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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짜 May 12. 2024

어버이날과 이야기의 시작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릴 적 이 말을 참 듣기 싫어 했었다. 나에게는 가정의 달을 함께 즐길 가족이 엄마 밖에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엄마가 항상 집에 계시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나에게는 그저 집에서 쉬는 날, 아니면 친구들의 자랑을 듣는 날의 연속이었다.


 어버이날 외할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리고 토스로 용돈을 붙여드렸다. 우리 외할머니께서는 극도로 실용주의자이시며 대한민국의 자본주의에 완벽히 적응한 분이셨기에 꽃 따위 는 아름다운 쓰레기일 뿐이다. 돈으로 드려야 할머니는 평소에 잘 못 보는 웃음과 높은 텐션의 목소리를 들려주신다.


 고3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기에 제대로 된 효도 노릇도 못 해드렸다. 그 부분이 항상 마음에 걸리는 일이었다. 내 삶의 이유였는데…엄마를 떠나 보내고 시간이 꽤 흐르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못난 모습, 몸이 아파서 드러누웠던 날들을 보여드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말이다.


 지금은 많이 더뎌진 줄 알았건만 빈도가 줄었을 뿐 극심하게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아무도 모르게 숨죽이며 그리움을 흘렸다. 뜨거운 그리움을. 보다 시간이 더 흘러도 지금과 비슷할 것 같다.


 여담이지만 나는 어렸을 적 부터 이야기를 좋아했다. 처음에는 그냥 만화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커서보니 이야기를 좋아한 것임을 뒤늦게 알았다. 그렇게 제2의 꿈이 생겨 스토리에 관련된 수업을 듣고 책을 읽었다. 뭔가에 홀린 것 처럼 정말 오랜만에 무언가에 푹 빠져 지냈었다. 즐거웠다.


 이야기가 진행이 되려면 주인공이 움직여야 된다. 주인공이 움직이려면 이유가 있어야 한다. 목표가 생겼다던가 혹은 극적인 상황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는 순간 같은 것 말이다.


 스토리 수업을 들으면서 내 인생을 대입해보니 몸으로 수업을 배우는 기분이었다. 내 삶에서 이야기가 진행이 안된 순간이 내가 내 자신을 무시하고 아무것도 하지않았던 순간이다.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그러던 어느 날 죽고 싶은 마음을 해보고 싶은 걸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바뀌자 이야기가 진행이 되기 시작했다.


 주인공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엑스트라 혹은 같은 길을 가게 되는 동료를 말이다. 내가 결심을 먹은 지 얼마 안되서 귀신같이 친구 안씨에게 전화가 왔다.


 “야, 내가 진로 때문에 고민이 되는데…”


 주인공이 동료가 생기고 앞으로 가다보면 장애물이 생긴다. 그것은 여러 가지 형태로 다가온다. 갈등, 예상치 못한 사건, 빌런의 등장으로 말이다.  지금이 나에게는 그 순간이다.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내 앞길을 막는 것들이 된다.


 되돌아보면 엄마를 잃은 상실감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 잘못된 생각으로 행동을 옮겼다면  그 다음 해에 오는 가정의 달을 못 봤을 수도.


 내 삶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이 되었어도 가정의 달은 공허하고 슬프고 쓸쓸하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과 다른 점은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를 버티게 한다. 그것이 나를 살게 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엄마가 못 다한 삶을, 나를 위해 희생하신 삶을 내가 즐겁게 사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어버이날 엄마에게 드릴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이자 선물이다.


 삶이 허락한다면 내 인생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꿈과 목표만 잃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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