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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l 28. 2023

예비 브런치 작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1년 차 브런치작가 셀프인터뷰

함께 커피를 마시는 친구가 브런치작가에 떨어졌다며 탈락메일을 보여준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며 나에게 첨삭을 요청한다.

 나는 내 첨삭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거라고 일침 했다. 왜냐하면 나도 내가 어떻게 합격했는지 모르고, 내 첨삭이 심사자의 입장에서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 자기소개서는 떨어지는 자소서와 붙는 자소서를 비교하면 명확한 차이가 난다. 하지만 브런치는 심사기준이 알려진 바도 없고, 누가 심사하는지도 모른다.

 친구를 보며 문득, 브런치작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브런치를 하며 내가 느낀 소고와 앞으로의 방향을 스스로 되뇌고 공유하기 위해 셀프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1.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

현안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더 길러, 혜안을 가진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혜안이란 우주의 진리를 꿰뚫어 보는 눈에서 유래한 말이다. 무언가를 깊게 바라보는 삶의 안목을 일컫는다. 가령 커피 한잔에도 수만 가지 생각이 샘솟고 더 많은 것을 궁금해하고 글 한마디에 나만의 색채와 색깔을 가진 그런 작가. 편협하지 않고 늘 다양한 부분에 관심사를 많이 두고 접근해야 함을 느낀다. 관심사를 많이 두면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딜 가도 어떤 것을 경험해도 내가 아는 것만 눈에 보이기 마련이다. 도서관에 가면 수많은 책들 중 내가 관심 있고 조금이나마 아는 부분에 대한 책에 가장 손이 먼저 갈 것이다. 단 한 번의 관심도 없었던 문학이나 학문에 대해 선뜻 시도하기가 막상 쉽지 않다. 많은 부분에 관심을 두어야 주위의 사람이 바뀌고 나 스스로의 발전을 가져온다. 내가 더 잘되고 멋진 사람이 되어야 주변 사람들이 바뀐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오직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경험 중에서도 성공경험. 성취는 또 다른 성취를 낳기 때문이다.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도 가장 첫 번째로 하는 질문이 '본인의 역경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낸 경험'을 묻는다.

 배움, 지식, 명예, 돈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경험을 쌓는 것은 저걸 모두 가지게 만든다. 글을 쓰면 나의 새로운 자아를 경험할 수 있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꿈을 이루어가는 중이다.


2. 글을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쓰는지?

사실 직장을 다니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마냥 쉽진 않다. 글을 놓지 않는 이유는 첫 번째로 직장인으로만 살지 않고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싶다. 글을 통해 나의 색다른 자아를 발견하고, 내 메시지를 세상에 계속 던짐으로써 이 세상이 나에게 과연 어떤 답을 줄지 기대하는 삶이 좋다. 색다른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긍정적 생각의 원천이 나에게 있어서는 글이다.

두 번째로는 소통을 하기 위함이다.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건지, 내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나에게 부족한 것은 없는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혹은 다른 사람들이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 있다. 그들에게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고 재밌게 해 주고 공감을 만들고 싶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은 공감이다. 그 어떤 누구와 얘기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내 이야기를 통해 단 한 명에게라도 삶의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내 글은 이미 성공한 것이다. 실로 내 이야기를 책이라는 공통의 범주, 대중적인 매체를 통해 드러낸다는 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독자들이 이렇게 생각해 보길 바랐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보면 모두 명품에, 호캉스에, 골프에 호화로운 삶을 사는 것에 부러워하며 열등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게 너무 안타까워 반대로 나의 힘들었던 삶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이렇게도 살았구나', '나도 다시 일어설 수 있구나'라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 누군가 나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비교대상 삼아 나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고 그들을 열위로 여기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지만, 힐난이 아닌 그저 위안만 삼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도 내 이야기를 알리는 입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오히려 지금 내가 가진 것, 내가 처한 이 삶에 더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특히, 평범했던 내 얘기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지고 나서부터 애초에 없었던 성취감을 느꼈다. 기회는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두권, 세권 아니 설령 다른 기회가 왔을 때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가 느낀 성취는 두 배, 세배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더 열심히 글을 쓴다. 평소에 마시던 모닝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허전한 것처럼, 세끼를 먹다 밥을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픈 것처럼 내겐 글이 그렇다.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나 스스로를 잃어버린 것 같다.


3. 최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결혼을 준비 중이다. 나는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여태껏 나만을 위한 삶을 살았다면 현재는 나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나에게 한 번에 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축복이라고 여긴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관심사를 그녀가 갖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사물과 생각, 견해 이 세상 거의 모든 부분에서 다름을 보인다. 오히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볼 때 더 매력을 느끼는 것처럼 나와 전혀 다른 인생이 한 번에 내 삶에 들어와 마치 2개의 인생을 사는 것 같다. 삶이 더 풍요로워졌음을 느낀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생겼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그 어떤 어려움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는 마음은 인생의 큰 힘이 된다. 글쓰기와는 또 다른 행복이다.

 또 운동을 시작했다. 큰일이 있지 않은 이상 하루에 3km 정도 달리고 사우나를 하는데 그때가 너무 행복하고, 무엇보다 잡념을 지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회사 일, 글쓰기 등 하루에 수만 가지 생각을 하며 사는데 달리기 할 때만큼은 아무 생각 않고 뇌에게도 쉬는 시간을 주니 마음이 좀 더 안정되는 느낌이다. 다이어트는 덤이다. 글쓰기가 마음의 운동이라면 육체적 운동을 함께 해주어야 삶의 균형이 온다.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나는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시간이 흘러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된다. 체력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 어떤 운동이든 좋다. 당장 시작하길 바란다. 할 수 있을 때 하지 않으면 하고 싶을 때 못하게 된다.


4. 책을 출간한다는 게 바킷리스트인 사람도 많은데 어떻게 출간을 했나?

 출간은 아주 운이 좋게 기회가 왔다.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쓰고 있었다. 그 글은 미니멀리즘에 관련한 글이었다. 미니멀리즘을 접하고 인생이 바뀌었다. 모든 것이 간결해졌고 마음이 풍족한 삶을 살게 되었다. 계속 이와 같은 내용으로 글을 조금씩 써가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엮으면 미니멀리즘에 대한 이 기쁨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이 들자마자 관련된 글을 모두 모아서 다듬기 시작했다. 정말 글을 다 모으니 A4 200매가 넘는 글이 완성되었다. 단 초고를 쓰고 글을 다듬는 과정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 글을 써 내려가는 것보다 불필요한 문장을 지우고, 요점만 남기는 일이 훨씬 더 고되고 힘든 작업이다. 자기소개서 1,000자보다 500자를 더 쓰기 어려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관심 있는 출판사 3곳에 원고투고를 했고 다행히 그중 한 곳에서 책으로 내보자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첫 책이 <<간단하게 더 단순하게>>다. 브런치를 하든, 블로그를 하든, 티스토리를 하든 글 쓰는 플랫폼 자체는 어떤 것도 상관없다. 메모장에 조금씩 써 내려가도 된다. 다만 내가 평소에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엔 나도 일기로 시작했다. '오늘 난 뭐 했지?' '어제 난 뭘 먹었지?'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이마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기는 내 삶의 자서전이 된다. 그것부터 시작해 보자. 꾸준히 쓰면 글쓰기 실력도 저절로 올라갈 것이고 앞으로 책을 읽을 때나 그 어떤 글을 읽더라도 지적향유를 느낄 수 있다. 마음의 충만함은 그 어떤 것보다 큰 행복이다.

 원고투고를 할 때 주의사항을 말하자면 출간기획서에 내 책에 관한 내용을 눈에 띄게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출판사에게 메일을 보낼지는 모르지만 대부분의 이름 있는 출판사에는 하루에도 평균 40통에 가까운 원고투고 메일을 받는다고 한다. 따라서 내 글을 출판사 직원들이 근무시간 내 다 읽어볼 여력이 없다. 기획서에 담긴 단 한 장으로 내 책을 표현해야 한다. 주제가 같은 경쟁도서를 적고, 마케팅포인트에 주력하자. 돈이 되어야 출판사도 책을 내준다. 누구에게 어떻게 책을 사도록 홍보할 것인지는 정말 중요한 셀링포인트다. 어느 정도 판매가 보장된 연예인이나 유투버들이 쉽게 책을 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번째로는 내 책에서 한 꼭지라도 독자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주제가 있다면 출판사 사장은 책으로 내자고 한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내고 싶은지 단순 명료하게 누가 봐도 알 수 있도록 명확하게 글을 쓰자. 내가 생각하는 게 정답이고 분명 거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다. 구구절절 주제 없는 글을 늘여놓는 것보다 정말 하고 싶은, 세상에 내놓고 싶은 한 가지의 주제를 정해 거기에만 집중해서 써야 하나의 책이 완성된다.


5. 직장을 다니며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도대체 언제 쓰는가?

나는 글을 쓸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이루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 그저 자기 방어에 급급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다. 내가 시간을 어떻게 쪼개느냐에 따라, 내가 글을 얼마나 쓰고 싶은 의지가 있냐에 따라 갈리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장담컨대 사람들은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찮아서, 혹은 안일한 마음으로 ‘다음에 쓰지 뭐‘와 같은 생각으로 미루고 미루다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는 하루에 꼭 한편 이상 글을 쓰고 자야지!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글쓰기가 의무가 되는 순간 나는 글을 더 이상 쓸 수 없다. 숙제처럼 여기는 것은 내가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내가 글 쓰는 것이 그저 좋아서 하는 것이다. 마음에서 우러나 행복하고 좋아서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이라고 여긴다.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을 연습할 때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 그냥 우리가 밥을 먹고, 밤에 되면 잠을 자듯, 그렇게 당연하듯 습관처럼 글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글 쓰는 일과 직장을 다니는 것은 매우 큰 관련이 있다. 직장에서도 보고서를 쓸 때에 내 위주가 아닌 상사가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내 보고서가 직접 실행이 되도록 상사를 설득하기 위한 글을 쓰는 것이다. 집에 와서 내가 쓰는 글도 내가 쓰는 이 글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히는 가에 초점을 두고 쓰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며 글을 쓰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된다.

 내가 글을 쓰는 시간대는 하루 일과 중 정확히 세분류로 나뉜다. 바로 출근 시간이다.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회사에서 씻기 위해 모자만 푹 눌러쓰고 회사로 향하는 그 시간이 30분가량 된다. 30분 동안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해 편안하게 글을 써내려 가다 보면 어느새 회사에 도착해 있다.

 다음은 점심시간이다. 주로 회사사람들과 점심을 먹고 회사에 들어오면 12시 반정도 되는데 그때 30분 막간을 이용해 글을 쓴다. 아침에 써 놓을 때 점심에 글을 바로 이어갈 수 있도록 연결어나, 접속어를 주로 마지막에 잘 생각이 날 수 있게 해 놓는다.

 마지막으로는 저녁이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1시간 정도 책상 앞에 앉아 글에만 집중한다. 하고 싶은 말이 없거나 주제를 정하지 못했다면 억지로 앉아있지 않고 스킵한다.

 이렇게 장소를 바꾸어 글을 쓰면 좋은 점이 눈에 보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색다른 생각들이 많이 난다는 것이다. 또한 하루 일상 속 글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하루를 의미 있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 글이 내 일상으로 다가올 때에 진정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그 꿈을 조금씩 실현시켜가고 있다.  


6. 앞으로의 계획

말하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 라디오도 좋고 북토크도 좋다. 앞서 말했듯 나는 소통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데 책을 출판하는 것은 독자에 대한 의견을 굉장히 늦게 받기 때문에 가끔은 답답하기도 하다. 글과 말하기 동시에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한다. 책과 같이 조금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일종의 '대화'를 하는 것도 선호하지만 가끔은 즉각적인 피드백을 원할 때가 있다. 또 다른 책을 써 볼 의향이 있지만 제목은 아직 미정이다. 이번엔 에세이가 아니라 외국의 한 국가에 대해 조금 더 공부를 해서 전문적인 책을 내보고 싶다. 대한민국과 앞으로 더 많이 가까워질 우리에겐 기회의 국가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글쓰기를 준비 중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통해 나를 증명해 보이고 싶다. 인간은 그렇게 하도록 설계되었다고 믿는다. 직장이든 가정이든 나 스스로든 내게 각 상황적으로 주어진 역할에 대한 증명이 우리가 살아있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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