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는 것도, 눈물 흘리는 것도 마음대로 못 하는 삶

by 하짜



고3, 수능을 치르기도 전에 엄마의 장례식을 치렀다.


장례식장에서 겪었던 현실은 그 당시 내 생각과 격차가 너무 커서 세상과 사람들을 향해 서운함과 분노를 키우게 해 주었다. 엄마가… 우리 엄마가 이제 이 세상에 없는데 나만큼 슬퍼하고 우는 사람이 없었다. 외할머니를 제외하고 말이다.


2~3살 밖에 안된 사촌 남동생이 떼를 쓰면서 울기 시작하는데 처음으로 아기한테 경멸감을 느낄 정도로 모든 것이 나를 분노케 했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만 남은 채 세상은 그대로 똑같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 당시 장례식장에서 내 오감은 전혀 감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거라곤 내 가슴이, 내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서 속이 쓰린 것뿐이었다.


모든 장례절차가 끝이 나고 집에 도착했다. 나는 혼자서 방에 있기 적적해서 서랍을 열어 있는 앨범이란 앨범은 다 꺼내서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큰 외삼촌, 작은 외삼촌이 들어와 내 옆에 앉았다. 두 사람끼리만 아는 대화를 짧게 끝내고는 내가 끄집어낸 앨범 중 몇 개를 골라 펼쳐서 보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서 앨범 사진을 보다가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 젊었을 적 건강한 엄마의 사진 속 모습을 보다가 슬픔이 차올라서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도 점점 북받쳐 꺼이꺼이 소리 내서 울기 시작하자 큰 외삼촌은 짜증을 억눌러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니만 슬픈 거 아니다. 니만 힘든 거 아니다. 다른 사람은 안 힘들고 안 슬픈 줄 아나? 다 참고 있을 뿐이지. 이제 그만해!”


“……?”


나는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갸우뚱거리고는 화가 나서 더 크게 울었다.


“얼른 뚝 그치지 못해? 안 그치면 혼난다!”


“네? 아니 지금 엄마가…”


내 슬픔은 순식간에 황당함과 분노로 바뀌었고 어렸을 적 그렇게나 무서워했던 큰 외삼촌에게 눈을 치켜떴다. 나는 참지 못하고 대꾸하고 대들려 했으나 작은 외삼촌이 중간에서 저지하는 바람에 그냥 그렇게 흐지부지하게 끝이 나버렸다.


큰 외삼촌은 한숨을 크게 쉬고는 담배를 피우러 나갔고 작은 외삼촌은 울리는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갔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도 나는 마음껏 울고 슬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날 이후로 난 늘 혼자서 슬퍼하고 혼자서 울었다.


왜냐하면 나만 힘들고 나만 슬픈 게 아니기 때문에.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