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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l 10. 2023

절박함에 대하여

힘든 시간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친한 동생이 술을 사달라고 한다. 금요일이든 토요일이든 일요일이든 아무 데나 상관없단다. 그렇게 일요일에 만나서 술 한잔 하며 얘기를 들어보니 취업 관련 고충이었다. 내가 취업하기 전 오랜 시간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 힘든 시간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단다. 이 친구는 금요일 당일만 최종면접에서 3군데나 떨어져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 세 기업도 대한민국 굴지의 회사로써 누구나 내놓으라 하는 선망의 기업이었다. 하루동안 1차 면접도 아니고 최종에서 3군데나 떨어졌다니, 그 상실감을 알만하다.

 이럴 때 가장 힘든 점은 '내가 도대체 이 회사의 인재상과 어디가 부합하지 않았나' 돌아보며 나를 거기에 맞춰가는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면접에는 정답이 없기에 복기를 하고 돌아보는 것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가장 힘든 점은 서류전형, AI면접전형, 1차 면접, 2차 면접 이 하나둘 밟아 온 기나긴 전형을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이 캄캄하고 다음엔 서류전형부터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내가 싫어서 나온 회사였다. 그렇다면 나는 퇴사 후 어떻게 삶을 꾸려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준비를 하지 않고서는 회사를 절대 나와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준비 없는 퇴사는 삶의 패턴이 망가지고 조급함이 내 삶을 채우기 때문에 좋지 못할 걱정을 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내가 이 친구에게 해 준 말은 뭐였을까? 인생의 힘든 시간들을 우린 어떤 방식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먼저, 여행을 하라고 얘기했다. 2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하며 심신이 많이 지쳤을 거다. 지금 아니면 이 시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 '그때 왜 푹 쉬지 않았을까' 하는 순간이 무조건 온다. 회사 다니면서 평소에 가고 싶었던 곳을 지금 가야 한다고 했다. 단, 무조건 혼자 가야 한다. 친구나 연인과 함께 가면 스트레스는 풀릴지언정 생각정리를 할 수 없다. 사물과 풍경을 자세히 관찰할 수 없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내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색다른 것이 떠오르기도 하고 내 삶을 다르게 관망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이 시기에 혼자 여행을 해야 한다.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마음다짐을 가질 수 있게 2주 정도 쉼을 갖는 것이 좋다. 너무 오래 쉬면 몸이 쳐지고 안주하게 됨으로 2주가 적당하다.

 둘째, 계획표에 맞는 규칙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퇴사를 하고 처음은 좋겠지만 1-2주가 흘렀을 때 매일 오전 11시, 12시에 일어날 때의 기분을 아는가? 앞으로 정해진 것이 없는 자라면 더 공감할 것이다.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 잠을 충분히 자고 일어나도 마찬가지다. 그때의 그 기분은 잊을 수 없을 만큼 생생하다. 남들은 이렇게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데 나만 한참 뒤처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당장 해야 할 것이 없어도 무조건 7시에 일어나자. 나는 성신여대 입구 근처에 살았어서 집 앞 성북천을 30분 뛰고, 경제신문을 보았다. 그리고 하루일과를 시작했다. 현재도 6시에 일어나 3km를 뛰고 출근을 하는데 아침운동은 몸과 뇌를 깨끗하게 한다. 특히 아침공복 달리기를 하면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는 우울증 감소, 자신감을 올려주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아침에 아무 할 일이 없어도 6-7시에 일어나면 할 것이 분명히 생긴다.

 셋째, 목표를 정해라. 어제 술을 마신 친구는 퇴사를 한 이유가 기존 회사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라고 했다. 그러고는 기존회사보다 더 나은 환경의 회사를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목표는 꼭 거창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도 하나의 분명한 목표가 될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보상이 있는 회사에 가는 것'. 이 목표만을 위해 달려간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스펙을 만들고 준비할 것이 생기고, 그 목표만을 향해 삶을 집중할 수 있다.

 1년 3개월간 긴 터널을 지나갔다. 터널에는 무조건 끝이 있다. 나는 아무것도 못 할 것만 같았는데, 이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 나를 필요로 하는 어느 곳에서 내 일을 하고 있다.  막연하게나마 '잘 될 거야, 터널은 지나갈 거야'라는 원론적인 말은 더 이상 취업준비생이나 삶을 방황하고 있는 2030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책을 출간 것도, 원하는 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절박함'이다.

 본부장님은 나의 '절박한' 눈을 보고 나를 뽑으셨다. 삶이 힘들 때 그것을 벗어나기 위한 '절박함'이 있었기에 글을 쓸 수 있었다.


 플랜 B나 보험이 있는 사람을 크게 지지하지 않는다. 배수의 진을 치고 아무것도 없는 사람,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의 눈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이 무언가를 하고자 달려들 때에는 그저 무섭다. 그 어떤 장애물도 이겨낼 수 있다. 그렇기에 저 동생도 아무 문제 없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저런 절박한 동생에게 나는 무조건 된다고 말해주었다. 이 세상 누구에게나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 스스로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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