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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짜 Jan 21. 2024

2024 갑진년 새해, 인생 잠깐 되돌아보기


 부산에서 30년 이상을 살고 있다. 미디어와 SNS에 나오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실패한 인생이고 재미도 없는 인생이다. 20대 초반. 한창 감정과 몸이 끓어오르던 시절. 나는 패배감에 젖어 자기 연민과 한탄으로 세월을 보냈다. 밖에서는 항상 웃고 밝은 가면을 쓰고 집에 돌아오면 내 진짜 모습을 거울로 확인한다. ‘그래 이게 진짜 내 모습이지. 한심한 새끼.’ 20대 후반까지 이렇게 살았다.      

 

 죽고 싶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목표도 없고 의미도 없으며 살아갈 이유도 없었다. 죽지 못해 사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건 경제적으로 더 힘들기만 할 뿐이었으며 잘하는 건 없었다. 대한민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능력한 사람인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었다. 사회적으로나 집에서나 무쓸모한 인간이 살아서 무엇하나. 그런 내가 억지로 숨이 붙어있었던 건 외할머니 때문이었다. 엄마의 죽음으로 너무나 고통스러워했던 할머니를 옆에서 보았기에 차마 그런 선택을 할 수 없었다.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나도 아니까. 너무나도.     

 

 방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서 눈물로 밤을 지새울 때 유튜브를 보았다. 그 영상은 한 강사가 본인의 문제를 해결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다. 강사는 마지막에 자기 자신에게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고 본인에게 위로를 해주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나를 깎아내리고 비난만 했지 한 번도 위로와 칭찬을 한 적이 없었다.     

 

 또 하나의 영상은 디자인 교수가 나와서 ‘우리는 세계 상위권에 들어가는 사람들입니다.’라며 좌절하거나 또 너무 거만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주위에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으니 그런 사람이 되자고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나의 시야와 생각은 너무나 좁았다. 마치 철창에 갇힌 새처럼.     

 

 그래서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됐을까? 철창을 벗어났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가 되었다. 죽고 싶다는 마음을 용기로 바꾸어하고 싶었던 것을 했다. 그리고 또 다른 꿈이 생겨 지금은 준비 중에 있다. 딴딴한 돌이었던 내 생각과 마음이 부서졌을 때 나는 더 유연해지고 강해졌다. 나를 지키려 만들었던 돌이 나를 오히려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인생의 목표가 생기고 이유가 생기니 힘들던 게 버텨졌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아직도 시간이 걸리기는 해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때의 경험이 이럴 때는 또 쓰임이 있구나 싶다.     

 

 사람이 잘 살고 싶다면 죽음을 생각해라는 말이 있다. 당장 내일 죽는다 가정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왔는가 하고 물어봤을 때 대답을 못한다면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 인생의 방향을 말이다. 지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한다면 덜 후회할 뿐이지 여전히 후회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생긴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갈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재미없는 내 인생이 나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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