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바다를 만나다

by 하짜



내 추억 속에서 제일 괴롭고 떠올리기 싫은 시기는 고등학생 시절이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아는 얼굴들은 죄다 흩어졌다. 아예 새롭게 인간관계를 시작하는 곳에서 나는 오랫동안 적응하지 못했다.


굉장히 내 주관적인 생각을 조심스럽게 얘기하자면 아이들은 이상하게 나에게 가까이 오지 않았고 어려워했다. (진학한 고등학교가 양아치 소굴이라는 얘기를 듣고 머리와 얼굴에 힘을 주기는 했다!)

거기다가 중학교 때와는 차원이 다른 공부 수준. 제일 싫어하고 무서워했던 수학은 이미 제2의 외국어로 바뀌어 있었으며 다른 과목들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은 다 이해하는 눈치였다. (물론 나처럼 이해되는 척하는 애들도 있었다) 크게 이 두 가지가 나를 좌절과 절망의 늪으로 빠뜨렸다.

그리고 간간히지만 묵직하게 날리는 쨉처럼 아이들과 나의 경제 수준이 드러나는 순간들이 나를 훅-! 하고 때렸다.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고등학교에 오니 나와 비슷한 수준의 경제적 환경에 처인 아이들은 소수에 위치했다.

우물에서 자기가 왕인 것 마냥 으스대던 개구리가 바다의 짠맛과 파도를 보며 두려워하는 꼴이었다.

돈도 없고 친구도 없고 뭐 하나 잘하는 능력이나 재능도 없고 가진 거라곤 쥐뿔도 없는 나였지만 그래도 엄마가 옆에 있으니까 버틴다고 항상 머릿 곳에 되뇌었다. 엄마가 내 인생의 목표이자 의미이고 모든 것임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지한 것이다.

어떤 한 녀석의 괴롭힘도, 친구들 앞에서 들켜버린 가난과 가정환경도, 바닥을 치는 시험성적도 엄마가 있었기에 … 시작부터 어려웠던 1학년 생활과 잘 사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같은 반이었던 2학년까지 나는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다. 왜냐면 엄마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어렵게 버티고 버티고 올라온 고등학교 3학년.


인생이 크게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그 지점에 도달했을 때였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니 엄마가 집에 안 계셔서 어디 가셨나 보다 하고 티브이를 보고 있었는데 외할머니가 울먹인 표정을 한 채로 내게 다가와 작게 속삭이셨다.

“오늘 네 엄마 앰뷸런스에 실려서 병원에 갔다... 아마 집에 못 올 거야. 병원에서 지내게 될 거야...”

개구리는 바다에 있는 것만으로도 크게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러다 큰 파도를 두 번이나 만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이미 그를 덮치려 하고 있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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