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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l 03. 2023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거절의 용기에 대하여

 많고 많은 탈락 메일 중에 딱 하나만 뽑았다. 아직 200개도 더 남아있다. 옛 사진들을 보 느끼는 것은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거절과 늘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취업사이트에 들어가 죽는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특히, 그들의 메일함에는  문구가 득하다.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금번 채용에서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귀뛰역'이라고 줄여서 부른다. 우스갯소리로 이렇게도 말한다.

 "아니, 뛰어난 역량인 거 알면 뽑아야지 왜 안 뽑아?"

상투적으로 탈락자 전원에게 보내는 다소 원론적인 메일문구를 풍자하는 것이다. 다음 말은 뻔하다. 귀하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대개 이런 식이다. 모두가 알고 있다. 그들은 내 앞날에 단 1의 관심도 없다는 것을. 

  보통 그들은 서류전형에 한 시즌당 최소 30개 많으면 100개 이상의 자기소개서를 접수한다. 많이 지원한 만큼 탈락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하나하나의 기회가 모두 소중하다. 탈락은 할 때마다 늘 적응이 안 기에 갑자기 탈락 메일이나, 문자를 보면 기분이 다운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 감정을 숨긴다는 것 자체도 매우 힘이 든다. 따라서 나는 취업준비를 할 때 늘 친구들과의 약속에서는 결과 메일을 열어보지 않았다. 집 가는 길에 확인했다. 탈락에 기분이 안 좋으면 그 자리의 분위기마저 다운시킨다는 생각에서였다.

 

 인생을 돌아보니 꼭 취업시즌만 거절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전부터 늘 우리는 거절을 당하면서 컸고, 취업에서 유독 더 그것이 더 크게 체감될 뿐이다. 사실 취업 후 더 많은 거절이 우리 앞에 서 있다. 우리는 거절받아야만 하고, 거절을 해야만 한다. 살아가며 거절을 하는 주체자, 거절을 받는 수용자의 입장 모두 겪어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거절은 잘 못된 것이 아니다. 거절을 받았다고 해서 내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거절을 통해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고, 한발 나아갈 수 있는 전화위복이 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거절을 하는 주체자는 매정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거절하는 주체자 입장을 생각해 보자. 거절을 했을 때 상대방이 기분 안 좋아해 하는 것을 두려워해 거절을 못하고 어영부영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그 둘에게 모두 손해다. 매사에 그것이 무엇이든 상대방은 답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답이 늦으면 늦어질수록 본인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예를 들면 아직 많은 기업들이 탈락자에게 면접 결과를 알리지 않아 지원자들의 속앓이가 한 때 인터넷을 달궜었다. 그 이후로 모든 지원자들에게 합격불합격 면접 결과 여부를 무조건 통지하도록 국회 법령이 통과되어, 이제 기업들은 합격여부를 알려주지 않을 시 과태료를 물게 된다.

  

 취업만 이런 건 줄 알았더니, 살다 보니 나도 많은 거절을 겪고 있다.  첫 책을 낼 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기획이나, 저희 출판사의 방향과 맞지 않아~"

 "저희 출판사의 역량부족으로~"

 "아쉽지만 저희는 00 분야에 현재 집중하는 출판사로써~"

이런 수많은 거절 속에 첫 책이 나왔다.


 연애를 할 때에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상대방이 안 좋아할 수도 있고, 나는 그녀를 너무 좋아하는데 갑작스러운 이별통보에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다. 100% 맞을 줄 알았던 이성이었는데도 안 맞는 부분을 발견한 커플들, 결혼을 며칠 앞두고 파혼을 한 사람들, 이혼을 한 사람들 등 너무나 많고 복잡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늘 거절을 경험하고 있다. 현재 법원에 이혼 신청을 하는 부부들이 줄을 서서 신청을 한다고 한다. 실제로 그 사진을 보았을 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내 친구는 주말마다 3개씩 소개팅을 한다. 점심/저녁  나누어 본인과 잘 맞는 짝을 찾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한다.

 나는 취업준비생 시절 300개를 넘는 자기소개서를 썼다.

 이처럼  취업을 할 때에도, 책을 낼 때에도, 누군가를 만날 때에도 이 모든 걸 경험하느낀 것은 우리는 그저 1승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100개에 지원을 하든, 200개에 지원을 하든 나와 맞는 곳 한 군데는 무조건 있으니 그곳에서 일을 하며 내 역량을 펼치면 된다. 출판사든, 연인이든 다 똑같다. 세상을 살다 보면 우연히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을 분명히 만나니, 우리는 거절에 전혀 감정이 동요될 필요도 없이 내 길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기회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사람이 주는 것이다. 하늘이 주는 것이 아니다. 나와 맞는 사람은 이 세상에 분명 어디에 있다.


 사실 거절을 해야 하는 사람과, 거절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 이 둘 양극 간의 마음가짐은 비슷하다. 두 쪽 모두 불편하고 긴장된 상황이다. 그 불편함을 무릅쓰고 하는 이유는 거절을 함으로써 상대방과의 관계를 끝내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우리는 인지해야 한다. 거절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멋있는 사람이다. 맺고 끊음이 확실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더 이상의 시간낭비를 안 하도록 돕고, 명확한 내 의사를 전달하기에 그 어떤 오해의 소지도 생기지 않게 할 수 있다.

 정말 친한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한 적이 있다. 꽤 큰돈이었는데, 너무 친한 친구였기에 나는 고민하지 않고 빌려주었다. 그 친구에게 거절을 한다는 것은 우리의 우정에 반하는 행위라고만 생각했다. 친구에게 실망을 시키지 않기 위해서 돈을 빌려준 것이다. 하지만 약속된 날짜에 친구는 돈을 갚지 않았고, 오히려 내 쪽이 을이 되어 그 친구에게 닦달하고 오히려 관계가 틀어진 적이 있다. 지금은 잘 풀고, 돈도 다 갚았지만 애초에 내가 처음부터 명확히 거절했더라면 이런 일은 애초에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가 무리한 부탁을 할 때 거절을 하는 것이 온전히 나를 위한 일이며 상대방에게 더 예의를 갖추게 되는 일임을 실감한다. 

 이처럼 관계에서 거절을 한다고 나를 떠날까봐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나이가 듦으로써 관계가 좁아지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 해당된다. 친구들도 각자의 일에 치여 만날 시간도 없고, 시간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당연히 넓은 관계보다 더 편안한 관계를 찾게 된다. 각자만의 고유한 자아가 커짐으로써 내 자아조금이라도 틀어져있는 사람이 있다면 굳이 내 시간과 돈을 써서 만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자.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생각해야 하며 내가 나아가기 위한 당연한 행위다. 주위 사람들을 보자. 10명 중 4명은 나에게 크게 관심이 없고, 3명은 날 좋아하고, 3명은 날 끔찍이 싫어한다. 그만큼 나를 모두에게 맞출 수 없는 것이다. 내 능력을 봐주는 곳을 찾고, 거기에 집중한다면 이 세상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단, 조건이 있다. 수많은 거절 속에서도 무조건 꾸준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간에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빛을 볼 날은 무조건 온다. 일이든 관계든 무엇이든 초심을 잃지 않고 나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끝까지 나아가면 나중에 시간이 흘렀을 때 그때의 거절이 더 고맙게 느껴질 것이다.

 200군데를 떨어져도 취업을 했고, 출판사로부터 수많은 반려 속에 책도 출간했고, 자주 싸웠지만 결혼도 앞두고 있다. 수많은 거절 속에서도 결국은 다 해냈다.

 거절의 끝은 비극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거절의 결론은 밝은 미래다. 거절이 곧 내 밝은 미래의 문과 창이 되어줄 것이다. 거절과 함께 우리는 하루하루 더 성장할 수 있다. 단,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끝까지 힘내면 안 된다. 그럼?

 끝까지 힘내기(X). 끝없이 힘내기(O).

 오늘 하루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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