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만 치다가 결국 맞이한 현실···.

by 하짜



병원 문을 나선 이후로, 나의 매일은 울음 참기 챌린지였다.


눈을 감아도 엄마의 앙상한 얼굴과 마른 몸이 잔상처럼 남았다. 이제 정말 엄마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예고 없이 숨통을 조여왔다.


내가 그동안 온갖 슬픔을 삼키며 "괜찮을 거야"라고 다짐했던 유일한 이유가, 바로 내 눈앞에서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당시엔 야간 자율학습이 강제였다. 성적과 상관없이 부모님 동의서가 없으면 밤 10시까지 학교를 지켜야 했다.


하지만 더는 교실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엄마와 단 1분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교무실 문을 열고 담임 선생님께 사정을 말씀드렸다.


야자를 빼겠다는 말에 미간을 찌푸리던 선생님의 표정은, 나의 간절한 이유를 듣자마자 짙은 슬픔으로 변했다.


야자를 빼는 이유가 '엄마와의 마지막'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늘 야자를 빼고 도망치다 혼나는 상상만 했지, 이런 식의 허락은 내 생에 없던 전개였다.


그날 이후 정규 수업만 마치면 곧장 집으로 향했다. 긴장이 풀린 몸은 늘 천근만근이었고, 집 안은 지독하게 고요했다.


할머니는 병원에서 세탁 일을 하시며 엄마 곁을 지키셨기에, 텅 빈 거실엔 나뿐이었다. 그 고요가 무서워 나는 억지로 예능 프로그램을 틀었다.


화면 속 웃음소리에 기대어 애써 현실을 외면하며 '긍정 회로'를 돌리고 또 돌렸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평소 연락 없던 큰외삼촌에게 전화가 왔다. 불길했다. 제발 아니기를, 별일 아니기를 바라며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 하짜야. 엄마 돌아가셨다...”


생각보다 덤덤했다. 점점 나빠지던 엄마의 모습을 지켜봐 왔기 때문일까. '이제 엄마는 더 이상 아프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알겠다고, 금방 가겠다고 답했다. 외삼촌은 차를 보낼 테니 기다리라고 하셨다.


도망치고 싶던 현실이 결국 내 발밑까지 차올랐다. 이제 더는 숨을 곳이 없었다.


참혹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순간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