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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짜 Jul 07. 2024

블랙 기업에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죄송합니다. 그렇게 됐습니다.”


 부업으로 같이 일하던 운전기사님의 머쓱한 한 마디가 우리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운전기사님이 본인 차에 런치박스와 국통, 밥통을 싣고 초등학교로 운전해서 온다. 그러고 나와 다른 남자 직원 포함해서 세 명이서 짐을 엘카라는 수레에 실어 옮긴다. 그러고 나서 배식이 끝나면 빈 런치박스와 국통, 밥통을 수거해서 단체급식 회사로 가서 반납을 하고 오면 끝인 일이다. 그렇게 해서 받는 돈이 7만 원이다.


 그런데 같이 일하던 기사님은 가까운 데서 일하고 싶다 하여 5천 원 깎이는 걸 감안하고 지금의 우리가 있는 초등학교로 오신 거였다. 여기서 끝이 나면 좋겠지만 일은 그 뒤에야 터지고 만다.


 1학년에서 6학년까지 배식을 하는데 중간중간 한 학년이나 2~3반이 미급식을 하는 날이 있다. 그러면 런치박스와 국통, 밥통이 자연스레 개수가 줄어든다. 줄어든 개수만큼 기사님의 시급을 깎아서 월급을 준 것이다.


 그 기적의 계산법을 계약서를 쓸 때도 미급식이 있는 날에도 아무 얘기 없이 그냥 진행을 한 것이다. 그렇다고 짐을 더 싣는 날에는 추가로 시급을 더 쳐주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계산이 나올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사전에 얘기 없이 일방적으로 이렇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기사님도 나처럼 이 일이 부업이었기에 망정이지 본업이었으면… 그러고 보니 같이 일한 기사님을 제외하고는 다른 기사님들의 평균 나이가 60~70은 되신다. 이분들은 급여보다도 그저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만족을 하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난 것으로 보인다.


 기사님을 제외한 우리들은 붙잡고 싶었지만 전후 사정을 들으니 그럴 수 없었다. 그저 공감하고 같이 분노하고 욕하며 떠드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이런 사례들을 뉴스로만 접했지 내 주위에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을 처음 보았다. 이제야 블랙기업에 대한 현실을 몸으로 느끼고 감정이 일어났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순진하고 멍청하게 세상과 사회를 바라봤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다.


 같이 일하는 반장님을 통해 이 기업의 만행들을 여러 차례 더 들었다. 최근 들어 오래 일했던 사람들이 줄줄이 그만두는 이유도 딱 들어맞는 것 같았다.

 

 오늘 저녁은 6월을 마지막으로 그만둔 기사님과 함께 회식을 하는 날이다. 그나마 좋은 분들과 함께했기에 이런 일을 겪은 동료를 위해 회식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블랙 기업에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다. 부당한 일에 꺾이지 않고 내 권리를 지키는 것. 그리고 그런 동료를 위해 함께 식사를 하며 진솔한 얘기들을 통해 속상한 감정들을 풀어낸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이 무조건 다 들어맞는 건 아니다. 본업이 아니고 부업이기에, 혹은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아직 가정을 지켜야 하거나 정년퇴직을 하고 겨우 일자리를 구한 분들에게는 이러한 일들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적 약자는 그저 묵묵히 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우리들은 어떠한 자세로 블랙기업을 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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