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뒷모습과 나의 서툰 인사

by 하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도무지 오지 않을 것 같던 이별의 순간이 예고도 없이 찾아와 나의 머리를 있는 힘껏 가격했다.


“갈 준비 다 됐지? 얼른 차에 타거라.”


삼촌은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나는 짧게 "네"라고 대답한 후 삼촌의 차에 몸을 실었다. 병원까지 가는 내내 차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창밖을 흐르는 풍경을 보면서도 나는 애써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다가, 저 멀리 엄마가 누워 계신 병원 건물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으, 으읍! 흐흐흑… 흐으흐으으윽.”


참아왔던 울음이 둑이 터지듯 터져 나왔다. 삼촌은 흠칫 놀라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땅이 꺼지라 한숨을 쉬며 가속 페달을 밟았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차에서 튀어 내려 눈물을 훔치며 병실로 뛰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멈출 수 없었다. 병실 문을 열자마자 보인 것은 창백하게 누워있는 엄마와 그 곁에서 오열하시는 외할머니였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나는 두 사람 곁으로 다가갔다.


“경희야… 경희야! 하짜 왔다, 하짜 왔어. 니 아들 하짜가 왔으니까 눈 좀 떠봐. 응?”


할머니의 절규 섞인 부름에도 엄마는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얼마나 비겁했는지 깨달았다. 엄마가 아픈 현실이 무서워, 괴로운 미래가 올까 봐 늘 다른 곳만 바라보며 도망치던 내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막연하게 다 잘 될 거라는 비겁한 자기암시로 모든 걸 피해 다녔던 나 자신이, 그날만큼은 패 죽이고 싶을 정도로 혐오스러웠다.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 엄마 곁을 지켰더라면, 이 마지막을 조금은 더 의연하게 준비할 수 있었을까.


“하짜야. 얼른 엄마 귀에다 대고 사랑한다고 말해라. 선생님이 그러는데 귀는 마지막까지 열려 있다더라. 얼른… 엄마 가시기 전에 마지막 인사 해드려.”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발등을 찍는데도, 어째서인지 그 세 글자가 입 밖으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슬픔을 억누르며 겨우 개미만한 목소리를 뱉어냈다.


“어, 엄마… 사… 사랑해요.”


하지만 엄마는 끝내 대답이 없으셨다. 잠시 후 의료진이 들어와 할머니를 부축해 나갔고, 엄마는 차가운 복도를 지나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옮겨졌다.


그날 이후의 기억은 안개처럼 흐릿하다. 상복을 입고 손님을 맞이하던 장례식장의 풍경만이 조각조각 남아있을 뿐이다. 지금도 문득문득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시리다. 끝내 엄마에게 큰 소리로, 당당하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것이 가시처럼 박혀 있다.


아마도 이 후회는 평생 내 삶의 한 구석에 묵직한 돌덩이로 남을 듯하다.




https://youtu.be/efuVbrNLuAk?si=FXC-fcOf0ofLJnv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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