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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Aug 02. 2023

독서가 대단한 것이 된 사회

글의 본질과 영상과의 차이에 대한 소고

퇴근 후 지하철에는 수많은 사람이 자리한다. 대개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모두 핸드폰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어폰을 끼고 유튜브를 보거나, 기사를 보거나, 친구들과 카톡을 하거나 용도는 다양하다. 심지어 요즘은 책도 폰으로 본다. 종이책을 읽는 사람은 사실상 찾기 쉽지 않다. 최근에 집을 옮기고 출퇴근을 지하철로 한지 약 3개월 정도 지났는데, 그 사이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딱 두 번 봤다.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우리는 정말 종이책의 종말 앞에 선 걸까?


 집에 와서는 또 유튜브를 켠다. 해야 할 것이 생각나지 않거나, 누군가를 기다릴 때, 침대에 누워서 편히 쉬고 싶을 때 주로 영상을 본다. 일상이나 재테크, 자기 계발 관련 영상을 시청하는데, 조금 보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이 넘게 지나있다. 벌써 잘 시간이다. 책을 이토록 가까이하는 나조차 침대에 누우면 책보다는 유튜브가 먼저 생각난다. 크게 볼 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작가보다 유투버가 더 많은 관심과 인기를 얻는 세상,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글을 쓰는 것보다 더 돈이 되는 세상이 도래한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먼저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대인의 삶이다. 우리 모두는 바쁘다. 갈수록 해야 할 것이 쌓여만 가고,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아진다. 삶이 바빠지며 그들은 더 이상 활자를 읽으려 하지 않는다. 활자를 읽는다는 것은 내가 능동적으로 문장의 뜻을 이해하고 생각을 해 읽어 내려가는 것이다.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행위다. 뇌가 쉴 새 없이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영상은 다르다. 영상을 켜고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그 영상이 짜놓은 프레임과 각본 속에 자연스럽게 노력 없이 들어갈 수 있다. 시각적인 요소가 더해지기에 재미와 자극은 덤이다.

 생활습관에선 접근성도 빠질 수 없는데, 예를 들어보자. 우리 삶 속에서 핸드폰은 빠질 수 없다. 날씨, 연락, 노래, 알람, 영상 모든 부분에 삶 깊숙이 침투해 있다. 하루라도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외출을 한다면?  발을 동동 구르고 종일 불안에 시달릴 것이다. 이처럼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는 핸드폰으로 우리는 영상을 편하게 볼 수 있는 반면, 책은 그렇지 않다. 종이책은 늘 가방 안에 휴대하고 있어야 한다. 지난 몇 년 간 전자책시장이 활성화된 가장 주된 이유다. 전자책을 출근시간에 나도 애용하는데, 간혹 읽다가 메시지를 보낸다거나, 핸드폰으로 중요한 업무처리를 한다거나 온전히 책에만 집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로써 생활이 바뀜에 따라 수동적이고 편리한 영상에 우리는 더 초점을 둘 수밖에 없다.


 둘째로, 우리는 더 짧고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 대중들은 더 이상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정보를 얻고 싶을 때나, 재미를 느끼고 싶을 때 더 자극적이고 더 빠르게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한다. 그래서 많은 유투버들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썸네일에 자극적인 문구와 사진을 올려 대중을 낚시하는 것이 그 이유다. 브런치나 티스토리 같은 글 쓰는 플랫폼에서도 더 클릭해보고 싶은 글이 따로 있듯이.

 더 짧고 자극적인 것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쇼츠다. 과거에는 없었지만 유투버에 쇼츠(15초 이내의 짧은 영상)라는 것이 생겨나면서 네이버나, 티빙 많은 플랫폼에서도 이를 따라 하고 있다.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 현대인을 위해 10초 안에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쇼츠를 전문으로만 하는 유투버들도 많다. 특히 광고 카피라이터나 광고주들은 15초 동안의 광고 속에 어떻게 더 자극적으로 고객들의 눈을 사로잡을지만 고민한다. 그것이 본인의 가장 주된 업무이자 성과다. 하지만 자극이 과열이 돼 생기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더 자극적인 영상을 찍기 위한 틱톡의 크리에이터는 길 가는 사람에게 욕을 해 봉변을 당했고, 어떤 이는 여행지에서 더 자극적인 영상을 찍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하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었다. 이처럼 사람을 모으는 것이 곧 돈이 되는 세상이기에 대중과 회사들은 늘 짧은 시간 내 자극적인 영상을 뽑는데 혈안이다.

이 와중에 느긋하게 종이를 넘기며 어찌 책을 읽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단 말인가?


 셋째로는 개체 수가 엄연히 다르다. 앞서 말한 여러 요인들로 인해 책을 읽는 사람과 유튜브를 보는 사람의 수는 기하급수적인 차이를 보인다.

 유튜브는 22년 통계청 기준 5,000만 명 대한민국 국민의 81%인 4,0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이용한다. 이에 반해 책 읽는 사람의 수는 열명 중 한 명도 안 될 것이다. 얼마 전 직장인 세명 중 한 명은 일 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들은 직장생활을 하며 문해력이 딸려 큰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글에 관심이 없는지의 증거는 이외에도 수도 없이 많다. 그중 하나로 브런치와 유튜브를 비교해 보자.

 유튜브는 하루에도 몇억 회 이상의 조회수가 나오고, 구독자 몇백만 명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수도 없이 많다. 실버버튼을 받은 10만 명 이상의 구독자는 눈에 밟힐 정도다. 하지만 브런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5만~6만의 작가와 브런치팀 구독자도 20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개체수 자체가 다르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되는 시장에 모든 것이 집중된다. 사람이 많은 곳이 곧 돈이 되는 시장이다. 유튜브에 온갖 인프라가 집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다보니 무분별한 광고로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구독자 몰래 뒷광고를 해 한숨에 나락 간 사람들도 많다.

 이처럼 활자보다 영상이 중요한 시대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영상 속에 사람을 현혹하는 단어들, 그럴싸한 문구들, 일침들을 보면 공통적인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짜 알맹이가 없다. 돈을 벌 수 있게 해 주겠다고 그 방법을 공유하는 유투버들은 구독자를 늘려 그 유튜브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다. 온전히 사기꾼들이다.

 유튜브나 영상매체가 주는 이점도 많겠지만, 우리는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것을 길러주는 힘이 바로 책이다.

 나만의 강력하고 곧된 자아를 형성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 이를 만드는 것은 오로지 책 밖에 없다. 경험은 내 경험만을 우위로 삼아 자칫 꼰대가 되기 쉽다.

 이것이 곧 출판업계가 사양산업이 아니라는 반증이며 책은 앞으로도 꾸준하게 사람들에게 소비될 것이다.

 단, 최근 이슈 중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작가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책이 온전히 내 생각을 글로 풀어냄으로써 내적 향유를 추구하는 수단이 아니라, 조금 유명세를 탔다고 그것으로 더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누구나 책을 마음먹으면 낼 수 있는 시대다 보니, 작가를 하나의 ‘스펙화’하는 것이다. 이는 출판업계에서도 더 도드라지는데, 그들도 책으로 돈을 벌어야 하고 직원들 월급을 줘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유명세를 탄 사람을 찾아 나선다. 글의 질보다 저자에 더 큰 무게를 둔다. 최소한의 부수는 확보되니 어쩌면 안전마진인 셈이다. 우리는 “팔릴 책”이라는 상업적 수단 아래 책이 가진 고유한 본질을 잊고 산다는 생각이 든다.


 영상이 더 각광받는 시대를 거스를 순 없다. 다만 글과 책이 본연의 가치를 잃지 않고 작가들에게 그리고 대중들에게 진짜 본질 속에 존중받는 시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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