ‘리틀 유승준’과 나에게 항상 다가와 친한 척을 해댔다.
그러자 우리는 어느새 말 그대로 ’인싸‘가 되어 있었다. 일이 재밌게 돌아갔다. ’이 기세면 학교생활 재밌겠는데?‘
인기가 주는 맛이 대단했다. 뭘 하든 웃어주고 이해해 주고 넘어가주었다. 나보다 강해 보이는 녀석에게 까불어도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그렇게 ‘맛’(?)을 본 리틀 유승준과 나. 리틀 유승준은 이 기세를 몰아 자기의 생일 파티를 초대했다. 당연히 새싹 1등과 나는 제일 먼저 초대받았고 나머지멤버 몇몇은 리틀 유승준에게 아부하는 녀석들로 채워졌다.
집에 가보니…이 녀석 집이 잘 사는 녀석이었다. 컴퓨터는 최신형에다가 오디오 전축과 그 당시 핫한 가수들의 앨범이 진열대에 꽂혀 있었다. (앨범은 리틀 유승준의 누나 것이었다.)
그렇게 잘 사는 집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던 우리는 커다란 상에 가득 채워진 음식들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평상시에는 못 먹는 각종 음식들과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는 생크림 케이크가 올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으며 눈은 계속해서 생일 케이크에 가 있었다. 새싹 싸움 1등이 결국 참지 못하고 숟가락으로 작게 퍼먹었다.
우리는 서로 눈치를 보다가 숟가락을 들어 조금씩 퍼먹었다.
부엌에 있다가 우리에게 오신 리틀 유승준의 어머님은 쥐가 퍼먹은 듯한 케이크를 보고 놀라서는 아직 초도 안 불었는데, 생일이 주인공인 리틀 유승준이 먼저 먹어야 되는데 하시며 우리에게 눈치를 주셨다.
숟가락을 얼른 내려놓은 우리는 다시 다른 음식들을 먹었다. 이 사건의 범인인 새싹 싸움 1등은 갑자기 다른 아이에게 왜 먹었냐며,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며 뒤집어 씌었다.
순수했던 그 친구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무서운 눈으로 제압을 하는 새싹 싸움 1등의 눈빛을 보고 만 녀석은 입을 쑤-욱 다물었다.
나는 이 분위기를 바꾸려 이것저것 보다가 컴퓨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야! 밥 다 먹고 컴퓨터 좀 보여 줘.”
내가 입을 떼자 아이들은 다 같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서 졸라댔다. 그러자 입이 귀에 걸린 리틀 유승준은 엄마에게 밥을 다 먹었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는 컴퓨터를 켰다.
지-이이잉
컴퓨터 돌아가는 소리가 꽤 길었지만 우리들은 언제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모니터 화면이 켜지자 리틀 유승준은 기존에 깔려 있던 게임과 시디 게임을 실행시켜 우리에게 자랑 아닌 자랑을 해댔다.
나는 부러워하는 모습을 더욱 오버하며 이 녀석을 더 즐겁게 해 주었다. 그렇게 재미있게 놀다가 아이들이 한 명씩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학원을 가야 한다, 집에서 엄마가 부른다 등등 각자의 이유로 떠나갔다. 새싹 싸움 1등은 리틀 유승준의 경제사정을 알고부터는 더욱 이 녀석을 마음에 들어 했던 것 같다.
“야! 괴롭히는 애들 있음 말해! 내가 지켜줄게! “
리틀 유승준은 정말로 고마워했다. 그리고는 나에게도 말했다.
“야! 니 리틀 유승준 괴롭히면 죽는다?”
“……”
‘이게 아닌데.‘ 내가 인기를 얻고 내가 서열이 올라가야 하는데. 착잡했다. 한참 생각이 많아질 때 새싹 싸움 1등도 집에 갔다. 이제 남은 건 리틀 유승준과 나.
이 녀석은 나를 엄청 좋아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나를 더 좋아했다. 본인의 엄마에게도 나를 어필해 주었다.
“우리 리틀 유승준이 잘 부탁한다. 친하게 지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애매한 감정이 피어오를 때 녀석도 한 마디 거들었다.
“00아! 너도 생일 때 꼭 나 불러 줘. 알았지?”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생일 파티를 해 본 적이 없었다. 리틀 유승준의 생일파티가 오히려 내 인생 첫 생일 파티였다.
우리 집은, 아니 엄마와 나는 가난했다. 집도 외할머니 집이요, 먹는 것도 외할머니 것이었다. 우리 건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 집에서 생일 파티를 하자고? 만약 하게 된다면 그건 ‘나 가난하다! 좋겠지?’ 하고 동네방네 떠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놀림의 대상이 되고 서열도 한참 내려가 늘 무시당하는 학교 생활이 될게 너무나 뻔했다.
“그래 하자!”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엄마에게 말했다. 나도 생일파티 하면 안 되냐고.
대답은 예상대로 ‘안 돼.’였다. 나는 친구들에게 우리 ’ 가족’을, ‘가난‘을 거짓말 했고 속였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이상 혼자인 것은 싫다. 집에서도 혼자인데 학교에서도 혼자이기는 더더욱 싫다.
내가 가면을 쓰고 거짓말을 하는 생활이 20대 후반까지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거짓말하기 급급한 나였다.
https://youtu.be/sRoR1rO0lyE?si=YiT_DOjeaBGH1dk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