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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희 Mar 04. 2024

다정한 위로

- 나만 알기 아까운, 빛나는 존재들

지민(가명)이와 기훈(가명)이는 중학교 동창이다. 올 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두 녀석은 특수학급(일반 초, , 고에 속한 학급으로 일반 학교에 다니는 특수교육대상학생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곳) 학생이기도 하다. 중학교에서 보낸 기록을 살펴보니 둘 다 가정형편이 어렵다. 굳이 따지면 기훈이가 좀 더 기우는 형편이다. 지각이 잦은 기훈이를 아침마다 챙겨 등교한다는 기록을 보며 지민이는 항상 기훈이를 챙기고 기훈이는 그런 지민이에게 의존하는 관계라 짐작했다.

     

 오늘. 입학식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기훈이를 보니 운동화 끈이 풀려있었다.

 기훈아, 운동화 끈 풀렸어.”

 괜찮아요.”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쪼그려 앉아 기훈이의 운동화 끈을 단정하게 매주는 지민. 발 냄새 풀풀 나는 운동화 끈을 서슴없이 매어주며 다시 묶어야 해. 안 그러면 넘어져.”라고 다정하게 말하는 고등학교 남학생을 본 적이 있나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니 기훈이는 다리가 조금 불편해서 혼자 운동화 끈을 매지 못하는 것 같았다.

 , 너 너무 스위트 한 거 아냐?”

 , 담임 선생님 중학교 때 뵌 적 있다며? 어땠어?"

 좋았죠. 아무도 모르는데 아는 분이 계시니까 좋았어요.”

     

 사람들에 대한 맑은 시선을 가진 존재가 갖는 따스함이 있다. 때로 그 따스함은 내 마음 한구석에 은은한 불씨를 지피며 스며든다.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사람입니다>는 우울증을 앓던 이수연 씨가 쓴 일기를 모아 2018년 출간한 책 제목이다. 아픈 마음에 대한 묘사가 유난히 섬세한 이 에세이집을 보며 대체로 슬프고 우울한 사람, 기본 정서가 쓸쓸한 나 같은 사람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문득 궁금했다. 내가 받은 위로를 그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정서를 지닌 사람들은 알 거다. 어떤 사람에게는 존재의 따스함을 느끼는 순간 퍼지는 온기가 생을 지속시키는 큰 힘이 되기도 한다는 걸.

 

 존중받는 삶을 살진 못하지만 남의 허물을 들춰 상처를 주기보다 설 자리를 마련해주는 사람. 사람을 직함이나 장애와 같은 타이틀로 판가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볼 줄 하는 사람. 나만 알기 아까운 빛나는 존재들. ‘조금 달라소외되곤 하는 그런 사람들이 주는 다정한 위로의 순간. 내가 포착한 그 순간을 나누고 싶다. 덕분에 나의 삶이 분명, 조금은 수월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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