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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n 30. 2023

250만 원짜리 의자를 샀습니다

시간과 내공을 쌓아야 하는 일들에 대하여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의자가 2개다. 회사에서도 쓰고, 집에서도 쓴다. 회사에서 몇 천 개나 구매했기 때문에 희망자에 한해 저 가격대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집에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의자를 사기엔 싼 가격이다.

 우리 회사에서 쓰는 의자는 스틸케이스 립체어다. 세계 3대 의자라고 불리는 의자에는 스틸케이스 립체어, 허먼밀러 에어론, 휴먼스케일 프리덤체어 세 가지가 있다. 하이엔드 명품의자 이 세 의자를 따라올 의자는 전 세계에 없다. 그만큼 내구성이나 품질, AS, 무엇보다 몇 십 시간을 앉아있어도 편하다.

 내가 이 의자를 구매한 이유는 2가지다. 먼저 허리디스크가 심해 작년에 병원을 다니며 꽤 고생을 했다. 오래 앉아있는 시간이 많으므로 디스크완화를 위한 최적의 선택이었다.

  다른 이유는 오로지 글을 쓰고 독서를 하기 위함이다. 물건을 거의 사지 않지만 꼭  필요한 곳이라면 아낌없이 쓰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생산적으로 하기 위한 일종의 투자라고도 할 수 있다.


 먼저 내가 산 스틸케이스를 보자. 이 의자는 그야말로 '편함'을 가장 큰 목적으로 두고 만든 의자다. 그 누가 앉아도 편하다. 세부조절 커스텀으로는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높낮이, 앞뒤 좌석 조절, 허리받침대, 허리 지지강도,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편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내 무게에 맞게 의자가 자동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너무 편해서 다른 의자를 앉을 때 오히려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다.

 일을 할 때나 쉴 때 설정을 달리 해 적용할 수 있 나는 이 의자를 집에 하나 더 구매한 것이기도 하다. 직원들이 일을 편하게 할 수 있기에 회사에서도 이 의자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두 번째는 휴먼스케일의 프리덤체어다. 이 체어는 애플 CEO 팀쿡이 앉는 의자로 유명하다. 3대 의자 중에 인지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가죽이 매우 좋고, 뒤로 젖힐 때 리클라이너와 맞먹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기업이나 세계적인 기업의 회장 및 임원들이 많이 앉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추측해 보니 바로 디자인이었다.  겉모습이 몇만 원짜리처럼 투박한 립체어보다 훨씬 고급지다. 보자마자 비싼 의자라는 실감이 들 정도다.

 마지막으로는 의자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허먼밀러 에어론이다. 허먼밀러는 편안함보다는 '바른 자세'를 만들기 위한 의자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말하길 이 의자는 평상시에는 바른 자세를 위해 허리를 잡아주고 (다소 불편함) 뒤로 젖힐 때에는 의자에 앉은 느낌보다 좀 느슨한 침대나 퐁퐁에 앉은듯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무언가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장비도 갖추어져야 더 잘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동안 잘 해온 나 스스로에게 주는 달콤한 보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의자에 앉아 많은 것에 더 도전해보고 싶다. 결과를 떠나 시간을 두고 늘 무언가 도전하는 삶만이 아침 일찍 눈을 뜰 때 힘차게 일어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장비빨로 비싼 걸 사면 오래 할 수 있을까?

 지금 당근마켓을 들어가 보자. 일주일도 치지 않은 골프채, 골프 복, 쉽게 흥미를 잃어버린 캠핑장비등이 반값의 가격에 하루에도 수도 없이 올라온다.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금세 흥미를 잃은 증거들이다.

 꾸준히 할 수 있는 비결 중 제일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의지와 열정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다음에 오는 것이 그에 맞는 체력과 시간이다. 내가 얼마나 무언가를 좋아하느냐에 따라 한정된 시간과 체력을 올인 수 있냐 마냐의 문제가 달려있다.

 그다음은 무언가를 하는 데 있어 절대 급하면 안 된다. 순리대로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 시간을 쌓아야 하는 일. 내공을 쌓아야 하는 일은 절대 급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언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가? 그거 하나로 이미 성공한 인생이다. 우리는 그 사이 그저 수면 위로 올라갈 수 있게  꾸준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묵묵히 하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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